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유가와 정제마진 강세가 3분기 실적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원유 조달 비용과 석유제품 수요 위축 등 중장기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최근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와 국제유가 흐름, 석유제품 수급 상황 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중동산 원유의 안정적인 조달 여부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
특히 호주 등 대체 도입선을 확보하더라도 중동산 원유 대비 운송 거리가 길어 운임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대체 원유에 수요가 몰리면 조달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와 주요 산유국의 원유 생산·수출 동향 등을 살피면서 원유 수급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있다.
정제마진과 국제유가 흐름도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다. 현재는 경유 등 주요 석유제품의 공급 차질 우려로 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높은 정제마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거나 글로벌 공급이 정상화할 경우 마진이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 반대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원유와 석유제품의 공급 차질이 심화하면서 정제마진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 정유사들이 국제유가뿐 아니라 글로벌 제품 수급과 정제마진 흐름을 함께 살피는 이유다.
석유제품 시장의 변화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최근에는 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의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정제마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중동 리스크가 완화하면 유가가 하락, 이 경우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달 첫 째주 기준 정제마진은 배럴당 33.6달러로 집계됐다. 전 주 대비 0.3달러 떨어졌지만,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4~5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14일 기준 배럴당 126.7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0.90달러) 대비 78.7% 상승했다.
정유사들은 당장 어느 한 방향으로만 시장을 전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실적을 뒷받침하는 국제유가의 경우 대외변수에 취약해서다. 특히 4분기의 경우 중동 리스크를 비롯해 미국과 이란 휴전 여부 등 다양한 변수가 맞물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원유 및 제품의 수급 변화를 살피며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높은 정제마진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유가가 언제까지 오를지 중동 차질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며 “국제유가 같은 경우 대외 변수에 취약하기 때문에 정유사들도 종합적으로 상황을 살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소연 기자 soye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