열쇠가 필요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일반 샐러리맨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열쇠는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이지만 가지고 다니기에 무겁고 때로는 분실될 우려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널리 보급되어 있는 자기카드도 마찬가지다. 재발행은 쉽지만 분실될 경우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어느정도의 기술지식만 있으면 위조도 가능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복제나 위조가 어려운 각 개인의 신체적 특징을 "열쇠" 대신으로 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세콤사의 IS(인텔리전트시스템)연구소에서는 현재 음성과 얼굴모습에 의한 보안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음성은 주로 주파수로 판단하는데 개인의 각기 다른 말투에 따른 미묘한 주파수의 떨림등도 자세히 조사하면 거의 1백 %의 정확도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감기에 걸렸을 때나 컨디션이 정상적이 아닌 경우에는 그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결점이 있다.
얼굴화상을 인식하는 시스템 역시 머리가 자라거나 안경을 쓰는등의 변화시 에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약점이 드러난다. 이 때문에 음성이나 얼굴 의 특징을 이용해서 개발한 시스템이 실용화되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신체적 특징을 이용한 것중에서는 지문을 사용한 보안시스템이 유일하게 실용화되고 있다.
지문조회시스템은 손가락으로 유리위를 누르면 안쪽에서 빛을 발사해 손가락 을 비춘다. 그러면 지문의 상이 반사되고 그것을 CCD(전하결합소자)가 감지 한다. 유리에 강하게 찍힌 융기부분은 빛이 란반사해서 반사광이 약해지고반대로 들어간 부분은 정면반사하기 때문에 빛이 강하게 반사된다. 이 명암 의 차이가 지문의 상이 되는 것이다.
이 지문조회시스템은 지문전체를 조회하지 않고 중간에 끊어지거나 갈라진 부분 등 지문의 특징적인 부분만을 이용한다. 지문등록시에는 이같은 특징을 기계가 자동적으로 검출, 기록한다.
조회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지문중에서 특징이 많은 부분을 골라 그 부분을 조회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지문의 무늬가 끊어지거나 갈라진 부분등 좀더 세밀한 특징부분을 복수추출해서 기억시킨 다음 그 부분을조회하는 방법이다.
현재 지문조회시스템을 상품화하고 있는 업체는 6개의 일본업체이고 주된 사용처는 기업의 연구소나 전산실등 기밀성이 높은 시설이다.
일본 도라노몬의 고토히라신사도 지난해부터 이 지문조회시스템을 도입, 사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한자리의 개인암호를 입력하고 손가락으로 지문판독부분에 있는 유리를 누르면 2~5초안에 조회가 끝나고 문이 열리게 되어 있다. 고토히라신사가 도입한 지문조회시스템 "Finger Lock"을 개발한 업체는 산업 용 로봇등 생산업체인 마쓰무라일렉트로닉스로 지난 93년 9월부터 시판했다.
기존제품들의 경우 손가락을 얹는 센서부분만 1백만엔이 넘던 것을 1대당 35 만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놓음에 따라 현재 약4천대의 출하량을 보이고 있다.
동사가 저가격화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기능을 철저하게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기존 제품들은 1백명이상의 지문을 등록할 수 있으나 마쓰무라일렉트 로닉스 제품의 경우 등록할 수 있는 사람은 10인이하이다.
한편 규모가 큰 업체들은 수요의 목표를 기업체 사무실로 두고 기능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가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신속한 조회속도와 소형화이다. 후지쯔전장이 지난 9월에 상품화한 "핑거패스"는 조회속도를 대폭 향상시킨 것으로 반응속도는 0.1~0.3초이다. 동사가 조회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은 후지쯔와 공동으로 지문조회전용 LSI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지문조회는 메모리등에 기억된 프로그램이 장치내 CPU를 통해서 처리를 하게 된다. 그러나 핑거패스는 프로그램을 작성한 전용 LSI가 처리하기때문에 외부기억장치의 소프트웨어에 액세스할 필요가 없어 조회속도가 대폭향상됐다. 또한 후지쯔전장이 조회속도에 주력한 반면 미쓰비시전기는 소형화에 역점을 둔 "초소형지문센서"를 개발, 오는 95년중에 상품화할 계획이다.
미쓰비시가 지문센서의 소형화에 성공한 비결은 센서부분에 광파이버를 채용 한 점이다. 지금까지의 지문조회장치는 손가락으로 반사된 빛을 직각프리즘 을 통해 방향을 바꾸고 렌즈를 통해 집약시켜 CCD에 보내는 방식을 채용해 왔다. 렌즈 초점을 CCD의 화소면에 맞추는데만 적어도 약 1cm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프리즘이나 렌즈등 부품의 두께도 필요하기 때문에 장치전체가 커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미쓰비시의 센서부문은 프리즘과 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지문의 반사 광을 광파이버를 사용해 직접 CCD에 보내기 때문에 거리를 대폭 단축시킬 수있다. 센서부분의 크기는 세로 3cm, 가로 3cm의 단면을 가진 길이 6.5cm의 각주로 되어 있다. 부피로 보면 동사의 제품은 기존제품의 약 10분의 1정도 로 축소됐다.
이같은 소형화로 지문조회시스템의 응용범위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문고리 에 장착할 수 있는가 하면 자동차 문에도 이용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실용가능성이 높은 것은 컴퓨터단말기나 PC등의 패스워드 대신으로 사용하는방법이다. 지문조회시스템을 마우스에 탑재시킨다든지 키보드에 채용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고속화와 소형화등 기술의 진보 덕택에 지문조회시스템의 응용범위도 서서히넓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격이 싼 마쓰무라일렉트로닉스의 제품도 35만엔으로 비싸다. 동사의 제품은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타사제품에 비해저가격이라는 점때문에 판매대수가 늘어나기는 했으나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 하기에는 그래도 비싼감이 없지 않다. 지문조회시스템이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가격이 1대당 10만엔대로 낮춰져야 한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일치된 견해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어떠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생산경비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개발경쟁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주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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