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지민의 비욘드 차이나] 발행자·사용처·상환책임을 구분해 읽는 장기 혁신자금의 공급 경로
벤처투자는 주식을 사고, 채권투자는 원금과 이자를 받는다. 두 시장의 논리는 다르다. 기술기업의 성장은 오래 걸리고 결과가 불확실하지만 채권에는 정해진 상환일이 있다. 그런데 중국은 이 두 시장을 연결해 기술혁신 자금의 공급원을 넓히고 있다. 핵심 질문은 '채권으로 벤처투자를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긴 기술위험과 정해진 상환기한 사이의 차이를 누가 부담하는가다.
과학기술 혁신채권(科技创新债券)은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용도의 채권이다. 이를 상하이 주식시장의 커촹반(科创板)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커촹반이 기업 지분을 거래하는 시장이라면 혁신채권은 발행자가 빌린 자금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계약이다. 이름에 과학기술이 들어가도 정부가 수익이나 상환을 자동으로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의 본질은 모든 스타트업이 직접 채권을 발행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능력이 있는 금융기관, 기술기업과 투자기관을 통해 장기자금을 산업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 따라서 어떤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고 그 돈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쓰이는지, 발행자의 신용과 투자기업의 성과를 분리해 읽어야 한다.

제도의 큰 틀은 2025년 중국 중앙은행과 증권감독 당국이 마련했다. 금융기관, 기술기업과 지분투자기관을 통해 채권자금을 기술혁신에 연결하는 구상이다. 중국 은행간시장 거래상협회(中国银行间市场交易商协会)는 2026년 3월 2일 추가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3월 9일부터 적용했다. 은행간시장의 기술기업·지분투자기관에 관한 요건과 자금용도, 만기를 구체화한 조치다.
큰 틀에서 은행은 금융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술금융에 공급하고, 기술기업은 자체 연구개발과 생산확장 등에 활용한다. 지분투자기관은 펀드 출자나 직접투자 등 허용된 용도로 자금을 운용한다. 세 주체를 하나의 '스타트업 채권'으로 부르면 누가 실제 상환책임을 지는지 보이지 않는다. 은행의 금융채권까지 거래상협회의 비금융기업 규칙으로 설명해서도 안 된다.
기업 유형별로 자금사용 조건도 다르다. 2026년 개선방안은 연구개발 규모·강도와 발행 형태 등에 따라 자금용도를 나누고, 일부 유형에는 조달액의 최소 30%를 기술혁신 분야에 사용하도록 했다. 민간 기술기업에는 별도 취급도 둔다. 모든 발행자에게 같은 비율이 적용되는 구조가 아니다. 발행자 요건과 공시된 사용계획을 함께 읽어야 정책자금의 실제 경로가 보인다.
은행간시장과 거래소 채권제도도 구분해야 한다. 기술혁신 자금 공급이라는 목적은 같아도 등록·심사와 투자자, 발행조건은 다르다. 한 시장의 요건을 다른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자금사용과 상환조건을 잘못 읽게 된다. 기업에는 자신이 활용할 제도의 구체적인 규칙이 중요하다.
첫 번째는 금융기관을 통한 간접 경로다. 중국은행(中国银行)은 2025년 5월 20일 3년 만기, 표면금리 1.65%의 혁신채권 발행조건을 확정했다. 은행은 조달자금 전액을 기술혁신 분야 대출 등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채권투자자가 보유하는 것은 중국은행의 채무다. 은행이 지원하는 개별 스타트업의 주식이 아니며, 은행의 신용과 자금배분·대출심사가 중간에 놓인다.
두 번째는 기술기업과 산업기업의 직접 조달이다. 우한 둥후가오신그룹(武汉东湖高新集团)의 2025년 6월 공시에 따르면 해당 혁신채권은 3년 만기, 표면금리 2.18%로 발행됐다. 앞선 은행채 사례와 만기는 같아도 발행자의 사업과 신용, 발행시점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사실보다 기업의 현금흐름과 조달자금의 쓰임이다.
세 번째는 투자기관이 채권을 발행해 기업 지분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경로다. 기술기업에 들어가는 돈은 지분자본이지만, 투자기관이 조달한 돈은 갚아야 할 부채다. 투자기업의 가치가 상승해도 매각이나 배당으로 현금이 들어오기 전에는 상환재원이 부족할 수 있다. 채권과 벤처를 연결하는 이 구조에서는 투자기관의 자기자본과 다른 수익원이 손실·회수 지연을 얼마나 감당하는지가 중요해진다.
