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전자신문 창간 44주년 AI 대담 / AI 발전 못 막는다…“통제 가능한 제도 만들어야”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에이전트 단계로 진입하면서 안전성 평가와 권한 통제, 책임 소재, 제도 정비를 함께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AI가 단순한 답변 도구를 넘어 계획을 세우고 외부 도구를 활용해 행동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인간이 모든 과정과 결과를 직접 검토하는 방식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은 기술 발전 속도를 인위적으로 늦출 때가 아니라 오히려 속도를 내야할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모니터링·평가·보험·책임 체계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규제 강도를 선제적으로 높이기보다 기업이 예측 가능한 기준 아래에서 투자와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의 투명성과 속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로 지목됐다.

전자신문은 창간 44주년을 맞아 AI 전문가들과 함께 AI 발전과 인간의 통제, 제도와 책임, 생산성 격차를 주제로 'AI 신인류 리포트' 대담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AI를 독립적 주체로 보기보다는 행위 능력이 빠르게 커지는 도구로 규정하면서, 기술 경쟁력과 안전성·책임 체계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향후 AI 산업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 소장

△김세웅 카카오 AI 시너지 성과리더(부사장)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송대섭 네이버 AI 세이프티 정책 리더

△사회=조정형 전자신문 정치정책부장

◇사회(조정형 전자신문 정치정책부장) = 인간은 각자 자신의 목표와 가치가 있다. 인공지능(AI)도 계속 학습하다 보면 인간이 정해주지 않은 자신만의 목표와 가치를 설정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보는가. AI가 인간을 어디까지 모방할 수 있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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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명지대 교수

◇박정호(명지대 특임교수)= 과거에는 AI도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가치중립적인 도구로 봤다. 칼을 의사에게 주면 사람을 살리는 메스가 되고, 강도에게 주면 사람을 위협하는 도구가 되는 식이다. 현재 AI는 기존 기술과 조금 다른 단계로 가고 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인간이 부여한 의도나 방법론을 넘어 스스로 방법을 찾고, 자가 발전하는 단계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AI를 사람처럼 '의도가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인간이 부여한 목적과 방법론의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를 할 개연성은 충분히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인간이 적재적소에 필터링할 수 있느냐인데, 그것이 실제로 불가능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김명주(인공지능안전연구소 소장)=AI의 위험은 사람이 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적 규범이나 상식, 양심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데 있다.

AI의 자율성은 높아지고, 인간의 통제 가능성은 낮아지고,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은 커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간 과정을 사람이 얼마나 모니터링하고 개입할 수 있느냐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송대섭(네이버 AI 세이프티 정책 리더)=AI가 인간의 지식과 사고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독립적 존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 1~2년 에이전트 형태로 여러 단계의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활용하면서 '행위 능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현재 AI는 독립적 주체라기보다 점점 더 큰 행위 능력을 갖는 '대리인', 즉 에이전트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아무리 자율적으로 보여도 자율성의 경계를 긋는 것은 사람이다. 서비스 안에서 AI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권한을 가질 지를 정하는 것도 결국 사람과 기업이다.

◇김세웅(카카오 AI 시너지 성과리더(부사장))=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AI와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의도'인 것 같다. 사람은 스스로 목적을 갖지만 AI는 목적을 주입받는다. 에이전틱 AI도 결국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출장 일정을 변경을 에이전트에 요청한 적이 있는데, 제 비서에게 전화가 왔던 경험도 있다. AI가 비서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다. 자기가 직접 해결할 수 없으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에게 일을 시킨 셈이다. 이걸 보면 AI가 의도를 가졌다기보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찾는다고 보는 것이 맞다.

문제는 속도다. 올초만 해도 '코드는 AI가 쓰고 사람은 리뷰한다'고 했는데, 한 달 사이 그 말이 사실상 무너졌다. AI가 만드는 코드의 양을 사람이 다 볼 수가 없다. 결국 코드를 일일이 확인하기보다 그 코드가 만들어내는 결과와 행동을 보게 된다.

