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사 지원' 거절…
中, 사우디 요청 수용
이란에 '후티 자제' 요구
중동서 '신흥 중재자' 부상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후티 반군의 공세를 막기 위해 미국에 군사적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중국에 이란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군사력을 통한 대응에 나서지 않는 사이 중국이 이란과의 경제적 관계를 지렛대로 중동 분쟁에 개입하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최근 홍해 연안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서 후티의 공세가 거세지자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앞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후티에 대한 직접 타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대신 사우디에 정보 공유와 표적 설정 지원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사우디의 요청을 받은 중국은 이란에 비공개 메시지를 보내 후티를 자제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로이터는 이란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중국의 메시지가 기존의 공개적인 긴장 완화 촉구보다 한층 직접적인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이란에 구체적인 경제적 제재나 위협을 제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후티는 최근 홍해 연안을 따라 세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 지역은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주요 해상 교통로인 만큼 후티의 움직임은 사우디 원유 수출뿐 아니라 국제 해운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는 후티가 최근 사우디를 상대로 공격을 이어가면서 홍해 해상 운송과 글로벌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양국의 밀접한 경제 관계가 있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자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으로, 동시에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과도 대규모 교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에너지와 물류 흐름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중국 경제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중동에서 외교적 역할을 확대해 왔다. 2023년에는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관계 복원을 중재하며 양국의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에는 사우디의 요청을 받아 이란에 후티 억제를 요구하면서 다시 한번 양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영향력이 실제로 후티의 행동을 변화시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란은 중국의 요청에 대해 역내 불안정의 원인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에 있다는 취지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 역시 미국의 군사력이나 안보 보장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안은 중동의 안보 구도가 단순히 미국과 동맹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데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해석된다.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군사·정보 지원을 받는 한편, 이란과 후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에는 중국의 외교·경제적 관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이라는 두 핵심 해상 교통로가 동시에 위협받으면서 중국 역시 중동 정세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란과의 관계를 활용하면서도 사우디 등 걸프 국가와의 경제적 관계를 지켜야 하는 만큼 양측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