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합의 감경 폐지 촉구…“실효성 있는 엄정한 처벌 필요”

23명이 숨진 아리셀 참사와 같은 대형 산업재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첫 양형기준안 마련을 환영하면서도 형량 하한 상향과 징역 15년 상한 재검토, 유족 합의에 따른 감경 요인 폐지 등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23일 논평을 내고 이번 양형기준안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입법부의 엄단 의지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산재 피해노동자와 유족의 눈높이에 맞는 실효성 있는 최종안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양형위가 마련한 초안은 중대산업재해 범죄의 기본 형량 하한을 징역 1년 6개월로 설정했다. 법정형 하한인 징역 1년과 기존 평균 선고형량인 약 14개월보다 높은 수준이다. 5년 이내 동종 재범에 대해서는 형량 상·하한을 1.5배 가중하도록 했다.
특별가중인자에는 현장의 아차사고·경미재해 보고 묵살, 시정명령 반복 불이행, 안전보건 예산 삭감·전용, 위험의 외주화 과정에서 과도한 공사기간 단축 강요 등이 포함됐다. 재발방지조치 역시 유해·위험요인의 실질적 제거와 안전보건관리체계 개선이 이뤄진 경우에만 감경 사유로 인정하도록 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형량 하한이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기본 형량 하한이 징역 1년 6개월이고 감경영역은 징역 10개월까지 허용돼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주장이다. 실형 선고를 원칙으로 확립할 수 있도록 형량 하한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특별가중 사유가 중첩되더라도 형량 상한을 징역 15년으로 설정한 점을 문제 삼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징역형의 상한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아 형법상 유기징역 상한인 30년, 가중 시 최대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아리셀 참사를 언급하며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업주가 위험을 고의로 방치한 사건에 대해 더욱 엄중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양형기준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과의 합의에 따른 감경 요인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형기준안이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특별감경인자와 집행유예의 주요 긍정 사유로 유지하면서 자본력이 큰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밖에 노동자의 개별 행위를 특별감경인자로 규정한 부분과 벌금형 양형기준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보완 과제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9월 이동원 양형위원장을 직접 만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다. 같은 해 12월 양형위 토론회에서도 관련 기준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진정한 산재 예방과 일터의 안전은 실효성 있는 엄정한 처벌이 담보될 때 비로소 시작된다”며 향후 공청회 등 후속 절차에서 양형기준안의 보완을 요구했다.
아리셀 참사는 지난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다. 이 사고로 외국인 노동자 18명을 포함해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다수의 노동자가 미처 대피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커졌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