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황국의 전자산업 구조고도화를

올들어 국내 전자산업이 기대이상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품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엔고, 경기호전 등의 대내외적인 호재에 힘입어 전례없는 활황국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상승세는 국내전자업체들의 영업지표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증권기관이69개 전기. 전자관련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올상반기 영업실적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경상이익.순이익이 각각 20.2%, 77.6%, 95.6%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전자산업의 쾌속항진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2~3년전만해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 나지 못했던 국내전자업계가 올상반 기에는 순이익면에서 사상 최고의 신장률을 기록, 단번에 "속빈강정"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탈각하고 풍성한 수확을 거둘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이만하면 짭잘한 장사를 했다고 평가될 수 있는 우수한 성적표다.

이같은고성 장세는 내년까지 이어져 국내 전자산업의 허약한 뿌리를 튼튼히 보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문제는 이같은 성장이 업계자체의 노력에 의한 것이냐는 데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구노력보다는 전자산업을 둘러싼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엔고와안팎의 경기가 국내 전자산업을 일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전자산업이 순풍에 돛을 단 것은 뭐니뭐니해도 엔화 강세와 경제회복에 기인한 바 크다. 엔고로 인해 높아진 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수출확대로 이어진 데다 경기호전은 잠재고객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 내수확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국내 전자업체들이 품질고급화,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등으로 국산제품의 품질경쟁력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어부지이였다는 결론이다.

엔고에따른 이같은 현상은 일본의 해외생산전략변화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있다. 일본이 가속화하고 있는 "생산의 국제화"는 물론 가격경쟁력을 높이기위한 방편이다.

전자부품의 수출이 올들어 4월까지 전년대비 40% 가까이 늘어난 것은 일본 의 해외수입 확대에 힘입은 바 크다. 기술이전에는 인색하기로 이름난 일본 업체들이 중급이하이긴 하나 그동안 철저히 기피해온 일부기술을 제공하겠다 는 조건 까지 붙여 대한생산확대를 꾀하고 있다. 얼른 보기엔 일본 업체들이 크게 달라졌다는 인상까지 받을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수출자유지역인 마창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이 생산라인확충에 앞다퉈나서고있는 것도 대일주문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일본은엔고의 사슬에서 헤어나기 위해 생산 기기의 다국화를 앞당기고 있는것이다. 말하자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엔고로 상실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이다. 최근들어 일본반도체업체들이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조립생산을 의뢰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따라서우리나라는 수출이 확대되면 될수록 OEM비중도 함께 높아지게 마련이다. 일본은 엔고의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데 우리는 "곶감 빼먹기"에 바쁘다.

국내전자산업의상승무드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 어느정도 여력이 있을때 전자산업구조를 고도화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국내 전자산업이 허장성세로 끝나지 않으려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국내전자산업의미래는 경쟁력과 직결되는 신기술개발.품질개선. 생산시스팀 혁신이란 3대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편으로는첨단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품질제일주의로 기존의 틈새시장(니치마킷)을 철저히 공략, 기술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의 협공을 뿌리쳐야할 것이다.

이를 위한 처방전은 국제화.세계화도 좋지만 투자 확대를 통해 3대 과제를 앞당겨 실현하는 것이다.

어쩌면이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자막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80년대 후반의 호황세를 도약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뼈아픈 교훈을 되새겨 전자산업의 비전 만들기 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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