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닥의 구주조정 전략 전망

미국 이스트먼 코닥사가 과거의 영화를 되찾기 위해 새 출발한다는 각오로 필름을 갈아끼우고 있다. 사진사의 이름은 지난해 12월에 취임한 조지 피셔회장. 그는 재임기간동안 이미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이스트먼 코닥이라는모델의 몸매를 다듬어 건강미를 되찾는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포드 크라이슬러, 제록스, IBM등 한때 내로라하는 자태를 드러내던 모델들이 동맥경화에 걸릴 정도로 비만증에 걸린 체격을 가꾸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른 요즘의 상황에서 이스트먼 코닥도 무대에 올라 조명을 받기 위해 다이어트의 첫발을 내디뎠다.

대중에게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코닥은 브랜드이미지와 달리 경영 방식에 있어서는 관료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이며 배타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러한 코닥에 세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깊이있는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코닥이 사진 관련사업을 제외한 제약.가정의약부문등 3개부문을 매각한 것이 한 징조.

피셔회장은이를 비롯해 코닥의 장단기 비전제시등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응용수학분야 전공 자인 그는 화학이 기본인 코닥의 필름제조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다. 게다가 코닥은 변화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둔감하다.

지난10년동안 무려 다섯차례나 구조개편 계획을 발표했지만 코닥의 "속 구조 를 꿰뚫어 보고 수익개선 사업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경영자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잦은 실패와 투자자들의 압력속에서 이사회는 전임 케이 휘트모어 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모토롤러에 근무하던 피셔를 영입 했다벨연구소에 재직하다 지난 76년 모토롤러사 제조부문 책임자로 자리를 옮긴피셔는 페이저와 휴대전화등 무선기기 사업부문에서 유례없이 빠른성장을 기록 경영의 귀재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는회장직승낙 조건으로 주주들에게 급격한 변화는 기대치 말라고 못을 박았다. 한편 회사 대내적으로 그는 "코닥은 많은 장점이 있는 회사다. 나는 이들 장점을 최대한 살려 코닥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일부 종업원들로 하여금 피셔가 기업의 체질을 감원으로만 개선하려고 하는 삭감지상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자아내 불신으로까지 발전되기에 이르렀다.

긍정적인투자자들은 물론 비판적인 투자자들도 그에게 코닥을 바로 "화수분 "으로 만들어보라는 비아냥을 보낸다. 비용도 절감되고 수익이 크게 확대 돼 이익 배당도 급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피셔회장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만약 이 기대를 충족시켜줄 경우 그는 연대기 에 기록될 것처럼 비쳐졌다.

그러나 코닥이 가고자 하는 변화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엄격히 말하자면 코닥은 첨단 전자산업체로의 변모를 꿈꾸는 사진업계선두주자일 뿐이다. 사진은 은.할로겐을 포함하는 화학분야로 이 분야의 변화는 서서히 이루어지는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다.

코닥이진출하고자 하는 분야는 영상을 컴퓨터모니터상에서 디지틀언어로 전환 전송하는 기술로 진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쉽게 말하자면 이 두 분야는코끼리와 생쥐에 비길수 있다. 느린 코끼리인 코닥을 재빠른 생쥐로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코닥은이미 전자산업체로의 방향전환을 위해 상당한 자금을 이 부문 업체의 인수와 연구개발비등으로 지출했다. 지난 81년 언론사에 워드 프로세싱 시스 팀을 공급하는 아텍스사를 8천만달러에 매입,한해 1천만~2천만달러에 이르는계속되는 적자행진을 지켜보다 92년에 16분의 1가격으로 팔아버린 쓰라린 경험도 있다.

당시휘트모어 회장은 사업의 방향을 바꿔 88년 바이엘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제약업체인 스털링사를 51억달러에 사들였다. 그의 돈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 매입태도는 투자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연구 개발비로 1백억달 러를 쏟아부은 것에 비하면 이익은 그야말로 보잘 것 없었다.

이처럼실책이 거듭되는 가운데 한해 80% 이상씩 눈에 띌 만한 이익을 남기던 사진 부문마저 일본 후지사의 약진으로 70%까지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5년동안 계속되던 하락세는 지난해 필름제품가격 인하를 통한 비상판촉전략으로 일단 멈춘 상태이다.

올해 코닥은 기존의 골드브랜드보다 가격을 20% 낮춘 제품인 "펀 타임" 을 시장에 내놓아 반격을 가할 태세이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인하만으로 코닥의 성장조건이 총족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코닥은따라서 전자산업으로의 방향전환을 통해 부채를 줄여나가는 길을 선택했다. 전자 분야가 코닥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낮아 기반구축이라 는 의미이외에는 아직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전자분야에서의 성장 을 통해 어느정도의 적자를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코닥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코닥은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 터상에서 운용되는 디지틀 카메라 "퀵 테이크"에 채용되는 CCD(전하결합소자 )를 개발, 출시하면서 전자산업에서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코닥 은 CD에 디지틀 방식으로 사진을 저장할 수 있는 표준기술을 개발했다. 이제품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으나 부동산 매매 중개인 여행사등 중소기업쪽에서는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피셔는전자분야에서 코닥의 전통적인 방식인 고립보다는 제휴를 통한 방식 으로 업무를 처리해나갈 것이다. 그는 현재 전자분야 1억달러의 매출을 5년 안에 10억달러로 증대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피셔도강조하고 있지만 코닥의 전문분야는 아무래도 사진관련 부문으로 비록 미국시장에서의 이익이 침식당하고는 있지만 전세계적으로는 엄청난 잠재 력을 지니고 있다. 피셔는 외부에서 마키팅담당자를 영입, 중국 시장을 노크 할 예정이다. 브랜드인지도면에서 다른 업체를 압도하고 있는 코닥이니만큼필름마키팅분야에서는 제품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등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할 계획이다. 피셔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가 어떤 기술이든지 완전히 파악하고난 후에상품화시키는 사업가라고 밝힌다. 한마디로 경영에 관한 한 완벽하다는 것이다. 피셔 회장만이 사경에 빠진 자신들의 회사를 구해줄 것이라는 신뢰감이 코닥 직원들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모토롤러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에 코 닥도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지금피셔회장은 첨단 전자분야에서의 기반구축, 기업구조 조정과 자사의 주력부문인 사진분야 강화라는 세마리의 토끼를 쫓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과거추억만을 담아놓는 노란 통의 필름업체의 앞날에 관련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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