AI는 사람을 모방한다기보다 사람이 시킨 일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너무 똑똑해져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상식이 없기 때문에 사람 눈에는 몰상식한 행동도 할 수 있다.

◇사회=그렇다면 AI에도 윤리를 학습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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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 카카오 AI시너지TF 부사장

김세웅=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넣느냐의 문제다. 지금은 지능과 성능을 키우기 위한 데이터가 우선되고 있다. 성능 경쟁과 속도 경쟁이 너무 빠르다 보니 윤리 데이터를 충분히 학습시키고 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김명주=윤리를 코딩해 로봇이나 AI에 넣으려는 연구가 있었다. 그런데 결과가 특별히 뛰어나지 않았다. AI는 결국 인간이 밖으로 표현한 것만 학습한다. AI가 스스로 '그런 방식으로 목적을 달성하면 안 된다'고 판단할 만큼 양심을 갖추기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다. 현실적인 접근은 AI의 권한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일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행동하는 동안 계속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박정호=비즈니스에서는 윤리적 가이드라인 자체를 정하는 것부터 어렵다. 특히 초국적 기업일수록 국가와 문화마다 젠더, 인권, 안전 등에 대한 감수성과 기준이 다르다. 실정법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사회적 정서까지 고려할 것인지도 어렵다.

현실적인 문제는 AI를 가장 빠르게 발전시키는 주체가 공공부문이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자율주행차가 불가피한 사고에서 탑승자와 외부의 다수 중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지와 같은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기업의 영리와 충돌할 수도 있다.

◇송대섭=윤리 데이터베이스를 따로 학습시킨다기보다, 사회적으로 공통 합의가 가능한 위험 요소를 분류하고 가드레일을 만들어 AI의 답변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글로벌하게 보면 지역마다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답을 하나의 윤리로 수렴시키는 것도 위험하다. 검색은 여러 결과를 보여주고 사용자가 판단한다. 반면, 생성형 AI는 하나의 답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10년 뒤에도 같은 질문에 서로 다른 답이 존재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기본적인 가치는 지켜야 한다.

◇사회=최근 AI 속도조절에 대한 찬반이 이슈다. AI와 '공존'을 전제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주도권을 명확히 규정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인간과 AI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세웅=AI와 공존과 도구로서 활용을 묻는다면 저는 여전히 도구라고 본다. 다만, 지금 AI는 손잡이가 없는 칼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는 손잡이가 없는 칼이어도 무뎌서 조심스럽게 잡고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벼려져서 손잡이가 없으면 나도 위험해질 수 있는 정도가 됐다. 그래서 손잡이를 잘 만들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속도조절론도 마찬가지다. 'AI가 빨리 발전하니 위험하다'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무엇을 위해 속도를 조절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AI를 통제할 장치를 만들기 전에 AI가 너무 커지는 것이 문제라면, 그 통제 장치를 만들 시간을 벌기 위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확률 모델은 아무리 프롬프트를 잘 줘도 가끔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하네스 엔지니어링'처럼 확률적인 모델 바깥을 결정론적인 구조로 감싸서 발산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네싱을 하기 전에 AI의 능력이 너무 커져버리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공존'이라는 말은 AI를 생물처럼 인정하는 뉘앙스가 있어서 아직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여전히 사람은 아니고, 잘 벼려진 칼이다. 지금은 그 칼의 손잡이를 잘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박정호=AI를 인격화해 표현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AI를 개인이 끄면 끝나는 단순한 도구라고만 보기도 어려워졌다. 개인의 선택만으로 AI와 단절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손잡이 없는 칼'이라는 표현이 좋다. 기존 도구보다 훨씬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완벽하게 통제 가능한 도구와는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는 담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송대섭=속도조절론을 '완전 중단'으로 볼 필요는 없다. 저 역시 AI를 공존의 대상이라기보다 도구에 가깝다고 본다. 다만, 도구가 통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가치의 결정'과 '가치의 집행'을 나눠볼 필요가 있다. 갈등이 있는 가치의 결정은 사회적 합의에 맡겨야 한다. 그 가치를 집행하는 부분은 인간의 감독과 이의 제기 절차가 전제된다면 도구로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명주=과거에도 AI 개발을 6개월 멈추자는 공개서한이 있었다. 메시지의 핵심은 개발 속도가 거버넌스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었다. AI는 너무 빨라 법과 규제, 안전기술이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최근 말하는 속도조절은 '중단'보다 '페이스 조절'에 가깝다. 우리가 안전하게 수용하고 커버할 수 있는 능력만큼 완급을 조절하자는 것이다.

