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시베리아의 페스트(흑사병) 연구소 직원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으로 숨진 뒤 접촉자 약 200명이 격리됐다. 일각에서는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셸레호프의 한 병원에서 이르쿠츠크 시베리아·극동 페스트연구소 소속 직원이 숨진 뒤 당국이 접촉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격리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숨진 직원이 28세 여성 다리야 시필로바라고 보도했다. 정확한 감염 경위와 발병 장소를 두고 엇갈린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은 그가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시필로바와 접촉한 약 200명이 격리됐으며, 그가 숨진 셸레호프 병원 일부 구역도 통제됐다. 인근 알루미늄 공장에서는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외신에서는 또 다른 연구소 직원이 원인불명의 폐렴에 걸렸다는 보도와 함께 추가 사망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러시아 당국이나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까지 추가 사망이나 페스트 감염 사실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러시아 소비자권리보호·복지감독청은 접촉자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2건과 리노바이러스 감염 2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외 다른 감염병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시필로바가 살아있는 세균이 담긴 시험관을 떨어뜨린 뒤 감염됐다는 소문이 확산하자 진화에 나섰다. 연구소 조사 결과 병원체 취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러시아 보건당국 수장인 안나 포포바는 직접 시베리아로 이동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고리 코브제프 이르쿠츠크 주지사는 “모든 접촉자를 확인해 검사하고 의료진의 관찰 아래 두고 있다”며 “최근 며칠간 페스트연구소 직원 가운데 새롭게 의료기관을 찾은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WHO도 현재까지 확보된 정보를 토대로 일반 대중에 대한 보건 위험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추가 정보가 확인되는 대로 위험도를 다시 평가할 방침이다.
페스트를 일으키는 페스트균은 시베리아 야생 설치류와 벼룩 사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 가능성이 제기된 폐페스트는 폐를 감염시키는 페스트의 한 형태로, 비말을 통해 사람 간 전파될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러시아를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정부와 WHO도 상황을 주시하며 러시아 측에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비교적 차분한 반응도 나온다. AFP통신과 인터뷰한 이르쿠츠크의 한 남성 주민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면 주변이 모두 폐쇄됐을 것”이라며 “주민들은 손 씻기 같은 간단한 예방 조치만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