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체불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출연연·과기원 법 개정, 연구성과를 국가경쟁력으로 바꾸는 전환의 시작
Photo Image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 대표

지난 8월 20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과학기술원 연구자의 창업과 창업기업 지원을 가로막아 온 제도적 장벽 하나가 걷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자의 기술사업화 활동에 대한 이해충돌 특례 마련을 국정과제로 추진·지원하고, 조인철 의원과 황정아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면서 제도 개선이 결실을 본 것이다. 공직윤리와 이해충돌 방지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연구자가 공공기술의 사업화와 기업 성장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할 길이 열렸다. 연구성과를 기술이전에 머물게 하지 않고 기업과 산업으로 성장시킬 중요한 전환점이다.

대체불가 대한민국은 대체불가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기술을 대체불가 기업과 산업으로 키워내는 '전환역량'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미 과학기술 경쟁의 기준을 바꾸고 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의 'Science:A New Golden Age'는 인공지능(AI)으로 발견의 속도와 역량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에 과학적 우수성만으로 얻는 우위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발견을 제품과 기업, 제조와 공급망으로 신속 전환하여 산업적 우위를 고착시키는 전환역량을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과학기술 경쟁이 '발견의 경쟁'을 넘어 '전환의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도 기술이전에서 스핀오프와 성장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EC JRC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공공연구기관(RTO)와 기술이전조직(TLO)의 역할을 딥테크 스핀오프와 산업적 임팩트까지 확장을 권고했다. EU 집행위원회는 'Lab to Unicorn Initiative'을 통해 공공연구기관에 벤처빌더 역할을 도입해 공공연구성과를 세계적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전통적인 기술사업화의 최소단위가 특허나 기술에서 투자가능한 스핀오프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국가연구소 CEA-Leti의 창업기업 Soitec은 연구소와 장기에 걸친 인프라와 기술협력으로 첨단 반도체 소재의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했다. 네덜란드의 공공연구기관 TNO에서 스핀오프한 Nearfield Instruments도 연구소가 기술과 투자를 지속 지원해 2026년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공통점은 연구기관의 원천기술이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스핀오프한 후에도 장기 기술협력으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고, 시장에서 발견한 새로운 기술적 난제와 수요가 다시 R&D협력으로 환류되는 공진화 구조로 국가경쟁력을 창출한 점이다.

우리도 이번 법 개정을 출발점으로 전환역량을 국가경쟁력의 근간으로 하는 혁신성장체계를 착근시켜야 한다.

첫째, TLO를 기술이전 조직에서 벤처빌딩의 허브로 확장해야 한다. 산업병목기술 발굴부터 시장·고객 검증, 전문경영인과 투자자 연결, 스핀오프 설계까지 지원해야 한다. TLO의 결승선도 기술이전 계약이 아니라 기술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까지 확장돼야 한다.

둘째, 스핀오프 이후 장기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연구자와 후속 R&D, 장비·실증인프라를 기업 성장과 연결하고, 기업이 시장에서 발견한 새로운 난제를 다시 연구로 가져오는 '스핀오프-스핀업-스핀백'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유럽 RTO와 스핀오프기업의 지속적인 R&D 협력비율이 86%로 유니콘을 창출하는 핵심 요인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셋째, 딥테크의 긴 성장주기를 감당할 대규모의 인내자본과 출연연·과기원 기술에 특화된 전용 모펀드가 필요하다. 공공자본이 초기 기술·시장 위험을 분담하고 민간 성장자본을 끌어들이는 자본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유니콘을 창출한 국가 연구기관에는 국가에서 지원한 전용 모펀드가 뒷받침을 하고 있다.

넷째, 공공 실증과 혁신조달을 '시장 형성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테스트베드와 초기 선도고객이 되고, 실증이 후속조달과 민간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EU의 상용화 전 구매(PCP)와 혁신제품 공공구매(PPI)과 하나의 프로세스로 연결된 처럼 공공수요에서 R&D·실증, 첫 구매와 민간시장까지 연결하는 혁신조달 체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평가 잣대도 바꿔야 한다. 기술이전 건수와 기술료, 창업기업 수를 넘어 국산화와 수입대체, 핵심 공급망 문제 해결, 글로벌 시장 진출과 산업을 이끄는 선도기업 창출이라는 임팩트를 추적해야 한다. '얼마나 이전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기업과 산업을 만들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번 법 개정에 이어 필요한 것은 그 길 위에서 세계적 기업을 만들어내는 실행 시스템이다. 연구실의 대체불가 기술이 글로벌 시장의 대체불가 기업이 되고, 그 기업이 다시 대한민국의 기술주권과 산업경쟁력을 만드는 것. 대체불가 대한민국은 바로 그 전환역량에서 만들어진다.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 chchoi@kstholdings.co.kr

  • 놓치면 아쉬운 정보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