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빅테크 기업이 촉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개발 속도 조절론이 미국 정치권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안전한 AI 개발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중국의 추격 등 상황 전반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번 논쟁은 최근 앤트로픽 전현직 연구자가 인류 멸종까지 거론한 '안전한 AI 개발' 요구가 촉발했다. 직후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오픈AI·xAI·구글 딥마인드 등 주요 AI기업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미·중 패권 경쟁에 직면한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과 여당 입장은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아일랜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은 AI 분야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고, 솔직히 (이러한 상황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며 “AI (경쟁에서)는 승리하는 자가 승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속도를 늦추지 않고도)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기술 발전 속도에 대한 우려는 인식했지만,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속도 조절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며 통제 가능한 AI를 개발하되 속도를 늦추기보다 가드레일 등 신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마이크 존슨 미 의회 하원의장과 'AI 차르(총책임자)'로 불리는 데이비드 삭스 과학기술자문위원장,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미국 공화당과 행정부 주요 인사 역시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과 동일한 의견을 냈다. 1~2달 주기로 새 모델이 출시되는 현재 발전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등 미국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정치인들은 안전성에 무게를 둔 발언을 내놨다. 미 행정부·여당이 동일한 목소리로 AI 발전이 지속돼야 한다는 견해를 낸 만큼 중간선거 화두로 작동할지 관심이 쏠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AI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민주당이 하원의장이 될 경우 공개적 논의를 위한 틀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고 밝혔다. 이어 AI 개발론자도 AI가 파국을 초래할 것으로 보는 '비관론자'도 아니라며 “제대로 관리한다면 분명 이로운 기술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초지능 AI 생산 금지·감독 연방기구 신설' 법안을 발의한 샌더스 의원은 AI가 인류에 제기하는 엄청난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하킴 제프리스 미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국 국민을 보호하고 AI가 안전하게 발전하도록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각각 밝혔다.
미국 내부에서 격론이 오가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는 서방 AI 기업인의 대중 규제 요구가 AI 글로벌 거버넌스의 진전을 가로막을 뿐이라며 반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AI 우위를 점하면 미국 국가안보에 위험이 된다는 위협론을 퍼뜨리고 악의적 경쟁을 벌이는 것은 어느 쪽에도 이롭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모데이 CEO가 미국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대중 제한 조치를 실효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는 “상업적 이해관계에 따른 적대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AI 안보 문제를 주요 강국 간 협력 과제가 아닌 지정학적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