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이 인공지능전환(AX)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은행의 전세사기 예방서비스, 카카오뱅크의 대화형 이체처럼 생성형 인공지능(AI)은 단순·반복 업무의 자동화를 넘어 고객 접점의 혁신이 되고 있다. 영업점의 AI 도입과 AI조직 개편도 빠르다. 금융당국도 망 분리 규제를 보안목적의 AI활용을 위해 풀어준데 이어, 보안역량이 높은 금융회사를 선별해 전면 해제까지 검토하며 뒷받침한다. 그러나 기술도입과 규제완화라는 외형 이면에서 우리 금융AX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할 때다. 그 중 세 가지 과제를 짚는다.
첫째, 인건비 절감형 효율화를 넘어 상품개발과 정책수립으로 AX를 고도화해야 한다. 업무자동화는 경쟁사도 곧 따라 하는 비차별적 투자다. 진짜 경쟁력은 적정수익을 지키면서 고객자산을 실질적으로 불려주는 새로운 상품을 설계하고, 위험을 사전·사후에 정교하게 통제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최근 일부 증권사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가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긴 사례는 구조상 위험이 고객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관리됐는지 묻게 한다. AI는 복잡한 상품을 더 복잡하게 설계하는 도구가 아니라, 시나리오 시뮬레이션과 고객별 적합성 판단으로 위험을 고객 눈높이에 맞게 번역하고 판매 이후의 이상 징후까지 조기에 포착하는 도구여야 한다. 금융당국의 감독도 다르지 않다. 허버트 사이먼은 정보와 시간의 한계 속에서 최선이 아닌 '만족스러운' 대안을 택한다는 '제한적 합리성'을 말했다. 그 제약이 크게 풀린 AI시대에 과거 방식으로 정책을 펴면 시장실패를 되풀이할 뿐이다. 당국이 AI로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정책을 설계하고 감독의 정밀도를 높이는 '감독기술(SupTech)' 역량을 갖출 때 진정한 금융AX가 완성된다.

둘째, 금융회사 경영진이 과감히 AX에 나설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와 면책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AI가이드라인은 AI가 보조수단일 뿐 최종책임은 임직원에게 있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책무구조도 도입과 이사 충실의무 강화 속에서 가이드라인을 성실히 따르더라도 사고 시 면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고민 끝에 가이드라인과 다른 혁신적 결정을 내렸다 실패하면 위험은 온전히 경영진 몫이다. 이런 비대칭은 형식적 준수와 보신주의를 부추기고, AX의 실패는 기술보다 조직의 위험 회피에서 비롯되기 쉽다. 면책기준을 결과가 아닌 모델 검증과 사후 모니터링 등 절차의 이행 여부에 두고, 충분한 데이터와 절차를 거친 판단은 결과가 나빠도 문책하지 않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하는 등 제도적 보호막이 필요하다. 책임 없는 도전은 무모하지만, 면책기회 없는 결과책임은 무기력을 낳는다.
셋째, 위험 기반 통제로 전환하더라도 고객의 권리는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신용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형식적 동의 제도를 덜어내고 위험 중심으로 통제하려는 흐름은 활용과 보호의 균형을 위한 현실적 조치다. 다만 동의를 형식에서 실질로 옮기는 일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신용정보 활용도가 높아지고 정보침해 위험이 커졌다는 이유가 고객의 동의권 등 권리를 줄이는 명분이 될 순 없다. 동의권과 열람·정정·삭제권이 부실해지지 않도록, 통제가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에는 고객이 스스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중요하다. 역설적이게도 고도화된 AI 에이전트는 고객이 자신의 정보 이용 내역을 확인하고 권리를 행사하도록 돕는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결국 금융AX의 성패는 도입속도가 아니라 시장 친화적 신상품 출시, 금융당국의 고품질 감독, 경영진의 과감한 도전, 고객 권리 강화라는 네 축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AI가 잘 작동할수록 금융의 본질인 신뢰에 대한 요구도 높아진다. 한 축이라도 어긋나면 AX는 신뢰 없는 효율에 그친다. 속도전의 승자보다 신뢰를 지킨 선도자가 미래를 만든다. 이제 입체적 해법을 모색할 때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