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정보화에 다소 늦게 출발했지만 빛의 속도로 따라 잡아 세계 정상에 우뚝 선지 오래다.
이를 뒷받침한 것은 정보시스템 효율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의무적으로 실시해 온 감리제도였는데, 우리는 다른 나라 감리를 참고로 해 가장 뛰어난 감리기법과 체제를 제도화했다.
정보화 분야에서 국제적 명성이 높아지고 우리가 해외에 진출해 국가 기본 인프라에 해당하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주면서 감리도 함께 실시함으로써 우리 감리제도 우수성을 실증해 왔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은 우리나라 해외 정보화 사업 주요 고객 중 하나인데 그들은 우리나라 외에도 다수 국가와 손을 잡고 여러 가지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국가 대민포털 '툰둑(Tunduk)' 구축과 정보 연계 허브 확충 그리고 2026년 '디지털법전' 시행 및 거버넌스 재편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전환(DX)을 향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에서 디지털 정부 서비스가 양적으로 크게 확대됨에 따라 예산 낭비, 시스템 중복 개발, 불완전한 요구사항, 사업 후 결함 발생 등 공공 정보화 사업이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관리적·기술적 위험도 나타났다.
그들은 우리가 구축한 정보시스템들에 대해 감리를 철저히 시행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에 대처해 온 점에 주목해 그들도 디지털 정부 신뢰성과 품질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 장치가 바로 '정보시스템 감리제도'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한국은 지난 40여년간 법정 의무 감리, 공인 자격 제도, 표준 감리 프레임워크를 연계해 공공 IT사업 품질 보증 체계를 구축해 왔던 것이고, 키르기스스탄은 자국 내에서 우리가 감리까지 실시하면서 구축한 시스템들이 원활하게 작동되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감리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이에 한국 감리 제도(K-감리)를 도입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KOICA 지원을 받아 제도 설계에 착수했으며, 고위 공무원을 포함한 교육생들을 한국에 보냈다. 우리나라 정보시스템감리협회는 그 교육을 담당함과 아울러 키르기스스탄 요청에 따라 MOU를 체결하고 모든 필요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감리기법은 교재나 강의를 통한 학습만으로 배양되는 것이 아니고 실제 현장에서 감리를 수행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협회는 소속 감리법인과 감리인력들이 보유한 역량을 전수해 주기로 한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에 K-감리를 성공적으로 도입·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현지 여건에 맞춘 전략적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현지 국가표준(GOST 34)과 맞물리는 단계별 감리 체계의 정립이다. 한국 요구사항-설계-종료 3단계 감리 모델을 키르기스스탄의 GOST 34 표준 프로세스(기술과제서 TZ→기술설계→시험운영→인수)에 차용·결합해야 한다. 특히 시스템 구축 후 결함을 발견하기보다 설계 및 기획 단계에서 문제를 조기에 발견·수정함으로써 수정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조기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기획 단계 '중복성' 및 '예산 산정' 감리 강화다. 키르기스스탄 공공 정보화의 대표 페인 포인트(Pain Point)인 부처 간 유사·중복 시스템 구축 문제와 비합리적 예산 편성을 해결하려면, 사업 착수 전 기술과제서(TZ)와 국가 정보시스템 카탈로그를 비교 검증하는 '기획감리'를 필수화해야 한다. 이는 국가 예산의 낭비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사전 통제 장치가 될 것이다.
셋째, '과업이행 대비표' 중심의 객관적 적합·부적합 판정 체계 도입이다. 감리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계약상 과업지시서와 최종 개발 산출물을 1:1로 검증하는 대비표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감리 결과 지적된 부적합 사항이 시정조치 과정을 거쳐 완전히 해소됐음을 확인한 후 발주처가 검수·인수를 진행하는 피드백 루프(Closure)를 확립해야 한다.
넷째, '역량 우선, 단계적 법제화' 전략이다. 한국 역시 10년 이상 전문 인력 양성과 감리 수행 경험을 축적한 후 법적 의무화를 본격 시행했다. 키르기스스탄 역시 주요 국가 공여 사업 및 파급력이 높은 공공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시범 감리(Pilot)를 우선 실시하고, 감리원 기술 역량 확충 및 민간 시장 여건 조성에 발맞춰 내각 결의와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디지털 전환 성패는 단순히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있지 않고, 만들어진 시스템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작동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에 구축감리와 함께 운영감리도 도입돼야 한다.
독립적 제3자 관점에서 기술과 품질을 검증하는 정보시스템 감리제도가 키르기스스탄에 연착륙한다면, 이는 키르기스스탄 디지털 정부 투명성과 안정성을 지탱하는 견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조창희 한국IT정책경영학회장 lawworld@naver.com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