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새설계,부품연 김정덕 소장

평택벌 한가운데서 제2의 도약을 꿈꾸며 용틀임을 준비하고 있는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 KETI . 이 연구소 수장인 김정덕(52)소장의 갑술연은 지난해와마찬가지로 바쁜 가운데 열렸다.

"사실지난해에는 눈코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연구소 이전을 계기로 연구소 의 내실화를 다져나가는 한편 정부의 장기거점 4개프로젝트의 기초를 마련하고 또한 우루과이라운드(UR)파고로 갈피를 못잡고 있는 중소부품업체들을 지원하는 등 정신없었습니다. 올해 1년만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면 탄탄한 뿌리 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택 새사옥앞의 넓은 운동장에 파란 잔디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할 쯤이면 부품연은 국내전자부품기술의 메카로 그 탄탄한 기반을 다져나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 부품호를 이끌고 있는 김정덕소장에게서 94년도 사업 계획을 들어본다.

-부품연이올해 집중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올해 부품연구소의 사업은 크게 4가지로 이루어집니다. 장기거점 기술개발 과제를 중심으로한 기술개발사업과 중소기업지원.연구소기반구축. 그리고 국 제화에 대비한 국제협력사업강화 및 기술정보력확충 등이 올해 사업의 큰 골격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 사업추진을 위해 올해만 약 2백30여억원이 투입 될 예정입니다.

부품연은이들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실무력증진을 목표로 올초 조직개편을 단행, 2본부 4사업단 9실 6과의 연구조직을 구축했습니다.

올해추진해야할 사업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부품연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할 분야로는 국가 전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장기거점 4개 과제가 손꼽힐 수 있습니다.

특히HDTV의 후속 대형과제로 가전 4사와 지난해말부터 본격 추진 되기 시작한 "차세대디지틀VCR 및 캠코더개발사업"은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품목이기도 합니다.

이과제는 사실상 미리 발표해서는 안될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미쓰비시. 소니와의 특허문제도 걸려있고 또 이들이 국내 업계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과제는 디지틀시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반드시 이루어져야하고 또 내용적으로도 부품까지 완전국산화가 이루어 지지 못하면 다가올 디지틀시대에 낙오자로 전락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부품연은 4개사와 긴밀한 협조하에 이 과제에 전념하겠습니다.

이를위해 우선 오는 5월말 까지 공업기술기반자금 1억9천여만원을 투입, 세부계획을 완료하고 이를 토대로 4개업체와 연계해 기술을 개발해 나가겠습니다 상공부측 자료에 따르면 오는 98년까지 총 1천억원이 디지틀VCR및 캠코더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밖에ATEL사업단 주도로 유럽형및 북미형 디지틀이동통신단말기와 핵심 부품 까지를 개발해 내겠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출연금을 합쳐 오는 95년 까지총3백39 억원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또 멀티미디어기술개발쪽에서도 오는 97 년까지 총 1천억원을 투입, MPEG Ⅱ칩과 소형휴대통신용 멀티미디어컴퓨터를개발할 예정입니다. 이 분야는 특히 방송국들이 자체정보를 CD타이틀 사업으로 연계시킬 의도를 비추고 있어 주요방송국의 참여가 기대되고있는 분야 입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되는 CATV방송국설립에 필요한 한국형CATV 시스팀의 원활한 적기공급을 위한 운용시험을 실시하는 한편 올해말까지 13억원을 투입 해 국산개발CATV기기의 시험평가실시및 측정절차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들4개 핵심장기 거점과제외에도 중소기업들의 애로기술과제로 한국형PC유 닉스개발을 비롯해 분산처리도면관리시스팀개발.SMD솔더링.비전 검사 시스팀.

이형부품조립검사용지능형로봇개발 등 10개애로기술을 선행개발할 방침입니다. -사업이 축소된 "일렉트로21"의 주관연구기관으로서 부품연의 입장은.

*일렉트로21사업은 기술개발부문만 과다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사실상 부품 별로 전문화하겠다는 의지가 더 컸습니다. 예를 들어 모터는 2개업체가 하는식으로 가는 거죠. 또한 국내업체들이 개발해 생산하면 일본이 덤핑 치고 나오는데 이것을 어떻게 보호해야할 것인가라는 기술보호 문제도 컸습니다. 이들 두개부문이 기술개발자체에 파묻혀 평가절하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제도 적 장치를 마련해 다시한번 뛰어 볼 생각입니다.

-부품연구소는 설립초기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열의가 매우 높았 던걸로알고있는데 중소업체들에 대한 지원방안은.

*중소 기업에 대한 지원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계획을 중심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다각적으로 실시해나갈 계획입니다.