이 세 경로의 차이는 정책성과를 평가할 때도 중요하다. 발행액이 늘었다고 그 금액이 모두 새로 설립된 기업의 연구개발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자금이 어떤 활동에 사용됐는지, 기존 조달을 대체했는지, 추가 투자를 가능하게 했는지 구분해야 한다. 채권 발행 성공은 자금조달의 결과이지 기술사업화의 결과는 아니다.
2026년 거래상협회 개선방안은 해당 기술기업 혁신채권의 만기를 270일 이상, 지분투자기관의 혁신채권은 3년 이상으로 정했다. 자금의 사용기간과 조달기간을 맞추려는 규칙이다. 그러나 3년이라는 최소기간이 초기 벤처투자의 회수주기를 충분히 포괄한다는 뜻은 아니다. 업종과 투자단계에 따라 필요한 시간은 훨씬 길 수 있다.
반도체·바이오처럼 기술검증과 설비투자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기업은 매출과 현금이 뒤늦게 발생한다. 투자기관은 지분가치가 올라가도 이를 팔기 전에는 채권 상환에 쓸 현금을 얻지 못할 수 있다. 평가이익과 현금회수의 차이다. 채권을 다시 발행해 기존 채권을 갚는 방식에 의존하면 시장이 경색됐을 때 자금의 연결이 끊긴다.
따라서 인내자본을 판단할 때는 자금의 명목 만기만 볼 수 없다. 발행기관의 상환재원, 펀드의 존속기간, 투자기업의 예상 회수와 채권의 조기상환 조건을 함께 맞춰야 한다. 만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자금과 일정 시점에 반드시 반환해야 하는 자금은 위험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이 차이를 계약과 공시에서 드러내야 한다.
장기채권도 신용위험을 없애지는 않는다. 발행자가 장기간 낮은 비용으로 빌릴수록 연구개발의 여유는 생기지만, 투자실패가 누적되면 상환능력은 약해진다. 정책이 채권 발행을 장려할 때 발행자 유형에 맞는 정보공개와 위험평가를 함께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긴 돈은 느슨한 돈과 다르다.
초기 기술기업은 매출과 담보가 부족하고 정보를 평가하기 어렵다. 전문 투자기관을 중간에 두면 여러 기업을 묶어 위험을 분산하고 기술심사와 사후관리를 수행할 수 있다. 채권투자자는 개별 연구과제를 직접 평가하기보다 투자기관의 운용역량과 자산건전성을 판단한다. 이 구조가 작동하려면 전문성이 실제 투자규율로 이어져야 한다.
정책성 투자기관에는 공공목표와 상환책임이 동시에 존재한다. 지방정부가 원하는 산업을 유치해야 하고 채권자에게 원리금도 갚아야 한다. 두 목표가 충돌할 때 의사결정 기준이 불명확하면, 지역사업을 계속 지원하기 위해 자금용도와 자산가치를 낙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부의 지분 보유와 정부의 채무보증은 같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거래상협회는 지방 국유기업 발행자에게 조달자금으로 지방정부의 숨은 부채를 새로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모집설명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산업지원 명목의 차입이 예산 밖 공공부채로 번지는 위험을 통제하려는 장치다. 국유기업이라는 간판과 정부의 상환책임을 분리하고 발행계약, 보증 범위와 자체 현금흐름으로 신용을 판단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민간 투자기관에도 다른 위험이 있다. 채권으로 조달한 돈이 빠르게 늘면 투자집행을 서두르거나 평가가 높은 기업에 자금이 몰릴 수 있다. 지분투자의 성과가 늦게 나오는데 차입비용은 계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운용보수와 채권상환, 투자수익의 이해관계를 구분하고 투자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통적인 신용평가는 이미 확보한 자산과 이익을 중시한다. 그러나 기술기업의 가치는 아직 매출로 이어지지 않은 연구성과나 고객검증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기술의 가능성만으로 상환능력을 높게 평가하면 채권의 성격이 흐려진다. 핵심은 기술평가로 신용평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현금으로 바뀌는 조건을 신용분석 안에 넣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회사도 채권 만기에 현금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안정적 자산과 수익을 가진 발행자가 조달한 돈을 기술투자에 사용해도 해당 투자 자체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신용평가와 기술평가, 자금사용 평가를 함께 봐야 한다. 어느 하나의 점수로 모든 위험을 설명할 수는 없다.
