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값이 최근 들어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한 달 사이 국내 금 가격이 10%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면서 국제 금 시세 역시 약 7주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
29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전날 KRX 금시장에서 순도 99.99% 금은 1g당 18만39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종가인 20만3010원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만9070원, 9.4% 하락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금 가격의 하락폭이 커졌다. 28일(현지시간) 금 현물은 장중 온스당 4110.55달러까지 내려갔다. 하루 동안 낙폭이 최대 4%에 달하면서 지난달 5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나타냈다. 이후 낙폭을 일부 회복했지만 종가는 4136.81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61% 낮았다.
한 달 전만 해도 국제 금값은 온스당 450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KRX 금시장에서도 지난달 28일 1g당 가격이 20만원 선을 돌파했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이달 28일에는 18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단기간에 시장 분위기가 급격하게 반전된 것이다.
금값 약세의 배경으로는 미국의 통화긴축 재개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물가 불안이 다시 커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가치와 국채 금리 상승 역시 금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금은 자체적으로 이자 수익을 제공하지 않는 자산이어서 금리가 높아질수록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 등의 상대적인 매력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달러 이외의 통화를 사용하는 투자자에게는 금 매입 비용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국내 투자자는 원·달러 환율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제 시장에서는 금이 달러를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되지만 국내 KRX 금시장에서는 원화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 시세가 같은 폭으로 움직이더라도 환율 변화에 따라 국내 금값의 변동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금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지만 투자 자금은 여전히 금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 8월 글로벌 금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80억달러가 들어왔다.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순유입 규모다. 금 ETF가 편입한 금 보유량 역시 한 달 동안 121t 증가해 4189t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금값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매수 시점을 서두르기보다 금리와 환율의 방향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제 금값이 다시 오르더라도 원화 가치가 강해질 경우 국내 시장에서 체감하는 상승폭은 제한될 수 있다”며 “단순히 가격 하락 여부만 보고 접근하기보다는 금리와 환율 움직임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금 시장은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경기 상황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강해질 경우 금 가격을 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반면 경기 불확실성이나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세계금협회는 지난 8월 금 ETF로 자금이 유입된 배경으로 환율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우려, 금값 상승에 따른 투자 수요 등을 제시했다.
또 금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주요 기술적 가격대를 넘어선 점이 추가적인 단기 투자와 기관 자금 유입을 촉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