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의 잘 쉬는 법] ① 왜 쉬어도 피곤한가…몸보다 먼저 지치는 뇌

편리해진 세상에도 피로는 늘어…끊임없는 정보 처리에 지친 현대인
AI 시대일수록 의식적인 휴식 필요…100세 시대 ‘평생 현역’의 조건은 회복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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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선생님, 쉬어도 피곤합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예전보다 몸을 쓰는 일은 분명 줄었다. 인간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피곤한가.

몸이 피곤한 것은 이해하기 쉽다. 육체노동을 하면 온몸이 지치지만 푹 쉬고 자면 대부분 회복된다. 그런데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일했는데도 녹초가 되는 사람이 있다. 회의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메시지에 답했을 뿐인데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주말 내내 쉬었는데 월요일 아침이면 또 피곤하다.

몸은 쉬었지만 머리는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상태를 오래전부터 '뇌 피로'라고 불러왔다. 의학적 병명이라기보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판단하며 정보를 처리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피로를 설명하기 위한 말이다. 집중과 판단이 장시간 이어지면 피로감이 쌓이고 업무 수행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현대인의 하루를 돌아보자.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출근길에는 뉴스를 보고 회사에서는 이메일과 메신저에 답한다. 점심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퇴근 후에는 유튜브와 SNS를 즐긴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휴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보의 종류만 바뀌었을 뿐이다. 계속 보고, 읽고, 판단하고, 반응한다. 몸은 가만히 있지만 머리는 아침부터 밤까지 쉴 틈이 없다.

이제는 하루에 몇 시간을 일했는지만 물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렇게 물어야 한다.

“오늘 내 머리는 몇 시간이나 쉬었는가?”

그렇다면 뇌를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

뇌과학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DMN)'라는 개념이 있다. 특별한 과제를 수행하지 않을 때도 활동하는 뇌의 연결망이다. 과거를 떠올리고 자신을 돌아보며 미래를 상상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

휴식은 뇌를 완전히 멈추는 일이 아니다. 한 가지 활동에 계속 붙들려 있던 머리를 다른 상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은 이 전환이 잘 안 된다. 회사에서 컴퓨터를 보고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을 본다. 집에서도 업무 메시지를 확인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새로운 정보를 찾아본다. 몸은 사무실을 떠났지만 머리는 아직 퇴근하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휴식을 언제나 뒤로 미룬다는 데 있다. 일이 많으면 잠부터 줄이고 바쁘면 운동을 미룬다. 할 일을 모두 끝내고 시간이 남으면 쉬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은 계속 달리기만 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의 연구에 따르면 주당 55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35~40시간 일하는 사람보다 뇌졸중 위험이 약 35%,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 위험이 약 17% 높았다.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에게는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휴식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다음 일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몸과 머리를 준비시키는 시간이다.

수면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바쁜 사람일수록 잠을 줄여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과거에는 목표가 분명하다면 일정 기간 잠을 줄일 수도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수면 연구가 축적된 지금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일반적으로 하루 7시간 이상의 규칙적인 수면이 권고된다. 잠을 줄여 한두 시간을 얻더라도 다음 날 집중력과 컨디션이 떨어진다면 과연 시간을 번 것일까.

과학이 발전하면 과거의 생각도 고쳐야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사람들을 지켜보며 더욱 확신하게 된 사실이 있다. 일을 잘하려면 먼저 잘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간다. 오래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도 배우고 생각하고 자신의 일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평생 현역'이라고 부른다.

평생 현역으로 살려면 열심히 일하는 법뿐 아니라 잘 쉬는 법도 알아야 한다. 충분히 자고, 제대로 먹고, 몸을 움직이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강조해온 '천천히, 여유롭게'라는 말도 같은 뜻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이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가 한 시간을 벌어줬는데 그 시간에 또 다른 일 두 개를 집어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은 오히려 더 바빠지는 역설이 벌어진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에게는 의식적으로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을 더 빨리 할 것인가 못지않게 언제 멈추고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피곤하면 우리는 흔히 영양제를 찾고 커피를 한 잔 더 마시며 자신을 다그친다. “조금만 더 버티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나 그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요즘 제대로 쉬어본 적이 있는가?”

잘 쉬는 것도 능력이다. 100세 시대를 평생 현역으로 살아가려면 열심히 일하는 능력만큼이나 제대로 회복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 출발점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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