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 양판점의 제품공급의 의미와 배경

가전3사가 그동안의 공급불가방침을 변경, 전국가전양판(주)에 제품공급의사 를 조심스럽게 밝힌 것은 95년의 유통시장전면개방을 앞두고 가전유통시장환 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가전3사는 지난 70년대후반이후부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사 제품을 취급하는 전속대리점이외에는 제품공급을 철저히 제한해왔다. 여기서 특별한 경우는 제품공급조건과 목표고객이 기존대리점과 다른 백화점이나 연금 매장 에는 제품을 공급했다는 뜻이다.

그러나각 사의 제품을 모두 취급하면서 가전대리점과 고객유치 경쟁을 펼칠수밖에 없는 "가전양판점"에 대해서는 제품공급을 금지해왔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국내 최대의 가전양판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랜드나 하 이마트매장에서도 가전3사의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이제품은 가전3 사가 직접 공급한게 아니다. 특정대리점에 의해 정책적으로 관리되고 있는것이다. 가전3사는 자사대리점의 타사제품취급을 절대 그냥 놔두지 않는다. 가전업체 내에서는 전속대리점 위주의 유통체제를 고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지 배적이었다. 이는 현재 가전 유통구조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현재 가전3사의 대리점들 은 모두 5천 여개에 이른다. 여기에다 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 하는 계열점 (전판상등) 비롯 오디오.소형가전제품의 전문대리점까지 합치면 국내가전유통망은 약 1만개나 된다. 이와 반대로 선진국유통업체인 양판점은전자랜드.하이마트 등과 각사의 가전제품을 모두 취급하는 소규모가전양판점 혼매점 을 포함, 30여개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전속대리점육성에 치중해온 가전업체들이 소규모양판점이 공동출자한 전국가전양판(주)에 기존대리점과 차별적 공급조건을 전제로 제품공급의사를 밝힌 사실은 기존의 유통체제를 뒤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 되고 있다.

이에대한가전업체들의 전국가전양판과의 거래에 대한 기본입장은 결코 흔쾌 한 것은 아니다. 유통시장환경변화와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는 상황 이라는생각이다. 할 수만 있다면 전국가전양판(주)과 제품 거래계약을 맺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가전업체들이 전국가전양판(주)의 제품공급요청을 조심스럽게 수용하려는 것은 유통시장의 환경변화요인에 의해 큰 영향을 받은 탓이다. 지난 70년대 이후 정부는 가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아래 가전업체들의 전속대리점체제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행정규제나 관리 감독 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개방화.국제화가 급진전되고 가전유통시장의 전면개방(95년7월1일)까지 목전에 다가오면서 "현상태"론 무한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분위기를 반영,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전 업체의 독점적 권리를 이용, 전속 대리점이외 유통업체에 제품공급을 거절하는 행위를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 조치하겠다는 예년에 볼 수 없던 강경책을 천명했다뿐만 아니다. 상공부는 상공부대로 대외개방에 앞서 국내 유통업체들의 경쟁 력제고차원에서 유통지원자금조성에 발벗고 나섰다.

이러한일련의 움직임은 정부정책의 무게중심이 종래 가전3사에서 유통 업체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반적인사회환경변화도 가전업체들의 태도변화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선진국의 가전유통은 경제사회환경의 발전보다 앞섰다.

이와반대로 우리나라의 가전유통산업은 그동안 사회제반환경의 변화보다 다소 느리게 발전해왔다.

그러나최근들어 경제성장, 소득수준의 향상만큼이나 가전유통업의 잠재력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매출신장과 매장의 대규모화로 대표되는 양적 팽창시기를맞고 있다. 90년대초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대형제품 수요의 급증, 자신의 생활을 즐기고 향상시키는데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일련의 유통 환경변화 도 가전업체의 체질및 구조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일반 소비자들의 가전제품구매패턴변화가 가전업체들의 "구태로 부터의탈피 를 재촉하고 있다. 과거 소비자들은 특정가전업체의 제품을 구매 하는브랜드위주의 구매패턴이었으나 최근에는 각 회사간의 제품특성이나 기능.디자인 등을 종합평가, 브랜드에 상관없이 자신의 요구에 부합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패턴으로 전환되고 있다.

가전업체들이전국가전양판(주)에 대한 제품공급의사를 밝힌 사실을 놓고 무조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가전업체와 대리점, 또는 대리점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전국가전양판(주)에 대한 제품 공급을 계기로 그동안 전속대리점체제의 가전유통구조가 붕괴, 유통시장에 일대변혁 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긍정적인 면에서 보면 양판점매장에서 공식적으로 각사의 제품을 모두구비 판매함으로써 고객들의 제품구매선택 폭을 넓혀 줄 수 있다. 또한 가전업체 주도하의 판촉행사에서 탈피, 양판점 나름대로 지역.고객특성을 고려 한 독창적인 판촉행사와 가격결정으로 경쟁력을 높여 갈수도 있다.

그러나부정적인 요소도 간과할 수 없다. 가전업체의 85%정도를 판매해주던전속대리점들이 "나름의 장사"를 위해 일거에 전속대리점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동안 전속대리점으로서 가전업체의 성장에 견인차역할을 해온 일부대리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도 없는 실정이다.

국제화.개방화 시대에 발맞춰 우리의 가전유통구조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했을 때 이번 가전업체의 전국가전양판에의 제품공급을 놓고 해결해 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가전업체와 전국가전양판간 제품공급을 둘러싼 문제가 양측의 "명분싸움"이 되어서는 안된다.

일본의경우 가전유통시장은 벌써 10여년전에 대리점위주의 유통구조에서 양판점위주로 요즘에는 디스카운트스토어 등 신종유통형태의 출현으로 급속히 발전해 가고 있는 만큼 우리도 이러한 변화를 예상, 지금부터라도 이해 당사 자인 가전업체.양판점.대리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금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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