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33개 지역에 가짜 핵공격 경보…우크라이나엔 화학무기 경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급재난 경보 애플리케이션(앱)이 잇따라 해킹돼 핵공격이 발생했다는 가짜 경보가 발송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공포에 빠지기보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해당 경보를 조롱하기도 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 양국의 긴급재난 경보 앱이 해킹당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사건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 앱은 평소 미사일과 드론 공격 등 각종 위험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이번 해킹으로 실제 상황과 무관한 핵공격과 화학무기 관련 경보가 전송됐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 1일 밤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핵공격과 화학무기 위협, 시가전 발생 가능성을 알리는 가짜 경보가 발송됐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오레시니크'가 배치됐다는 허위 메시지도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공습경보 앱이 적대 세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방사능 위협은 없다. 침착하게 공식 채널의 안내를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공습경보 프로젝트 책임자인 스테판 타나시이추크는 앱 기능을 단계적으로 복구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추가 보안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2일 새벽 공식 모바일 앱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아 전국 33개 지역에 허위 경보가 발송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러시아 전 지역을 향해 핵탄두가 발사됐다”는 내용과 함께 욕설이 담긴 경고 문구까지 포함됐다.
러시아 당국은 해커가 악용한 보안 취약점을 확인했으며, 앱 기능을 복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 긴급 경보는 사이렌과 확성기, 문자메시지, 언론 방송 등 여러 경로로 전달된다며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부 기관의 모든 전자 시스템은 지속적인 사이버 공격 위협에 노출돼 있다”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이버 공격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짜 경보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상당수는 메시지의 내용이 터무니없다며 소셜미디어(SNS)에 농담과 풍자 게시물을 올렸다.
한 러시아 이용자는 “너무 황당하게 작성돼 있어서 진짜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는 “아침에 일어나 스레드를 열었더니 온통 이 이야기뿐이었다. 다행히 가짜였다”고 전했다.
경보를 받지 못했다는 이용자에게는 “선택받은 사람들에게만 전달된 정보다. 걱정하지 마라. 당신은 해킹당할 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농담도 등장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주민은 시가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가짜 경보를 두고 “우리 시장이 복싱 선수라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전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 출신인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을 빗댄 발언이다.
반면 국가가 운영하는 경보 시스템의 보안 수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러시아 이용자는 “앱을 삭제했고 다시는 이런 앱을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해킹에 취약한 상태로 방치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CNN은 이번 사건이 시민들의 조롱을 불러일으켰지만, 양국이 여전히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조기경보 체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을 중재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는 오는 10~1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양국 간 실무 협상을 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