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상승하면서 정유사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나란히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유와 석유제품의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데다 경유 등 주요 정유제품 마진이 강세를 보이면서다.
증권가 리포트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276.1% 늘어난 약 2조4402억원으로 예측됐다. 에쓰오일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약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7.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아직 뚜렷한 전망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앞선 두 회사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정제마진이 3분기 호실적 영향
이번 호실적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주도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두바이유는 배럴당 126.7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0.90달러) 대비 78.7% 급등한 수준이다.
국제유가는 정유사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통상 정유사는 원유를 미리 사두고 비축해 둔 뒤, 이를 정제해 판매한다. 이때 유가가 오르면 싼값에 사둔 원유 가치가 상승해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해 실적이 개선된다. 국제유가는 이달 초 이란과 미국 전쟁 발발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송유관 폐쇄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105.68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정제마진 강세도 정유사 실적에 힘을 보탠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이다. 통상 정제마진이 하락하면 정유사들의 실적도 하락하고, 반대로 정제마진이 상승하면 이들의 실적도 개선된다.
정제마진 상승은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 차질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유 시설이 잇따라 공격을 받으면서 휘발유와 경유 등 주요 제품의 공급량이 감소한 여파다. 러시아는 경유 주요 수출국이다. 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원유와 석유제품의 운송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달 첫째 주 국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33.6달러로 집계됐다. 전 주 대비 0.3달러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4~5달러)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실제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 부문,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초부터 급등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에 힘입어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들의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11조7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손실 1조1471억원)과 달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4분기 이후 다양한 변수 존재
다만 4분기부터는 외부 변수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억제하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수출 제한으로 정유사들이 해외 정제마진 상승분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산 원유 도입 차질과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도 변수로 꼽힌다.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 정제마진이 상승해도 이를 온전히 실적으로 연결하기 어렵다. 정부가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국내 판매가격이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해외 수출을 통해 일부 만회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마저도 수출 제한이라는 변수가 있다. 해외 시장에서 정제마진이 높게 형성되고 있더라도 국내 정유사들이 예년 수준만큼 수출하지 못한다면 정제마진의 상승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정제마진이 높으면 수출을 통해 이익을 많이 거둘 수 있는데, 현재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수출 제한이 걸려 있어 현재의 높은 정제마진에 비해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것으로, 지난 3월 13일부터 시행됐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중동 정세 불안과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 확대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심화하자 정부는 2주 단위로 가격 상한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유가 변동성에 실적 예단 어려워
원유 도입 비용도 부담 요인 중 하나다. 중동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정유사들은 호주 등 대체 도입선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체 원유에 대해 수요가 몰리면 원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또 중동보다 먼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데 따른 운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국제유가의 단기간 급등도 장기적으로 정유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가 단기간에 뛰면 정유사들이 보유한 제품 가치가 올라가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유가가 급락할 경우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유가 변동성이 커질수록 정유사들의 실적 예측 정확도가 낮아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으로 3분기까지는 실적 호조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4분기 실적은 중동 리스크 완화, 미국과 이란의 휴전 여부 등 다양한 변수가 많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전소연 기자 soye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