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AI전략노트]〈37〉중국의 숫자와 한국의 숫자

Photo Image
김경진 전 국회의원

사흘 뒤인 24일, 워싱턴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5월 베이징 회담 이후 넉 달 만이다. 의제는 무역 휴전과 인공지능(AI), 이란 문제다. 러시아가 4년 넘게 전쟁을 치르며 힘을 잃는 사이 중국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세계에 출하된 휴머노이드 로봇 1만9000여대 가운데 97%가 중국산이다. AI 모델도 미국을 바짝 따라붙었다. 두 나라의 패권 다툼은 앞으로 여러 분야로 번질 전망이다. 중국과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둔 미국의 동맹국 한국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답을 찾으려면 먼저 중국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살펴봐야 한다.

중국 교육부는 올해 대학 졸업생이 1270만명이라고 밝혔다. 해마다 기록을 새로 쓰는 숫자다. 대학원에 새로 들어가는 사람도 한 해 석사 130만명, 박사 15만명 안팎이다. 작년 우리나라 4년제 대학 입학생은 33만명이고, 전문대를 합쳐도 50만명에 못 미친다. 중국은 광주광역시 인구만큼의 석·박사를 해마다 길러내고 있다.

양만 많은 것은 아니다. 우수 논문을 세는 네이처 인덱스에서 세계 상위 10개 기관 가운데 8곳이 중국이다. 응용과학 분야는 상위 31곳이 모두 중국 기관이다. 미국에서 일하는 최상위 AI 연구자 10명 중 4명이 중국 대학 출신이라는 조사도 있다.

중국은 5년마다 국가발전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추진한다. 올해 시작한 15차 5개년 계획도 AI와 로봇을 맨 앞에 두었다. 뇌와 컴퓨터를 잇는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 수술도 국가가 위험을 감수하고 해보라고 독려한다. 14억명 내수 시장은 그 자체로 시험장이다. 사람의 손발 움직임을 찍어 로봇을 가르치는 데이터도 이곳에서 가장 싸고 빠르게 모인다.

중국 청년들의 도전은 거칠다. 클로드 같은 미국 AI의 답을 대량으로 받아 자기 모델을 가르치는 증류 기법도 서슴없이 사용한다.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남의 제품을 뜯어 거꾸로 설계하며 기술을 익혔다. 옳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배가 고팠기에 가능한 무모함이었다. 소득이 오르면서 그 배짱은 옅어졌다. 중국의 1인당 소득은 아직 우리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난이 키운 도전 정신이 중국 곳곳에 살아 있다.

이제 우리 숫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은 29만명이고, 2031년에는 22만명으로 줄어든다. 대학은 4년 새 10곳이 문을 닫아 403곳이 남았다. 그 와중에 뛰어난 인재들은 미국으로 떠나고 있다. 첨단 학과를 만들어도 채울 학생이 없고, 연구실은 대학원생을 못 구해 과제를 반납하고 있다. 국내 인구만으로는 이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이유는 없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도전은 문을 여는 일이다. 아시아의 젊은 인재를 불러와 우리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은 이미 열려 있다. 올해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30만7000명으로 처음 30만명을 넘어섰다. 베트남이 9만7000명으로 처음 중국을 앞섰고, 중국, 우즈베키스탄, 네팔, 몽골이 뒤를 잇는다. 한류에 끌려 한국을 찾은 청년들이다.

문제는 이들을 붙잡아 둘 제도다. 유학 비자 문턱을 낮추고, 공부하고 머물 수 있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 학업 중 일할 수 있는 시간도 확대해야 한다. 졸업 뒤 구직 비자에서 취업 비자로 넘어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미국은 유학생으로 실리콘밸리를 채웠다. 이들이 남으면 청년층 소비가 늘고 지방 대학이 버틸 수 있다. 모자란 연구 인력도 이들이 채울 수 있다.

미·중 정상이 무엇을 합의하든 한국의 숙제는 그대로다. 중국에서는 배고픈 청년들이 위험을 거칠게 무릅쓰고, 국가가 그 도전을 지원한다. 우리는 한류에 끌린 세계의 젊은이를 안으로 불러들이는 배짱을 내야 한다. 한국이 쌓아 온 인프라 위에서 이들과 함께 중국의 첨단 연구 인해전술에 맞서야 한다. 앞으로 10여년 동안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중국 전략이다. AI도 지능이지만, 인간의 뇌는 여전히 상당 기간 AI를 오케스트레이팅할 수 있는 더 확실한 지능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