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철 교수의 지역혁신 대전환] 〈3〉 인구감소 시대, GeoAI로 다시 그리는 지역 설계도

Photo Image
서용철 국립부경대 공과대학장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시골 마을을 확대하면 초등학교가 또렷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 학교는 이미 오래 전에 문을 닫았다. 옆 골목 상가와 도로 끝 공장도 지도 위에서는 여전히 불을 밝힌다. 사람과 산업의 온기가 빠져나간 자리를 지도는 기록하지 못한다. 진짜 문제는 어디에서 기능이 멈췄는지 모른 채, 과거의 늘어나던 인구 기준에 묶여 공간을 제때 재설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 계획은 지도보다 더디게 바뀐다. 도시·군기본계획은 통상 20년 뒤를 내다보고 도시 공간구조와 기반시설 계획을 세운다. 인구가 늘어난다는 장밋빛 전제 아래 도시는 무리하게 외곽으로 확장된다. 도로를 새로 깔고 배관을 묻지만, 정작 시설을 이용하고 유지비를 분담할 주민은 해마다 줄어들 뿐이다.

어긋난 계획의 대가는 이미 숫자로 나타났다. 최근 집계에서 전국 빈집은 14만호를 넘어섰고, 누적 폐교도 4000곳에 달하지만 수백곳이 활용 방안 없이 방치돼 있다. 하지만 단순 통계는 얼마나 비었는지만 알려줄 뿐, 어디서부터 기능이 멈췄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빈집이 당장 철거할 위험 시설인지, 다른 용도로 활용할 자산인지는 단순 목록만으론 구별하기 어렵다.

지리공간 인공지능(GeoAI)이 바로 이 공백을 메운다. 위성영상과 건축물 대장에 인구 이동과 상권 변화, 통행량, 전기·수도 사용량을 겹쳐 보면 겉보기에는 멀쩡한 건물 가운데 어디에서 사람과 산업의 흐름이 끊겼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기능이 멈춘 장소를 찾아내는 것이다. 응급실까지 30분 내에 닿지 못하는 마을, 통학버스를 두 번 타야 하는 구역, 물은 계속 공급되는데 쓰는 집은 몇 없는 급수 구간이 보인다. 지도가 비로소 단순한 물리적 '존재'를 넘어 지역의 실질적 '쇠퇴 양상'까지 알려주는 셈이다.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면 공간의 압축과 재배치가 가능해진다. 위험한 빈집은 철거해 녹지로 돌리고, 교통 요충지의 폐교는 노인 돌봄·평생교육 거점으로 전환하며, 산업단지 인근 유휴 시설은 근로자 주거·연구공간으로 재편해야 한다. 넓게 펼쳐두는 대신 몇 개의 거점으로 모으고 그 사이를 대중교통으로 촘촘히 잇는 것, 이것이 압축도시다.

재설계는 실행에 앞서 검증이 필수다. 현실의 도시를 가상공간에 옮겨 놓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최적의 해법을 미리 시험할 수 있다. 폐교를 돌봄시설로 바꿀 때와 창업공간으로 쓸 때의 주민 접근성, 이동 거리, 예산 절감 효과를 시뮬레이션으로 비교하는 식이다. 지자체별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국가표준으로 연계한다면, 일방적인 조감도를 통보하는 대신 주민과 함께 최적의 공간 대안을 도출할 수 있다.

유휴 공간 관리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빈집 관리에 나섰지만, 폐교와 폐공장 등 유휴시설 정보는 여전히 소관 기관과 관리 주체별로 흩어져 있다. 그러나 주민이 살아가는 공간은 결국 하나다. 이 정보를 '지역 공간자산 지도'로 통합하고, 기획 단계부터 실제 운영 주체와 수요를 결합해야 시설이 다시 방치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데이터는 장소에 얽힌 기억과 생활까지 읽어내지 못한다. 기술은 방향을 가리킬 뿐, 공간의 운명을 최종 결정하는 것은 결국 지역의 몫이다. 인구감소 시대의 지역혁신은 더 이상 억지로 빈 곳을 채우는 개발이 아니다. 꼭 필요한 기능을 선별해 더 작고 단단하게 연결하는 일이다. 지금 지도 위에서 지워야 할 것은 쇠퇴하는 지역이 아니라,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 믿었던 과거의 낡은 설계도다.

서용철 국립부경대 공과대학장 suh@pknu.ac.kr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