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상공을 운항하던 여객기들이 잇따라 폭탄 테러 협박을 받으면서 항공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항공편에는 전투기가 긴급 투입되는 등 유럽 곳곳에서 항공 운항 차질이 빚어졌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덴마크 코펜하겐과 아일랜드 더블린, 핀란드 헬싱키,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밀라노, 폴란드 바르샤바 등에서 출발한 여객기 27대 이상이 이날 허위 폭탄 위협을 받았다.
이틀 전과 비교하면 관련 신고가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 3일에도 유럽 여객기 7대가 폭발물 설치 협박을 받아 항공편이 긴급 회항하거나 비상 착륙하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에어링구스와 위즈에어, LOT항공, 핀에어, 이지젯, 이베리아항공 등 여러 국적 항공사가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았다. 상당수 항공기는 당초 예정된 도착지가 아닌 다른 공항으로 이동해 보안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조사 과정에서 폭발물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 헬싱키를 떠나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던 핀에어 여객기도 운항 도중 기내에 폭탄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해당 항공기는 긴급 출동한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착륙했다. 이탈리아 당국이 기체 내부를 살펴봤지만 폭발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핀에어는 “소속 항공기 2대가 사실무근인 폭탄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더블린발 로마행 에어링구스 여객기도 폭발물 신고로 프랑스 북부 에브뢰 공군기지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기내에는 승객 등을 포함해 151명이 타고 있었다. 탑승객들은 10명 단위로 나뉘어 프랑스 항공 보안 당국의 확인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경찰은 프라하에서도 폭탄 위협이 제기된 항공기 4대가 긴급 착륙했으나 수상한 물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하던 여객기 역시 협박을 받았지만 특이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경찰도 빈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편 4대가 위협 대상이 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해당 항공편의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밀라노에서 바르샤바로 향하던 위즈에어 항공편은 폭탄 신고를 받고 비행 경로를 변경했다. 불가리아에서도 코펜하겐과 마드리드 등에서 출발한 여객기 3대가 폭발물 위협에 따라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소피아 등으로 긴급 이동했다.
스페인 국가헌병대는 20분도 지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에어유로파 항공편 2편 등을 대상으로 한 폭탄 테러 협박 이메일 3통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AFP와 안사통신 등은 이날 접수된 여러 협박 메일에 러시아 극단주의 단체로 알려진 '남성 국가'(Male State)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메일에는 “60분 뒤 폭발할 것이다. 오늘 너희의 하늘은 붉게 물들 것”, “페미니스트 정권은 이를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 등의 위협적인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단체가 실제 협박에 관여했는지, 메일에 적힌 서명이 진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포스톨로스 치치코스타스 유럽연합 교통 담당 집행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재로서는 각 사건이 서로 연결돼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민간인을 겨냥한 어떤 위협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 발생한 항공기 폭탄 협박에 이어 슈퍼마켓 냉장·냉동 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까지 잇따르면서 러시아가 서방 사회의 혼란을 유도하기 위해 이른바 '하이브리드 공작'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원격으로 슈퍼마켓의 냉장·냉동고 온도를 최고 55도까지 끌어올린 사이버 공격은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웨덴,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핀란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독일, 영국 등 최소 11개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웨덴은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이날부터 내년 5월 11일까지 6개월간 국경 통제를 다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환경이 악화하면서 하이브리드 위협이 발생하고 있다”며 “적대 세력이 솅겐 지역 내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