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지만 세계 각국이 정보혁명 시대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범국가적인 정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4월말에 한국정보문화센터가 파견한 시찰단에 끼어 싱가포르의 국가 정보기반 구축의 설계와 추진현황을 싱가포르 국가전산원(NCB)으로부터 브리핑 받고 싱가포르 텔리컴과 싱가포르 항만청의 자동화 현장을 시찰했다.
그들의 국가정보기반구축 목표는 명쾌했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역할 분담도 정부.민간에 걸쳐 잘 되어 있었다.
평균3분에 한 척씩 도착.출발하는 선박, 월50만대 이상의 컨테이너 취급 등 각종 선박의 효율적인 하역 및 통관업무를 위해 항구의 운영시스팀 (CIMOS), 터미널 운영시스팀(CITOS), 지원시스팀등 2백40여개 응용시스팀이 가동 되고있다. 말레이시아인. 중국인.인도인 등 여러 민족이 함께 살면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나라이지만 이질적인 문화와 생활방식이 되도록이면 하나의 국가 양식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1986년부터 국가정보화를 추진해 국가차원의 전략틀 즉 국가정보화기반구조(NII)을 갖추었다.
귀국후3주만에 다시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찾아갔다. 방문한 곳은 휴렛 팩커드.썬 마이크로시스템.실리콘그래픽스.히타치데이터시스팀즈사 등의 하드웨어 업체와 통신분야 3COM사, 그리고 관계형 데이터 베이스의 오라 클사와 인포믹스사 등이었다. 각사의 최고 경영층과 간부들로부터 미국의 국가 정보 기반 구축현황과 각사의 향후 발전계획에 대해 일주일간 설명을 들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경쟁원리를 존중하는 자유주의국가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나라의 추진 방식은 싱가포르와 달랐다. 이 나라에서의 정부는 명확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이 그 방향으로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걸림돌이 되는 기존 법규를 과감히 개폐하도록 입법기관과 협력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들은 경쟁원리만이 효율을 높일 수 있고 나아가서는 국민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정부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 정보교환이 잘 되도록 넷워크간의 표준을 정비하고 정보의 빈부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며 지적재산권이 보호되도록 하는 일에 여러가지 시책을 강구하려고 한다.
미국의정보기반구축의 목표는 첫째로는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정보교환을 쉽게 함으로써 자기가 원하는 어느 곳에서나 살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 는 데있다. 둘째로는 가장 좋은 학교와 교사 및 교육과정을 지역.거리.자원. 능력 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제공되도록 한다. 셋째로는 미국의 보건사회시스 팀을 개량하고 중요한 기타 사회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미국은결코 정부가 돈을 얼마를 투자해서 무엇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지는 않는다. 다만 커다란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대중을 향해 호소한다. 백악관 을 돕는 과학기술 정책실(OSTP)과 이를 보좌하는 연방 과학기술조정위 (FCCS ET)등의 기관들이 역시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가정보기반구축발의기구 (NII Initiative 산하의 정보기반실무위(IITF)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이러한행정부의 움직임에 호응해 28개의 민간업체들이 참여한 산업간실무위 를 위시해 여러 민간업체들이 정보고속도로 구축에 필요한 아키텍처와 핵심 기술개발, 기본표준설정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 만난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미국에 큰 변혁이 일어 나고있으나 아무도 명확한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크게 나누어보면 실익을 얻는 면에서 의료 및 보험을 전자적으로 연계해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팀을 비롯, 국방을 중심으로 정부구매 시스팀을 공급업체 와 전자식으로 엮어 제품개발에서 발주.납품.정산.사후관리.보수.교육 등을 정보고속망을 통해 온 라인으로 운영하려는 시스팀 등 많은 행정개혁이 일어 나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양방향TV나 주문형비디오(VOD)를 이용한 오락 및 영화.비디오.방송 등의 미디어 산업분야 또한 고속망을 중심으로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싱가포르나 미국에 뒤지지 않으려는 듯 계속 정보 초고속도로 구상을 발표하고 있으나 아쉬운 것은 이의 개발을 통해 얻으려는 효과가 무엇인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21세기까지 가는 길에 국가적으로 어떤 점을 개선해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분명하고도 전체 국민이 지지하는 전략이 발표되어야 하겠다. 다른 또 하나는 싱가 포르처 럼 정부가 계획해서 추진하는 방식보다는 미국식으로 민간 참여가 장려 되는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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