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칼럼] 양자 시대, 전자파 기술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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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양자기술이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 양자센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양자산업'이라는 말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런데 양자기술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자주 놓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전자파다.

전자파는 오랫동안 정보통신기술의 기반이었다. 통신과 방송, 레이더, 의료기기, 위성항법 등 우리 일상의 수많은 기술이 전자파를 통해 작동한다. 양자시대에도 전자파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널리 연구되는 초전도 큐비트 방식의 양자컴퓨터는 극저온 환경에서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큐비트의 상태를 조작하고 측정한다. 전자파의 주파수와 위상, 진폭, 펄스 형태를 얼마나 정밀하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양자 게이트의 정확도가 달라진다.

이는 결국 양자컴퓨터의 오류율과 계산 성능을 좌우한다. 겉으로는 작은 신호의 차이처럼 보일 수 있으나 양자 영역에서는 그 미세한 차이가 계산 결과를 바꿀 수 있다. 전자파 펄스를 조금만 잘못 제어해도 큐비트의 상태가 흔들리고 오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알고리즘이나 냉각기술뿐 아니라, 정밀한 전자파의 발생·제어·측정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양자통신에서도 전자파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자통신은 광자의 양자적 성질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광자는 전자기파가 양자화된 단위이므로, 양자통신을 구현하려면 광원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광자를 안정적으로 전송·검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광학기술뿐 아니라 전자파를 발생시키고 변조하며 측정하는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양자키분배다. 양자키분배는 광자의 편광이나 위상과 같은 양자 상태를 이용해 암호키를 공유하는 기술이다. 제3자가 전송 중인 광자의 상태를 측정하면 그 상태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신자는 통신 과정에서 도청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양자역학적 원리를 통신 보안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양자키분배는 기존 통신기술과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에 사용되는 광자 제어 또한 전자파 기술이라 볼 수 있다.

양자센서 분야에서도 전자파와 양자기술의 결합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양자현상을 활용한 센서는 기존 센서로는 감지하기 어려웠던 미세한 자기장과 중력, 시간의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의료영상과 질환 진단, 반도체 결함 검사, 지하자원 탐사, 정밀항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원자시계와 양자 중력계, 초정밀 자기장 센서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이들은 위성항법에 의존하지 않는 차세대 항법체계와 정밀 국방기술, 지질 탐사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양자레이더 역시 아직 기술적·실용적 난관이 많지만, 낮은 신호 환경에서 물체를 탐지하고 식별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양자시대는 전자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자파를 훨씬 더 정밀하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 시대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통신, 전자부품 분야에서 축적한 강점을 바탕으로 양자기술과 전자파기술이 만나는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전자파와 양자를 함께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를 길러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이런 인재들이 취업하여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기관과 기업이 성장하는 환경이 마련되는 일도 중요하다.

기술의 역사는 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기반기술에 의해 움직여왔다. 양자산업의 발전에 전자파 정밀 제어 기술이 중심을 차지할 것이다. 이제는 양자기술과 전자파기술을 서로 다른 분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자파는 양자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미래의 기반기술이다. 이제 우리도 전자파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김영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상임이사 youngkim@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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