우선10개과제의 기업 애로기술을 선행개발하는 외에 올해안으로 전자부품신뢰성시험센터내에 환경시험및 계측장비를 도입, 시험실을 구축해 중소업체의 상품경쟁력을 높일 생각입니다.

또한며칠전에 개소식을 가진 주문형반도체(ASIC)설계센터에서는 오는 97년 까지 중장기발전계획을 세워 중소기업들이 필요로하는 ASIC을 집중개발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파일럿 플랜트를 설치해 중소업체들의 상품화부담을 줄여나가는 한편 애로기술진단및 지원사업을 예년의 두배 가까이 늘리겠습니다.

무엇보다도중요한 것은 다른 연구소와는 달리 기업체를 위한 선투자를 아끼지않겠다는 것입니다. 기업체들은 부품연의 기술을 가지고나가 상품화를 하고 이익을 남긴 다음에 환수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기업체의 자금압박을 덜어주자는 것이 기본취지입니다.

공정개선을통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기업에게는 5백만에서 5천만원까지 무이자 무담보 1년 거치 3년상환조건으로 빌려주겠습니다. 사실 기술제안서를내기조차 어려운업체가 많은 것이 중소기업계의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하려고 하는데는 집중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이 자금은 체신부가 한국 통신주식배당금으로 부품연에 92년부터 96년까지 매년 1백억원씩 총5백 억원을 지원하는 자금이다).

-부품산업이현재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부품개발이 왜 중요한지 아직도 업계인식이 부족한데 부품개발연구소수장으로서의 견해는.

*부품산업은 절대로 키워야하는 산업임에 틀림없습니다. 국내 총수출의 3분 의 1을 전자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중 절반이 부품쪽입니다. 시스팀 수출 을 하면 이익이 별로 안남습니다. 부품에서 남는 거죠. 전자산업구조도 부품 쪽을 강조해야 합니다. 부품은 특히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2등을 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업체와 함께 힘써야 할 겁니다.

일본은이제 기술이전을 절대로 안합니다. 칩저항기의 경우만 보더라도 기술 이전을 안하는 바람에 본 연구소 로병옥 박사가 주축이되어 장비까지 국산화해 양산체제를 갖추었습니다. 이렇게 하지않으면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입니다. -UR파고에 직면한 국내업계의 대책이 있다면.

*우선 걱정이 앞섭니다. 97년이 되면 정부의 보조금지원이 상품화기술 개발 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이제는 투자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부품연의 설립으로 정부는 업체에 UR돌파를 위한 큰 열쇠 를 만들어줬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이 열쇠를 가지고 UR의 기술 장벽을 넘고 국제경쟁력을 높여 부품입국으로 나가는 것은 연구소의 연구원뿐 만아니라 업체의 몫이기도 합니다.

그런데아직도 투자마인드가 확산되지 않았습니다. UR타결로 97년이 되면 정부의 허용보조금이 기반기술연구는 50%까지, 응용연구는 25%까지 줄어들고상품개발쪽에는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주지못합니다. 97년 이후를 대비해서 기반을 빨리 확충해야될 것입니다.

-부품연의국제화 전략은.

*국제화시대에 대비해 대만의 공업기술원국제협력단과 기술 협약을 맺고 곧발표할 예정입니다. 또한 중국 청화대와 반도체재료쪽을 협의하는 한편 일본 .미국의 대학들과도 인력교류및 공동연구를 모색해나갈 방침 입니다. 국제화 는 분명히 해야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연구생산성제고를 위해 외국의 유명대학들과 교류하면서 점진적으로 국제화여건을 조성해나갈 생각입니다.

-신설 연구소로서 연구원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 고민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연구원들에 대한 복지개선대책은.

*부품연은 중소기업 지원의 일환으로 연구원1인이 2개중소기업을 맡아 직접 중소기업을 찾아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같은"몸으로 부닥치는" 연구지원활동이 최근들어 중소기업들로부터 좋은반응을 얻고 있어 매우 기쁩니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연구지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데다 또 단체니 연구기관이니 지금껏 문턱이 높아 고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 연구원들의 경우는 연구업무와 격무에 시달리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1당10의 소수정예화로 연구생산성을 극대화시켜 세계적인 연구소로 발전 시켜나가는 것이 기본방침입니다. 그러나 연구원들의 복지후생이 개선되지 않고는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중 박사급 10여명을 포함해 40여명의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한편 연구원들이 대학에 나가 출강도하고 공부도 할 수 있도록 해볼 생각입니다. 또한 인센티브제도를 강화하고 창업지원사업도 병행 해 실시함으로써 연구원들이 연구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연구소의 평택이전으로 상당수 연구원들이 주택문제로 고민 하고있습니다. 기금이 있으면 무이자로 주택자금융자를 해주고 싶은데 아직 까지는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이경동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