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이종석·신동빈 물리·광과학과 교수팀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자성을 띠는 얇은 금속막의 자기적 방향을 반대로 바꾸면 맞닿아 있는 전기 절연체에서 열이 전달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반도체 등 전자소자가 작아지고 내부에 더 많은 부품이 집적되면서 발생한 열을 효율적으로 배출하고 조절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에서도 열은 이동한다. 고체를 이루는 원자들이 진동하며 주변으로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열을 운반하는 원자들의 집단적인 진동을 '포논(phonon)'이라고 한다.
포논 중에는 원자들이 회전하듯 진동하는 특성을 지닌 것도 있다. 공동연구팀은 이러한 진동의 회전 성향과 카이랄 구조를 가진 절연체 내부의 원자 배열에 따라 열이 전달되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코발트(Co)와 백금(Pt)을 여러 층으로 쌓은 자성 금속막을 카이랄 석영* 결정 위에 결합한 '자성체-카이랄 석영 결합 구조'를 제작했다. 카이랄 석영은 원자 배열에 따라 '왼손형'과 '오른손형' 결정 구조를 가지며, 이러한 특성을 '카이랄성(손잡이성)'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자성 금속막이 자성을 띠는 방향인 '자화 방향'을 바꾸면 원자 진동의 회전 성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금속막의 자화 방향을 위쪽과 아래쪽으로 바꿔가며 왼손형과 오른손형 석영의 열전달 특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금속막의 자화 방향을 반대로 바꾸자 유효 열전도도가 달라졌다. 특히 왼손형 석영에서는 자화 방향이 위쪽일 때, 오른손형 석영에서는 아래쪽일 때 열이 더 잘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도를 달리해 자화 방향에 따른 열전달 차이를 비교한 실험에서도 자화 방향을 위쪽과 아래쪽으로 바꿨을 때 유효 열전도도의 최댓값과 최솟값은 상온에서 약 7% 차이가 났으며, 50K(약 영하 223℃)에서는 그 차이가 약 20%로 커졌다. 온도가 낮아지면서 원자 진동 사이의 상호작용이 줄어들어 진동의 회전 성향에 따른 열전달 차이가 더 뚜렷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양자역학 등 기본 물리 법칙에 따른 계산 결과를 활용하는 '제일원리 기반 기계학습' 시뮬레이션에서도 원자 진동의 회전 방향에 따라 석영으로 열이 전달되는 과정에 차이가 나타났다. 앞선 실험에서 확인한 열전달 변화에 포논의 회전 성향이 관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번 연구는 자성을 이용해 열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향후 전기 절연이 필요한 전자소자의 열 관리 기술이나 열을 이용한 정보 소자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동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성체의 자화 방향에 따라 절연체의 열전달 특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변화에 원자 진동의 회전 성향이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종석 교수는 “향후 전기 절연을 유지하면서 열 흐름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소재와 소자 개발에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