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도 제조업입니다.”
박진선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장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당연한 사실을 새삼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 식품산업의 처지를 보여준다. 해외에서 성과를 내면 'K푸드'라는 이름으로 박수를 받지만 국내에서는 가격을 조정하면 배경과 관계없이 눈총부터 받는다.
K푸드의 성적표는 눈부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농수산식품 수출은 역대 가장 빠른 253일 만에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라면이 전년 대비 27.2% 증가한 13억760만달러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조미김을 비롯해 소스류와 김치, 아이스크림 등도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한류와 맛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일정한 품질로 대량 생산하는 설비, 유통 과정에서 안전성을 유지하는 기술,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연구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식품은 조리법만 있으면 저절로 쏟아지는 상품이 아니다.
가격을 논할 때는 이런 제조업의 실체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원재료 시세는 중요한 기준이지만 제품 가격의 전부는 아니다.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설비 유지·보수와 연구개발비도 들어간다. 해외에서 경쟁할 신제품과 생산시설 역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수출 경쟁력은 완성된 상품의 가격표 뒤에서 만들어진다.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는 일은 중요하다. 기업도 비용 상승을 내세우기 전에 가격 조정의 근거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다만 가격 동결을 산업정책의 성과로 삼는 접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가격 억제가 기업의 투자 여력과 장기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따져야 한다.
정부가 K푸드를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면 국내 식품산업을 대하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수출 지원과 함께 생산설비 고도화와 연구개발을 뒷받침하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박수받는 K푸드와 눈총받는 식품은 같은 공장에서 나온다. 수출 실적을 칭찬하면서 그 성과를 만든 제조업의 비용과 투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윤소진 기자 so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