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매달 수백대의 컬러TV와 청소기를 일본의 마루만 백화점에 공급하고 있다. 마루만백화점의 상표로 판매되고 있는 이제품은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대우 전자는 자가상표로 마루만백화점의 진입을 시도했었다. 국내에서 튼튼한 제품으로 성가를 얻고 있는 탱크제품의 단독매장을 백화점에 차려 일본시장에 대한 고유브랜드 전자제품수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었다.
그러나마루만백화점의 반응은 이와 달랐다.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은 손색이 없으나 대우 브랜드이미지로서는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없다는것이었다. 일본 마루만백화점은 이미지를 고려, OEM방식으로 공급해 줄 것을계속 고집했다.
대우전자는일본에서 손꼽히는 유명백화점의 상표로 진출하는데 만족하는 선에서 마루만 백화점의 요구를 들어 줄 수 밖에 없었다. 일본시장에 대한 OEM 의 탈피를 겨냥, 야심차게 추진해온 "자가브랜드판매전략"의 좌절이었다.
이는한해 2백억달러이상의 규모로 세계6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전자수출의 현실이기도 하다.
결국OEM을 떼놓고 우리의 전자수출을 생각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삼보컴퓨터,금성사, 삼성전자, 대우통신, 현대전자등 PC 생산업체들도 최근 인텔사가 펜티엄 PC로서 성능향상이 가능한지를 평가하는 IVP(Intel Verific ation Program)시험을 통과한 486PC를 수출전략제품으로 삼고 현지의 유통망 을 통한 자가브랜드의 판매방식으로 미국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이들업체들은 컴퓨터 월드를 비롯, 컴퓨터숍등 외국유명잡지에 광고를 게재 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아니다.소프트웨어의 수출은 더하다. 초보자가 PC활용법을 스스로 배울수 있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U사의 경우 LA의 현지지사를 통해 이를 자가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은 현지의 교포 범주를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가브랜드의한국산제품이 해외시장에서 뿌리내리기가 쉽지않음을 보여주는사례들이다. 품질에 있어서는 손색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으나 직접시장에 파고들만한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
지난9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자생산규모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 영국에 이어 세계6위, 가전분야에서만보면 일본, 중국에 이어 3위에 이른다. 외형적으로 전자대국으로서의 위치는 높아지고 있지만 전자 업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정도는 오히려 더 커져만 가는 것이 우리 전자 업계의 현 실정이다. "왜" 라는 질문에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미국등 일부국가에 편중된 수출 구조, 기술 종속, 거액의 로열티지불 등을 그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으나 OEM위주의 수출 구조여서 수출을 많이하고도 이윤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그 첫째 이유로 꼽고 있다.
물론 교환기나 반도체 일부제품의 경우는 고유브랜드로 수출되고 있지만 수출주력품목인 가전, 컴퓨터등 대부분의 제품은 그렇지 않다.
미국,유럽등 선진국의 전자상가나 백화점등지에서 우리나라 가전 제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일본의 전자상가에서 우리 고유브랜드의 제품구경은 더욱 어렵다.
국내전자업체들이아직까지 OEM판매에 매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어떤 의미에서 국제화를 맞고 있는 전자업계의 상황을 고려할때 OEM 수출에 대한 지적은 오히려 진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전자업계가 국제화시대에 맞게 변신하기 위해서는 OEM위주의 산업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전자업계로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인 셈이다.
모든게다 그렇듯이 전자업계의 국제화에도 단계가 있다. 전자업계의 국제화 단계는 일반적으로 내수시장 추구에서 OEM수출-자사브랜드수출-해외직접투자 -해외생산거점의 넷워크화 등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물론국제화는 반드시 이러한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OEM수 출이나 자가브랜드수출, 현지직접투자 등이 경제상황이나 국가별 정책에 따라 병행추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국제화수준은 외관상으로는 수출확대 단계에서해외직접 투자단계로 이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론 OEM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이서 아직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성사,삼성전자, 대우전자, 현대전자등 종합전자업체를 비롯, 삼보 컴퓨터 , 큐닉스등 PC업체들이 지금까지 해외주문을 받아 대리생산을 하는 OEM 수출 로 기반을 다져왔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얼마전부터 OEM위주의 수출구조를 바꿔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OEM수출전환에 가장 발벗고 나서고 있는 업체들은 뭐니뭐니해도 가전업체들이 다. 금성사의 경우는 일본의 소니사나 마쓰시타 처럼 OEM관계를 맺었으면 서도 기술을 배울수 있는 업체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OEM수출을 피하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국제화전략의 하나로 지역별 브랜드마키팅전략을 구사, 자가브랜드수출 에 경영력을 집중하는 한편 히트상품을 개발해 자체상표의 이미지를 높여나가고 있다.
대우전자는92년 25%에 불과했던 자가브랜드 수출비중을 올해중 50% 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아래 자가브랜드지역을 기존의 미국 이외에 동구권, 중남미 아시아지역으로 다변화하는 동시에 해외광고와 AS강화로 브랜드이미지제고 에 힘쓸 계획이다.
이같은노력에도 불구, 자가브랜드 수출비중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정확하게파악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전자제품 자가브랜드수출비중이 절반 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게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는경쟁국인 대만보다 낮으며 자가브랜드비중 80%에 이르는 일본 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이다.