◇박정호=AI는 범용기술이다. 어느 분야에 어떻게 쓰일지 미리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제도를 바꾸려면 사실상 모든 법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지식재산권, 운전, 계약 등 영역마다 AI 행위를 어디까지 인간의 행위로 볼지 다르게 정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기술 발전보다 제도가 먼저 완비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번에도 기술이 먼저 치고 나가고 제도가 뒤따르는 것은 같다. 다만, AI는 너무 빠르고 너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차이가 있다.

개인적인 사견을 전제로 하면, 샘 올트먼이나 다리오 아모데이,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이 속도조절을 이야기하는 데는 향후 사고가 터졌을 때 '우리가 통제해야 한다고 미리 경고했다'고 말하기 위한 면피 성격도 있다고 본다.

기술 발전의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없다고 본다. 학문적 호기심이든 기술자의 열망이든 경제적 이익이든 기술 발전을 멈추려는 시도가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 여러 거버넌스가 의기투합해서 AI 발전 속도를 실질적으로 늦출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미국이 속도를 늦추면 중국이 그대로 기다릴 리도 없다. 내부적으로 출시 전 안전 문제를 더 검토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사회 전체가 합의해 기술 발전 자체를 멈추자는 접근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사회=전자신문 자체 설문에서 AI 안전 인식 관련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제도'다. 제도적 공백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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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섭 네이버 AI 세이프티 정책 리더

◇송대섭=한국이 AI 제도가 특별히 미비한 국가는 아니라고 본다. AI 기본법이 이미 만들어졌고 시행 단계에 들어갔다. 기존 법을 발전시키면서 가는 것이 맞다. 한국이 너무 앞서 강한 규제를 만들면 뒤늦게 수정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AI가 가장 발전한 미국의 제도와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면서 기존 제도를 개선해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김세웅=기술 발전 속도는 느려지지 않는데 법과 제도는 항상 뒤늦게 따라온다. 기존 정책은 몇 개월에서 1년 단위로 만들어지지만 AI 기술은 하루 이틀 사이에도 크게 바뀐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입법·규제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실제 서비스에서 활용되려면 어디까지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지, 데이터는 어떤 범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등을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 기업이 회색지대에 머물지 않고 명확한 기준 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줬으면 한다.

◇김명주=기업들이 법에 기대하는 것은 '불투명성의 제거'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명확히 하고, 되는 것은 어느 범위까지 되는지 알려줘야 투자를 할 수 있다. 기본법이 생겼는데도 해석에 따라 규제의 의미가 달라지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균형감과 투명성이 필요하다.

◇박정호=AI 기본법만으로는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충분하지 않다. 큰 틀만 만들어놓고 세부적인 업종별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으면 기업이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한국이 세계 최초의 로봇 윤리 강령을 만들었음에도 로봇 산업의 최정점에 오르지 못한 것처럼, AI도 마찬가지다. 기본법을 먼저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각 업종에서 무엇 할 수 있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시행 기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AI의 모든 과정과 결과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AI 끼리의 상호견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AI 사이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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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인공지능I안전연구소 소장

김명주=AI의 역량이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벤치마크를 돌리는데, 이제는 사람이 그 결과를 다 볼 수 없다. 그래서 AI가 쏟아낸 답을 다시 AI가 판단하는 '저지(judge) AI'가 쓰인다.

