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살던 집에서 쫓겨난 할머니… 스페인 주택난에 '강제퇴거 반대 시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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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강제퇴거 반대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70년 넘게 살아온 87세 여성이 집에서 강제 퇴거당한 사건을 계기로 주택난과 임대료 급등에 대한 분노가 스페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NBC 등 외신에 따르면 마리카르멘 아바스칼(87)은 지난 23일 스페인 마드리드 레티로 지역의 아파트에서 강제로 퇴거됐다. 당시 현장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퇴거에 반대했고, 일부 시위대가 이를 막으려 하자 경찰 수십 명이 투입됐다.

공개된 영상에는 아바스칼이 들것에 실린 채 건물 밖으로 옮겨져 구급차에 탑승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이후 마드리드 세입자 연합을 통해 자신을 지지해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바스칼의 변호사 베아트리스 두로는 퇴거 과정에서 사용된 물리력이 “완전히 과도하고 불필요했다”고 비판했다. 또 법적 대응과 인도적 지원 요청, 대체 거주지 마련을 위한 공공기관의 노력에도 집주인 측이 퇴거를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드리드 세입자 연합에 따르면 아바스칼이 살던 건물은 2018년 한 투자 펀드에 인수됐다. 이후 임대료 인상이 추진됐고, 아바스칼은 5년 넘게 퇴거에 맞서 싸워왔다.

아바스칼은 퇴거 전날 스페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모두 비인간적”이라며 “마치 목 뒤에 마체테가 겨눠진 채 언제라도 잘릴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익명의 인사가 아바스칼의 임대료를 대신 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집주인이 새 임대계약 체결을 거부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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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강제퇴거 반대 시위 현장. 사진=EPA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스페인 주요 도시의 주택난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젠트리피케이션과 단기 관광 임대 확산으로 임대료가 급등하고 저렴한 주택이 줄어들면서 시민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바스칼의 퇴거 이후 세입자 단체와 주거권 단체들은 그라나다와 로그로뇨, 사라고사 등 16개 도시에서 항의 시위와 집회를 열었다. 마드리드에서도 추가 대규모 시위가 예정됐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번 사건을 “국가적으로도, 공공기관의 관점에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회적 비극”이라고 규정했다.

산체스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마드리드 지방정부가 사회주택 수요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않으면서 고급 주택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지 세입자들도 주거비 부담이 한계에 달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31세 직장인 이레네 에르난데스 로페스는 현재 다른 두 명과 함께 아파트를 공유하며 방 한 칸에 월 500유로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드리드 임대시장이 심각하게 악화됐고, 집값은 빠르게 오르는 반면 매물은 거의 없다며 가격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제세입자연합의 댄 니칸더 사무총장도 스페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유럽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이 거주 공간이 아닌 투자 자산으로 취급되는 '금융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은 권리이며 무엇보다 기본적인 권리”라며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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