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스키부터 테니스까지…AI 하드웨어, 스포츠 훈련을 바꾼다

스키·골프·테니스·농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스포츠 영역에 인공지능(AI) 하드웨어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단순히 운동량과 심박수 등을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동작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려주는 'AI 코치'로 진화하고 있다. DJI·바이트댄스·아마존·화웨이·텐센트 등 글로벌 빅테크와 하드웨어 기업 출신 창업가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스포츠테크 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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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례가 AI 스키 하드웨어 기업 헤이고(Heygo)다. 헤이고는 스키 부츠 외부에 두 개의 관성측정장치(IMU) 센서를 부착해 발 움직임을 측정하고, AI 모델로 스키의 실제 자세를 추정한다. 스키어가 느끼는 발 감각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엣지 각도와 회전, 롤링 등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주행 중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통해 중요한 순간에만 음성 피드백을 제공하고, 리프트 탑승 중에는 당일 주행 결과를 복기할 수 있도록 했다. '데이터를 많이 보여주는 것'보다 실제 운동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골프에서는 카메라 기반 AI 코치가 등장했다. 패스파인더의 버디센스(BirdieSense)는 골프 스윙을 영상으로 포착해 3차원 자세와 클럽·공의 움직임 등을 분석하고 음성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실시간 3D 스윙 매핑과 온디바이스 AI를 내세우며 골퍼가 자신의 동작을 즉시 이해하고 교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테니스에서는 AI 로봇이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팡보터(?伯特)는 탁구공 발사 로봇에서 출발해 테니스 로봇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PACE와 다목적 테니스·피클볼·패들테니스 로봇 등을 선보였다. 여기에 위안테크놀로지의 스위치봇, 외골격 로봇 기업에서 스포츠 AI로 사업을 확장한 잉한쓰둥리, DJI 출신 창업자가 설립한 이쓰즈넝 등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했다.

테니스 로봇 장점은 명확하다. 반복적인 공 공급을 로봇이 대신하기 때문에 별도 파트너 없이도 훈련할 수 있다. 단순 발사기를 넘어 공 속도와 방향, 위치를 조절하고 사용자 움직임까지 분석하면서 '무인 연습'에서 'AI 트레이닝 파트너'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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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스타(LUMISTAR) AI 테니스 훈련 파트너 'TERO' 〈출처:36Kr〉

농구 역시 AI 훈련 하드웨어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루미스타(LUMISTAR)는 AI 테니스 훈련 파트너 'TERO'에 이어 농구 훈련 머신 'CARRY'를 선보였다. CARRY는 다중 카메라로 선수와 공 움직임을 인식하고 패스와 슛 훈련을 지원한다. 슛 자세와 타이밍, 궤적, 성공률 등을 분석해 개인별 훈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포츠 AI 하드웨어의 또 다른 축은 '기록'이다. AI 스포츠워치, 스포츠글라스, 자동 추적 카메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은 운동 과정의 영상과 움직임, 심박수 등을 수집해 사용자가 자신의 운동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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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tGo의 AI 자동 추적 카메라 〈츨처:36Kr〉

XbotGo는 AI 자동 추적 카메라로 대표 사례다. 경기장에 카메라를 설치하면 AI가 선수와 공 움직임을 추적하면서 경기를 촬영하고 주요 장면을 자동으로 편집한다. 현재 축구·농구·테니스·배드민턴 등 다양한 종목을 지원하며 100개 이상 국가에 진출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최신 제품은 듀얼 카메라와 자체 AI 프로세서를 활용해 선수 추적과 장면 분석을 수행한다.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기록'과 '판단'의 차이다. 기존 스포츠 웨어러블과 카메라는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강점이 있었지만,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사용자가 이를 직접 해석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에 최근 AI 하드웨어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왜 이 동작이 잘못됐는지'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를 자연어로 설명하는 단계까지 접근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 이를 뒷받침한다. 소형 센서와 엣지 AI 반도체 발전으로 카메라와 센서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기 자체에서 실시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생성형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은 복잡한 운동 데이터를 사용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수치와 그래프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AI가 코치처럼 설명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창업자 구성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최근 등장한 스포츠 AI 하드웨어 스타트업 상당수는 DJI, 바이트댄스, 아마존 랩126, 화웨이, 망치과기 등 대형 기술기업 출신 인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소비자용 하드웨어를 기획하고 개발·양산해본 경험이 스포츠라는 새로운 수직 시장과 결합하고 있는 셈이다.

제품 형태 역시 다양하다. 스키 부츠에 부착하는 센서부터 골프장용 AI 카메라, 경기장 자동 추적 카메라, 테니스·농구 훈련 로봇까지 기존 웨어러블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자체가 아니라 기존 장비가 측정하지 못했던 스포츠 동작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실제 훈련에 활용할 수 있는 피드백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결국 스포츠 AI 하드웨어 시장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느냐'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한 판단과 행동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 코칭 비용이 높고 반복 훈련이 필요한 스포츠일수록 AI가 개입할 여지가 크다. 운동 동작을 정량화하고 개인별로 다른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술이 확산되면서 스포츠 훈련 역시 '기록'에서 '분석', 다시 '개인화된 코칭'으로 이동하고 있다.

AI가 스포츠를 바꾸는 방식은 거창한 로봇보다 오히려 사용자가 알아채지 못했던 작은 동작을 찾아내는 데서 시작되고 있다. 보이지 않던 데이터를 보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것. AI 하드웨어가 스포츠에 부여하는 새로운 가치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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