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방우석 물리·광과학과 교수팀이 레이저 핵융합 실험에서 중성자를 하나씩 세지 않고도 전체 중성자 발생량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방법을 제시했다고 5일 밝혔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서로 결합해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드는 반응으로, 이 과정에서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는 입자 '중성자'가 방출되기도 한다. 레이저 핵융합은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해 이러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레이저 핵융합 실험에서는 중성자가 발생한 뒤 검출기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인 '비행시간(TOF)'을 측정해 중성자의 에너지와 발생량을 분석한다.
중성자가 적게 발생할 때는 검출기에 나타나는 신호를 하나씩 구분해 발생량을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레이저 핵융합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중성자가 한꺼번에 발생하면 여러 신호가 겹쳐 하나의 신호처럼 나타나는 신호 중첩 현상이 발생한다. 이 경우 신호를 단순히 세는 방식으로는 실제보다 적은 양의 중성자가 발생한 것으로 측정될 수 있다.
신호 중첩을 줄이기 위해 검출기를 중성자 발생원에서 멀리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중성자가 검출기에 도달할 확률도 낮아져 충분한 측정 데이터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실험을 반복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성자 발생량이 많아질수록 '중성자가 하나도 검출되지 않은 경우'의 비율이 낮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개별 중성자의 신호를 일일이 구분하는 대신 중성자가 검출되지 않은 경우의 비율을 이용해 전체 중성자 발생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법이 실제 레이저 핵융합 실험에 적용해 성능을 확인했다. 수소의 한 종류인 중수소로 이루어진 분자들이 작은 덩어리 형태로 뭉쳐 있는 '중수소 클러스터'에 100 테라와트급 고출력 레이저를 쏘아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고, 이때 발생한 약 2.45 MeV(메가전자볼트) 중성자를 검출했다.
레이저 세기를 조절해 이온 온도를 달리하면서 실험을 반복하고, 각 온도에서 중성자가 하나도 검출되지 않은 경우의 비율을 이용해 중성자 발생량을 계산했다. 그 결과, 이온 온도가 높아질수록 발생량이 증가했으며, 레이저를 한 번 쏠 때 약 100개에서 10만 개 수준의 중성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연구팀은 계산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여러 차례 측정한 중성자 신호를 누적한 뒤, 중성자 1개가 만드는 평균 신호를 기준으로 발생량을 계산하는 별도의 분석 방법과 비교했다. 그 결과, 두 방법으로 계산한 중성자 발생량이 서로 부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제한된 실험 횟수 안에서 중성자 발생량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조건도 제시했다. 중성자 발생원과 검출기 사이의 거리 등에 따라 한 번의 실험에서 중성자가 검출될 확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실험 횟수와 '0회 검출' 비율에 따른 통계적 오차를 분석한 결과, 측정 횟수가 많아질수록 '0회 검출' 비율이 약 20%에 가까울 때 오차가 가장 작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예상되는 중성자 발생량에 맞춰 검출기의 거리 등을 조절하면, 정해진 실험 횟수 안에서 측정 오차를 줄일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방우석 교수는 “레이저 핵융합 실험에서는 여러 중성자가 거의 동시에 검출되면서 신호가 겹쳐 개별 중성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번 연구는 겹친 신호를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기존의 접근에서 벗어나, 오히려 '중성자가 하나도 검출되지 않은 경우'에 주목해 전체 중성자 발생량을 측정하는 새로운 분석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