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패배한 직후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 전쟁을 패인으로 지목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선거 패배를 계기로 백악관 내부의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8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밴스 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4일(현지시간) 밴스 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가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는 바로 전쟁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어젯밤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전쟁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향후 6년간 상원 주도권을 내줄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어디 한번 해보라”고 적었다. 이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비용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최소한의 솔직한 태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이란 전쟁을 공화당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직접 지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직전 유세에서 전쟁 비용을 '푼돈'이라고 표현하고, 선거 이후에도 전쟁을 시작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밴스 부통령은 공화당 지지층의 투표 참여율보다 기존 트럼프 지지자들의 이탈에 주목했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밴스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 상당수가 이번에는 민주당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란 전쟁과 높은 생활비, 인플레이션,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 등을 유권자들의 불만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밴스 부통령은 전쟁을 조기에 끝내야 한다는 자신의 기존 입장이 타당한 조언이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이란 전쟁의 장기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그는 전쟁의 조기 종결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의 한 고위 자문관은 일부 관리와 참모들이 밴스 부통령의 게시글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외교정책상 결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발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선거 패배 책임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졌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번 선거 결과를 공화당에 대한 사실상의 재앙이라고 평가하며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 고위 공직자의 주식 거래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낸 밋 롬니 전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부패 문제를 패배 원인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참모를 지낸 믹 멀베이니 역시 선거 전략이나 여론조사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으로 선거를 치른 결과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는 관련 질문에 “그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있다”며 밴스의 진단이 대체로 사실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다만 이란 전쟁에 대해서는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방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선 문제를 언급하면서는 “누가 출마할지 모른다”며 “어쩌면 그(밴스)가 출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8년 공화당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밴스 부통령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밴스 부통령의 이번 발언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는 백악관 내부 일부 인사들이 게시글이 올라오기 전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대다수 고위 참모진은 갑작스러운 공개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간선거 패배 이후 공화당 내부에서 전쟁과 경제 정책을 둘러싼 책임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밴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면서 백악관 내부의 정책 갈등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란 전쟁의 향방과 공화당의 향후 노선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