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첨단화 주역 국가슈퍼컴퓨터]38년 간 韓 발전 이끌어...누리온 누적 작업 1600만건 초과

통상 '세계 500위' 내에 드는 성능의 컴퓨터를 말하는 슈퍼컴퓨터는 각종 연구개발(R&D)에 필수 인프라가 된 지 오래다. 1960년대 첫 등장 이후 줄곧 활용 영역이 확대됐고 막대한 계산이 요구되는 분야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됐다. 더욱이 인공지능(AI) 활용이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그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슈퍼컴퓨터를 우리나라에 알린 시초가 '국가슈퍼컴퓨터'로, 지금껏 국가 차원의 계산 자원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6번째 국가슈퍼컴퓨터 '한강' 정식 가동이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그간 국가슈퍼컴퓨터의 면면과 성과, 의의를 되새긴다. 〈편집자주〉

Photo Image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국가슈퍼컴퓨터는 그 이름처럼 민간이 아닌 나라가 구축하는 슈퍼컴퓨터 시스템이다. 나라로부터 '국가초고성능컴퓨팅센터'로 지정받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원장 이식)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장관 배경훈) 지원에 힘입어 국가슈퍼컴퓨터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역사적인 첫 국가슈퍼컴퓨터(CRAY-2S) 도입은 38년 전인 1988년. 슈퍼컴퓨터가 첨단기술 집약적인 산업구조 구현에 꼭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처음 등장했다. 이후 수 년 주기로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며 매시기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정보통신 강국으로의 여정에 동반자가 됐다. 막강한 연산 자원을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 등 주요 R&D 현장에 제공해 경쟁력 확대의 기반이 됐다.

Photo Image
국가슈퍼컴퓨터 1~5호기 개요

전체 국가슈퍼컴퓨터 모두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며 대한민국 기술 발전의 역군 역할을 했다. 그 중에서도 5호기 '누리온(Cray CS500)'은 특히 빛났다.

현재 성능의 '황혼기'를 맞았지만, 도입 시점인 2018년 당시에는 슈퍼컴퓨터 톱500 중 11위를 차지했다. 당연히 성능도 훌륭했다. 직전 4호기보다 70배 빠른 25.7페타플롭스의 실측성능을 보였다.

이런 누리온이 구축된 2018년은 한창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던 시기였다. 누리온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인프라로써 전에 없던 활용도를 보였다. 초거대 과학문제 해결, 기업 신제품 개발, 국가 사회 현안 해결 등 다양한 쓰임새를 보였고 수혜자도 막대하다.

가동 초기부터 최근까지 슈퍼컴퓨터 활용을 통한 R&D 혁신을 위해 총 1730건에 달하는 연구 과제 지원이 단행됐다. 이는 4호기 지원 과제의 2배에 달한다. 지난달까지 209개 기관, 6976명의 이용자가 누리온을 활용했다. 누적된 사용자 작업 건수는 1634만건을 초과한다.

최상위 논문 게재 등 양질의 과학기술 성과 창출도 잇따랐다. 세계 3대 저널인 네이처·사이언스·셀(NSC)에 누리온을 활용한 연구 논문 70편(자매지 포함)이 게재됐고, SCI(E) 논문도 1520편에 달한다. JCR 상위 5%에 해당하는 저널에 실린 논문은 329편, 상위 10% 저널 기준은 664편이다.

Photo Image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누리온, 뉴론) 지원 실적과 연구 성과

다양한 첨단 영역에서 연구 성과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몇몇 대표적인 성과를 살펴보면 서동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등 연구진은 누리온 계산자원에 힘입어 지난해에 화재 걱정 없는 '전고체전지'의 기술 장벽을 넘는데 성공했다. 5V 이상에서 상온 작동하는 전고체전지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는데, 누리온을 이용한 제일원리 계산으로 연구의 핵심인 불화물 전해질의 리튬 이동 경로와 염소 치환의 역할을 밝혀냈다.

이환규 단국대 교수는 누리온을 활용해 암세포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누리온의 연산 능력으로 혈액 내 단백질과 약물 전달체인 리포솜 간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했다. 이 성과는 암세포만 표적으로 삼는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날로 심화되는 기후문제에 대응하는 연구 성과도 있다. 해당 분야는 막대한 계산 자원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분야로, 안순일 연세대 교수는 누리온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시뮬레이션으로 '기후 이력현상(과거 과정이 이후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연구해 주목을 받았다.

Photo Image
국가슈퍼컴퓨터 5호기

우주 분야 성과 다수도 누리온의 힘을 빌었는데, 특히 김웅태 서울대 교수는 KISTI 연구진 및 누리온과 함께 구면좌표계에서 천체의 자체중력을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기존 방식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중력 계산을 수행하면서도 오차를 0.1% 미만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국가슈퍼컴퓨터를 운영하는 KSITI는 이런 지난 주요 성과들을 앞으로 6호기 한강에서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식 KISTI 원장은 “정부와 KISTI는 누리온을 비롯한 그동안의 국가슈퍼컴퓨터를 통해 많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혁신을 이루고 연구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그동안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슈퍼컴퓨터 6호기 역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