중소기업이 정책의 최종 수혜자가 되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신용도가 높은 대형 발행자에 자금이 집중되면 조달비용은 낮아지지만 초기기업의 자금 공백은 남을 수 있다. 발행자 수와 총액보다 투자단계, 신규기업 비중, 후속투자와 회수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정책이 의도한 기업과 실제 자금이 도착한 기업 사이의 거리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 성과의 공시에도 기준이 필요하다. 단순히 연구개발비를 지출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프로젝트의 단계, 고객검증과 자금의 변경사용을 설명해야 한다. 영업비밀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투자자가 위험을 판단할 최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공시가 홍보자료에 머물면 채권시장은 기술혁신의 시간을 견디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의 수준도 달라진다. 기술기업이 직접 발행한다면 수주와 연구개발 진척, 설비투자의 부담을 봐야 한다. 투자기관이 발행한다면 보유기업의 평가액보다 펀드별 회수일정과 손실 집중도, 투자약정에 따른 추가 납입의무가 중요하다. 같은 양식의 재무비율만으로 두 발행자를 비교하면 위험이 드러나는 시점을 놓칠 수 있다.
혁신채권을 정책금융의 새로운 통로로 만들려면 조달·배분·성과·회수의 네 장부가 이어져야 한다. 발행된 자금이 어떤 기업과 프로젝트에 배분됐는지, 기술위험이 어떻게 줄었는지, 실제 현금이 언제 돌아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발행기업의 자금계획과 하위 투자기관의 집행자료가 서로 맞지 않으면 정책의 효과를 검증할 수 없다.
만기 위험을 줄이는 방식도 미리 정해야 한다. 투자기관은 회수가 지연되는 경우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특정 기업의 기업공개에 상환재원을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기술기업은 연구개발 자금과 당장 상환해야 할 운영부채를 구분해야 한다. 위험이 현실화된 뒤 정책자금의 성격을 이유로 만기를 자동 연장해 달라는 기대를 만들면 시장규율이 약해진다.
지역금융의 역할은 채권을 많이 발행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술기업의 고객과 생산시설, 전문인력을 파악하는 현장정보가 심사와 사후관리로 이어져야 한다. 산업클러스터의 고객검증과 은행의 재무심사가 연결되면 담보가 부족한 기업을 평가할 재료가 늘어난다. 기업의 동의와 영업비밀 보호를 전제로 필요한 증빙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해외사업과 연결된 기술기업은 환율과 국가별 규제, 수출허가와 고객집중 위험도 가진다. 국내 채권으로 안정적으로 조달했더라도 해외매출이 지연되면 상환계획은 달라진다. 기술혁신 목적의 자금이라는 이유로 통상적인 재무위험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책성과와 재무건전성을 동시에 읽어야 한다.
한국이 참고할 부분은 벤처기업 모두에게 채권을 발행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기업, 금융기관과 전문 운용사마다 어떤 자금조달 통로가 적합한지 구분하는 일이다. 수익이 없는 초기기업에는 손실을 흡수하는 지분자본이 필요하고, 확정적인 고객과 현금흐름이 생긴 기업에는 대출·채권이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 성장단계에 맞지 않는 부채는 기술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장기 혁신자금 공급을 설계할 때 자금용도와 회수기간, 공공위험 부담을 공개해야 한다. 정책성 명칭이 사실상의 지급보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자체는 지역기관의 차입을 통한 무리한 기업유치를 경계하고, 산업펀드와 운영기관의 자산·부채를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은행과 증권사, 벤처캐피털은 기술의 가능성과 발행자의 상환능력을 별도로 심사해야 한다. 채권 만기와 펀드 회수일정을 대조하고, 특정 기업의 상장이 늦어지는 상황에서도 이자와 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단계별 투자와 중단기준, 유동성 완충자금을 계약과 운용계획에 담는 것이다. 인내자본의 확대와 차입을 통한 투자규모 확대를 같은 성과로 볼 수는 없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조달한 돈이 자체 연구개발, 협력사 투자와 인수합병 가운데 어디에 쓰이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급망의 기술기업에 투자할 때는 구매부문의 검증을 연결하되 관련회사 거래로 성과를 부풀리지 않아야 한다. 고객의 확인된 수요는 기술자금의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구매의향서가 확정 매출과 같지는 않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기술의 권리관계와 사업화 단계를 정리해 투자기관의 심사를 도울 수 있다. 장기간 연구성과를 보유하려면 후속투자 재원과 회수 압력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투자자의 자금 출처와 만기를 확인하고, 상용화 일정이 지연됐을 때 추가 투자 여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물어야 한다. 투자자의 차입조건도 기술기업의 성장경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혁신채권은 산업정책이 정부예산을 넘어 자본시장의 시간과 위험배분까지 설계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성공 여부는 발행액이 아니라 그 자금이 적절한 기업에 도착하고 감당할 수 있는 구조로 돌아오는지에 달려 있다. 한국은 기술금융의 조달액을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연구개발의 시간과 채권의 상환시간을 함께 견디는 구조부터 만들 것인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