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질서의 한 축을 이루어왔던 소련의 몰락은 비단 소련뿐 아니라 전 세계 의 정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커다란 사건이었다.
그러나소련의 몰락으로 인해 누구보다도 격심한 풍랑을 겪은 사람들은 바로 옛 소련의 핵심부인 러시아의 과학자들일 것이다.
소련의 붕괴이후 한때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했던 러시아의 과학 기술 분야는 와해의 직전에 몰려있다는 위기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의연구 기관들은 예산 부족으로 사실상 계획했던 연구과제들을 충실 히 수행해내지 못하고 있다. 연구기관에 속해 있던 과학자들이나 엔지니어들 역시 자신이 속한 프로젝트를 완결짓는 문제보다는 당장 가족들이 먹을 양식 을 구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91년말소련이 해체되면서 92년 상반기부터 옛 소련의 경제, 사회 체제는 극심한 혼란기를 맞기 시작했다.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과학 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가 중단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러시아정부의 과학 분야 투자액은 지난 91년 GNP의 6%였던 것이 93년 에는절반 수준인 3%로 줄었다. 그러나 실제 금액 면에서는 지원액이 훨씬 더 감소했다. 비율도 낮아진데다 GNP 자체도 줄었기 때문이다.
93년러시아 정부의 과학관련 예산은 8억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미국의 연구개발 예산이 6백80억달러이며 방위산업 부문만은 3백60억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경쟁이 안되는 수준이다.
따라서대부분의 연구 과제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군사관련 산업이 쇠락하고 정부의 과학 관련 투자 규모가 축소되면서 과학자들이나 엔지니어들의 지위 또한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다.
러시아과학 아카 데미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원들은 한달에 급료로 6달러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또한 모스크바 근교에 위치한 생화학 분야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한달에 10달러 정도를 받는다.
이들은대부분 모자라는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감자 상자를 나르는등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부업"을 찾아 나서고 있다.
모스크바에위치한 유기화학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받는 한달 월급은 평균 2만 루블로 약 13달러 정도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에서 일하는 청소부가 한달 에 2만2천루블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이들의 지위가 얼마나 하락 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수 있다.
때문에러시아의 과학, 기술자들은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한때러시아에만 1백만명에 달했던 과학, 기술 분야의 연구원들 가운데 이미 수천명이 미국이나 유럽등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3만명 정도는 이스라엘 로 이민을 갔다.
그리고20만명 정도는 과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전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사람들은 공장의 노동자가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택시를 운전 하거나 보드카를 판매하는 상점을 차리는등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생업을 찾아나선 것이다.
외국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공동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는 가장 성공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그나마 자신들이 해왔던 일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먹고 살 돈을 벌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의 합작이나 자금 지원을 받아 연구 개발을 지속하는 것이 러시아 과학자들에게 만족할만한 대안이 될수는 없다.
모스크바의일반 물리학 학회의 과학자인 이브제니 디아노프씨는 서방 세계 의 자금이 지원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장급한 사정을 감안하면 미국의 업체나 재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러시아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는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빼앗기는 결과를 낳게될 것이라는 사실이 디아노프씨가가지고 있는 회의론의 핵심이다.
예를들어 미국의 기업이나 재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기해서는 러시아 과학자들이나 연구기관은 연구 과제에 대한 제안 설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제안서들이 모두 자금지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채택되는 것이외의 제안서들은 결과적으로 아이디어만을 제공한 결과가 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과학 기술분야에 대한 위기론까지 일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과학 기술분야가 와해되면 전세계 과학 기술의 발전에도 좋지 않은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다가오고 있다.
과거러시아가 과학 기술 분야에서 이뤄낸 연구 성과들은 결과적으로 전세계 가 공유해 또다른 기술발전을 촉진시켜 왔기 때문이다.
현재미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핵융합 발전기 가운데 하나인 "토카막 (tok amak)"은 모스크바 쿠르차토프 연구소에서 발명된 것이며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레이저 기술 또한 러시아의 물리학자에의해 발견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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