문제는 평가 AI가 너무 착하기만 해도 평가를 못한다는 점이다. 해킹이나 악성 행동을 평가하려면 그런 위험한 출력까지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강력한 AI가 필요하다.

에이전트가 늘어나면서는 '모니터링 AI'도 중요해진다. 다른 AI가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고 어떤 권한을 쓰는지 기록하고, 이상 행동을 하면 경보를 올리는 역할이다. 이런 모니터링 AI 자체도 강력한 능력이 필요하다. AI가 AI를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은 이미 현실에서 쓰이고 있다.

◇박정호=이 문제를 가장 세부적으로 고민하는 곳 중 하나가 보험회사다. 자율주행차끼리 사고가 나면 결국 보험 처리를 해야 한다. AI와 AI가 상호작용하다 사고가 나는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공장 같은 폐쇄된 B2B 공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쓰는 경우에는 기업이라는 책임 주체가 중간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책임 문제를 정리하기 쉽다. 불특정 다수와 섞이는 B2C 자율주행 쪽에서도 문제가 복잡하다.

◇김명주=해외에서는 '어슈어런스 앤 인슈어런스(보증·보험)'라는 개념이 논의된다. AI의 안전성·품질·위험도를 보증하고,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달리하는 방식이다. 한국도 선제적으로 연구하지 않으면 향후 해외 보험사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김세웅=에이전트 플랫폼은 여러 에이전트가 순차적으로 또는 병렬적으로 연결돼 돌아간다. 하나의 에이전트에서 사고가 나면 전체 프로세스에서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가 바로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10개의 에이전트가 연결돼 물건을 샀는데 결제 사고가 났다고 하자. 사고를 낸 에이전트의 운영자가 책임질지, 에이전트를 만든 회사가 책임질지, 전체 프레임워크를 만든 회사가 책임질지 따져야 한다. 이런 책임 구조가 분석돼 있지 않으면 먼저 경험하고 제도를 만든 사업자가 시장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송대섭=만약 에이전트가 결제까지 직접 하게 된다면 어디까지 책임을 지고 어디까지 에이전트에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지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런 사회적 논의와 법·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다만 AI가 문제를 발견해 인간 법무팀에 소송을 요청하거나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AI 자체가 법적 주체가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회=AI 의존에 따른 사회적 고립과 토큰비용 문제 등이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가.

◇김세웅=회사에서도 개발자에게 AI 토큰을 배분한다. 토큰이 떨어지면 거의 '금단현상'처럼 반응한다. AI로 5분이면 끝낼 일을 예전 방식으로 하면 3~4시간 걸리는데, 그렇다고 예전 방식으로 일을 하지 않고 토큰이 다시 충전되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생긴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량에 상한이 없으면 비용이 계속 늘어난다. 그런데 아직 AI를 쓴 만큼 명확한 ROI가 나왔는지, 얼마만큼의 리턴이 생겼는지를 정량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도입 초기라 학습·연습용 사용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통제는 필요하지만, 이미 업무 의존도가 높아져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송대섭=AI와 함께 일하더라도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지는 사람이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AI가 가져온 결과가 사실인지, 진실인지 검증할 수도 없다. 아무리 좋은 AI가 있어도 사람이 생각하고 질문을 만드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김명주=안전성 평가 쪽에서는 에이전트 사용이 늘면서 토큰 비용 자체가 큰 예산 항목이 되고 있다. 하루 수천만원, 일주일에 수억원 규모가 나올 수 있다는 고민이 실제로 생긴다. 한번 빠른 AI 작업 흐름을 경험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진다. 조직 전체가 AI 비용과 사용량을 어떻게 통제할지가 새로운 경영 문제가 되고 있다.