특히지역별로는 미국, 유럽, 일본 지역의 OEM수출비중이 다른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일본의 경우는 지난해 22억5천만달러 가운데 83%에 이르는 18억6천만달러가 모두 남의 상표를 붙인 OEM수출이다.
상표는상품의 얼굴이며 이름이다. 상표는 기업, 더나아가 그나라의 이미지 에도 영향을 준다. 때문에 OEM수출은 "얼굴없는 수출"로 비유된다.
그럼우리나라 전자 업체들이 OEM수출에 의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우리의 제품이 "중간 질의 싸구려"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가 브랜드수출의 전제조건인 브랜드이미지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지난해초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이 LA에서 사장단회의를 주재하면서 삼성전자의 VCR와 컬러TV가 해외시장에서 싸구려의 대명사로 되어 있다"고 지적 하면서 "일본의 마쓰시타사가 "파나소닉"과 "내셔널"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운것 처럼 삼성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개발하라" 고 지시했다. 이회장의 이같은 지적은 "한국산은 고급품"이라는 인식이 먼저 정착되지 않고는 어떠한 고유브랜드전략도 먹히지 않는다는 상식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가지가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시장정보 및 상품 기획력의 부재이다. 해외시장에서 자가브랜드제품의 성패여부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기획에 달려 있다. 물론 가전업체와 PC업체들이 수출주력지역인 미국, 유럽등지에 현지 디자인 및 연구개발센터를 설립, 현지인을 통한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세계적인 히트제품"을 개발하는데는 그 기반이아직 미흡하다.
값싼노동력을 앞세워 성장해온 우리나라의 전자수출은 OEM위주의 구조가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구조에 매달릴 수 없다.
후발국들의추격과 선진국의 적극공세가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것은 기술자립과 품질혁신으로 자가브랜드수출시장확대를 꾀하지 않으면 국 제화물결을 탈 수 없기 때문이다.
0EM위주의수출구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그동안 누려왔던 우리의 위상은 허물어질 수 밖에 없다.
우선OEM수출에 의존하면 바이어에게 이끌려 다닐 수 밖에 없어 수주가 불규칙하고 생산능력확대도 여의치 않다. 바이어들은 재고가 많다거나 판매 전망 이 불투명하다는 등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주문량을 줄이거나 거래선을 바꾸기 일쑤다.
가전업체한 관계자는 "바이어가 주문량을 줄이더라도 앞으로의 관계를 고려 해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출업체들이 바이어에 목매달고 있는 이상에서는 수주가 줄어도 불평할 수없는 입장이다.
그뿐아니다.마진확보가 어려워 채산성이 나빠진다. 최근 수년간 국내전자업체의 임금이 상당히 올랐으며 원자재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그렇다고 바이어가 주도하는 OEM상담에서 이를 반영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전자업체는 최근 수년간 생산원가는 오르고 수출가격에는 반영이 제대로 안돼 관리비 정도나 건지면 다행으로 이윤없는 수출을 하고 있다는게 업계관계 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또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OEM 수출은 동남아시아등 후발 도상국들에게 추격의 여지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가전분야에서보면 중국을 비롯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이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고 PC에서는 대만, 싱가포르 등이 벌써 우리를 앞서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국가별미국수입 시장점유율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88년 12.5%에 서 93년 8.3%로 낮아진 반면 말레이지아와 중국의 경우는 88년 2~3% 에서지난93년에는 각각 10.7%와 7.9%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것이바로 우리나라 전자 업체들이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후발경쟁국에 밀리고 있음을 반증해주는 사례이다.
바이어입장에서는웬만한 품질의 제품이면 가격이 낮은 공급업체를 찾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이미 값싼 노동력의 이점을 상실하고 있는 판이어서 OEM수출 로서는 이들 후진국을 따돌릴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아직까지 이들 후진국보다 품질면에서 앞서 있다는 이미지때문에 선진국 바이어들을 붙잡고있지만 후진국의 기술수준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이에 기대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게 전자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마지막으로OEM수출에 안주하게 되면 고유브랜드개발이 경시되고 기술종속에 서 벗어날 수 없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지만 바이어 주문대로 OEM생산만 하다 보면 디자인개발등 기술발전이 어렵고 상표개발이나 기술개발과 관련된인력양성도 쉽지않다.
이러한점때문에 전자업계는 이제 OEM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OEM에 의존 하면 채산성이 떨어짐은 물론 자가브랜드가 죽게되고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힐 수 없다. 또 광고를 포함한 유통 전략에 소홀히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금성사의수출관계자는 "종전 까지만해도 양산에만 치중해 왔으나 최근 들어기업이나 정부가 고품질의 제품생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자가브랜드전략으로 세계시장을 공략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OEM수출의대책은 자가상표개발뿐이다. 국제화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의 최대과제는 전자 업체는 물론 정부가 OEM위주의 수출구조를 자가 브랜드중심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업체는업체대로 해외유통경로에 직접참여, 유통거점을 마련하고 현지취향에 맞는 고급제품개발에 앞장서야 하며 정부는 정부대로 자가브랜드개발 업체에 게 각종 세제혜택과 함께 제품개발비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으로 지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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