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의 넥스트 거버넌스] 〈30〉한국증시와 프랑스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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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前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올해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이 하나의 장면으로 겹쳐 보였다. 여의도 증시의 급등락과 바다 건너 프랑스 거리의 분노다.

대한민국 경제는 기록적인 숫자를 쏟아내고 있다.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까지 끌어올렸다. G20 국가 중 가장 큰 상향 폭이다. 수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증시 역시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수출을 주도한 반도체 산업의 호황은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집중으로 이어졌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두 기업이 차지할 정도였다. 정부는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보다 상승장을 대한민국 경제 전체의 번영인 양 내세우며 편승했다. 그리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문까지 열어젖혔다. 균형을 설계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쏠림을 부추긴 것이다. 그 사이 수많은 우량기업은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극단적인 쏠림 속에 증시가 곤두박질치자 개인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프랑스에서는 청년들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열악한 학교 교육환경과 교원 부족에 대한 항의는 생활비 부담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대한 불만과 맞물려 규모가 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폭력 사태로 번졌다. 문제는 시위 배경인 경제·사회적 불안의 해법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권력으로 당장의 폭력은 제압할 수 있지만, 재정 여력이 부족하고 성장동력마저 약해진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단시일에 되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필자에게 두 사건은 하나의 경고로 다가왔다. 자본과 기회가 소수에게 집중되고 국가가 그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하면, 시장의 건전성이 흔들리는 데 그치지 않고 누적된 사회적 불만이 국가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의 본질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소득의 격차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자산의 격차가 기회의 격차로, 다시 다음 세대의 자산 격차로 굳어지고 있다. AI는 이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 기술과 자본을 가진 쪽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지만, 노동소득으로 자산을 쌓아온 사람들은 일자리의 격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소외된 사람들이 노력해도 미래를 바꿀 수 없다고 믿는 순간, 사회를 지탱하던 신뢰가 무너진다. 두려움이 쌓여 분노가 되고, 분노마저 무력해지면 절망이 남는다.

그렇다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세와 복지를 통한 재분배, 즉 이미 벌어진 격차의 사후 보정만으로는 자산과 기회의 대물림을 끊을 수 없다. 국가 운영의 중심을 부의 재분배에 머물지 않고 부를 창출할 기회까지 넓히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해법은 불균형을 바로잡고 새로운 기회의 통로를 여는 것이다. 자금이 소수 대기업에 몰리는 자본시장에는 혁신 중소·중견기업으로 흐르는 투자의 사다리를, 부모의 자산이 출발선을 정하는 세습의 구조에는 청년이 스스로 자본을 만들고 실패해도 다시 오르는 기회의 사다리를, 기술 격차가 새로운 신분이 되어가는 AI 시대에는 청년 창업가와 지역 기업, 독립 연구자가 컴퓨팅 자원과 사업화 기회에 닿는 접근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이는 복지의 확대가 아니라 성장 주체의 확대다. 한정된 자본을 소수에 몰아주던 압축성장은 어제의 성공 방정식일 뿐이다. 국가가 할 일은 승자를 미리 고르는 것이 아니라 도전자를 늘리는 것이다. 소수가 이끄는 성장은 빠르지만, 다수가 참여하는 성장만이 지속 가능하다.

국가에 필요한 것은 국민을 잠시 들뜨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화려한 성과 뒤에 숨은 위기를 외면하지 않는 책임감과 곪아가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내는 실력이다. 불균형이 굳어지기 전에 구조를 바꾸고 성장의 기회 자체를 넓히는 것. 그것이 양극화 시대에 넥스트 거버넌스가 증명해야 할 국가 운영의 역량이다.

이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前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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