◇박정호=지금은 AI를 썼느냐 안 썼느냐보다 결과물을 얼마나 잘 가져오느냐가 더 중요하다. AI를 쓰는 것 자체도 하나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주요 도구를 쓰는 훈련 차원에서도 'AI를 써서 최고의 결과물을 가져와라'고 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도구 사용을 막기보다 결과의 질과 검증 능력을 보는 쪽으로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회=AI에 따른 빈부격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김세웅=200달러짜리 AI와 20달러짜리 AI를 쓰는 사람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 좋은 모델과 더 많은 토큰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더 풍족하게 지적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정 수준의 AI 도구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형평성, 포용성,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의 AI를 쓸 수 있는 환경은 복지 차원을 넘어 기본적인 생존권에 가까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의 '모두의 AI' 정책도 이런 측면에서 진행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김명주=디지털 포용의 핵심은 '잘 쓰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 사회에서, 이러한 도구들을 아예 쓰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고령층이나 장애인처럼 디지털 자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교육환경의 포용성도 국가가 신경써야 한다.

◇박정호=저변을 깔아주는 정책은 필요하고 좋은 정책이라고 본다. 다만 그것만으로 양극화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자들을 보면 AI를 쓰면서 모두가 자기 연구소 하나씩을 뒤에 둔 것과 비슷해졌다. 그리고 연구 퍼포먼스와 깊이는 오히려 편차가 더 커졌다.

개인마다 스스로 설정하는 목표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AI에게 몇 번 물어보고 '여기까지면 됐다'고 멈추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답이 나오면 또 묻고 더 깊은 질문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AI를 줘도 개인 차가 오히려 더 크게 벌어진다.

국가가 저변을 깔아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프런티어 영역에서는 AI가 사람의 목표 설정 능력과 질문의 깊이 차이를 더 크게 증폭시킬 수 있다.

◇송대섭=포용 측면으로 볼 땐 누구나 생활 속에서 AI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청장년층에게는 직무 전환의 문제일 수 있지만, 청소년에게는 교육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AI와 함께 일을 설계하고, 자신의 일을 정리하고, 목표를 정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초중고 단계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격차 문제는 장기적인 교육 플랜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회=AI 네이티브 세대에 전하고 싶은 인재상이 있다면.

◇김명주=아이들에게는 AI 시대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으니 변화 속에서 성실하게 적응하라고 말한다. 결국 같이 오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책임감 있고 성실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AI로 많은 능력을 보완할 수 있어도 사람 자체의 됨됨이는 대신 얻기 어렵다. 어떤 직업을 하든 주변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면 변화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송대섭=앞으로 중요한 역량은 AI와 함께 일을 설계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이다. AI에게 던질 질문을 정의하는 능력, 풀어야 할 문제를 찾는 능력, AI의 답을 검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자신의 전문지식과 AI를 결합하는 능력, 사람과 협업하고 설득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결국 판단과 책임은 사람에게 남는다.

◇김세웅=아이들에게는 오히려 AI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한다. 궁금한 것은 직접 경험하라고 한다. 친구들과 놀고, 직접 보고, 몸으로 해보라고 한다. AI는 켜면 답이 나온다. 그래서 오히려 AI가 쉽게 대신해주기 어려운 직접 경험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정호=AI가 생기고 나서 사람을 뽑는 기준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이 사람이 이 일을 할 수 있을까'가 중요했다. 지금은 AI를 쓰면 어느 정도 능력은 보완할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은가'가 중요해졌다. 인간미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또 하나는 조직에서 필요한 능력의 방향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입니다'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AI 시대에는 일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일을 잘 시키는 사람이 필요하다. 직접 수행 능력과 지시·관리 능력은 다르다. 이제는 '일을 잘 시킬 줄 아는 역량'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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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AI 신인류 리포트' 대담이 14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조정형 전자신문 정치정책 부장, 송대섭 네이버 AI 세이프티 정책 리더,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 소장, 김세웅 카카오 AI 시너지 성과리더(부사장),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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