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켜거나 끄는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가 실명 환자의 시력을 일부 회복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위스 바젤분자의학·임상의학안과연구소와 미국 피츠버그대 의료센터 연구진은 광유전학 기반 치료를 받은 망막색소변성증 환자 10명을 최대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했다.
광유전학은 빛에 반응하도록 특정 신경세포의 성질을 바꾼 뒤, 빛을 이용해 해당 세포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연구에도 활용됐다.
이번 임상시험 참가자 10명은 모두 진행성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망막의 빛 감지 세포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유전성 난치성 질환으로, 전 세계 환자가 150만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환자의 두 눈 가운데 시력이 더 나쁜 눈에 유전자 치료제를 한 차례 주입했다. 주사에는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는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무해한 합성 바이러스가 들어 있다.
이 유전정보는 망막에 남아 있는 신경절세포에 전달된다. 신경절세포는 시각 정보를 뇌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망막색소변성증에서도 비교적 늦게까지 살아남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이후 특수 고글을 착용했다. 고글은 주변 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특정 파장의 빛 신호로 바꿔 망막의 신경절세포를 자극하고, 환자가 흑백에 가까운 형태의 영상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연구 결과 10명 가운데 6명은 치료 후 빛에 대한 민감도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개선됐다. 일부 환자는 특수 고글을 착용한 상태에서 공책을 찾아 손으로 짚거나, 문 위치를 찾고, 바닥의 선을 따라 걷는 등의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도 향상됐다. 고글 사용 훈련을 많이 한 환자일수록 수행 능력이 더 좋은 경향도 나타났다.
중대한 안과 관련 부작용은 1건 발생했지만 수분 내 해결됐으며, 신체 다른 부위에서 치료와 관련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아직 완전한 시력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 연구진은 환자들이 물체의 존재와 위치는 감지할 수 있지만 얼굴을 알아보는 수준의 정밀한 시력은 회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보톤드 로스카 교수는 “광유전학이라는 개념이 시력 회복에 실제로 유효하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 5~10년 안에 보다 고해상도의 시력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치료의 장점은 시력 상실을 일으킨 정확한 유전자 변이에 관계없이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옥스퍼드대 시각신경과학자 마크 행킨스 교수는 “한 명의 환자에서 10명으로 연구 규모가 확대됐고, 일부 시각 기능 회복이 4~5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점이 확인됐다”며 “작은 진전이지만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