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그거 굳이 내가 알아야 돼? 조직 하나 만들고 임원 하나 두면 되지 않아? 혹시 이런 생각하시는 분 있습니까? 장담하는데 그 회사 망합니다.”
기업 CEO 출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우리 산업단지 제조기업 CEO들에게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제조 현장의 인공지능 전환(AX)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일하는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생존 직결의 경영 과제'이기 때문이다.
21일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세종에서 열린 'M.AX CEO 해커톤'에 참석한 김 장관은 “최소한 여기 계신 분들은, 여러분 직원들을 상대로 한 3시간 정도는 (AX에 대해) 떠들 수 있어야 된다. 임원들, 팀장이 건의한 걸 받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설득을 해야 한다. 여러분들이 선택을 해야 되는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비용이나 시간을 핑계로 투자를 주저하거나 실무자에게만 맡겨두면 결국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미 투자 협상 등 굵직한 현안이 겹친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김 장관이 해커톤에 직접 참석해 이런 쓴소리를 뱉어낸 이유는 단 하나, M.AX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김 장관은 현재의 AI 혁명이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뒤엎는 거대한 쓰나미라고 진단했다. 로봇이 우사인 볼트의 100m 달리기 기록을 불과 2년 만에 깨고 글로벌 빅테크들이 수백조원을 사활 걸고 쏟아붓는 상황을 언급하며 CEO의 결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AI가 인사와 재무, 공정 관리 등 기업의 모든 역량을 대체해 나가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는게 김 장관 판단이다.
이에 AI 시대 제조 CEO가 반드시 갖춰야 할 3대 행동 원칙으로 '3A 리더십'을 제시했다. 기술 변화의 폭풍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적응(Adapt)',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공정 접목 가능성을 꿰뚫어 보는 '숙련(Adept)', 주저 없이 현장에 과감히 투입하는 '채택(Adopt)'이다.
김 장관은 한미 협상 과정에서 자신이 느꼈던 고충을 털어놓으며, 처음 M.AX라는 낯선 파도 앞에 선 현장 CEO들의 막막한 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화면에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명화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를 띄운 김 장관은 짙은 안개 속에 갇혀 길을 잃은 듯한 막막함이 들 때면 이 그림을 본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안개 바다를 벗어나려면 결국 그림 속 방랑자처럼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길을 찾을 수 있듯, AI 시대라는 안개 속에서 기업을 이끌어야 할 CEO들 역시 실무진의 좁은 시야를 넘어 전체 판을 조망하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장관은 끝으로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기업이 잘 되도록 돕기 위함이라고 역설했다. 대한민국의 별과 같은 산단 CEO들이 외롭게 안개 속을 헤매지 않도록, 개별 기업의 AX 성공 모델을 동종 업계와 전체 산단으로 확산시키는 데 정부가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