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직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도중 업무용 전산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를 조사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대한항공 법인과 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조건인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완화해달라는 항공사 측 요청에도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대한항공의 조사방해 사건과 기업결합 시정명령 변경 요청 2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심의 절차를 시작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대한항공과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피심인에게도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
조사방해 혐의는 지난 2월 대한항공 본사 현장조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공정위 조사공무원은 2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청주~제주 노선의 시정명령 변경 요청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직원 3명이 2일부터 4일까지 조사 대상 사건과 관련된 업무용 전산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사관은 이를 공정거래법상 자료 은닉·폐기 등을 통한 조사방해 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한항공 법인과 직원 3명을 각각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위원회에 제출했다.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대한항공 측이 요구한 공급좌석 유지 의무 완화에도 제동을 걸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국내·국제선 40개 노선에 2019년 공급좌석의 90% 미만으로 좌석을 줄이지 못하도록 했다. 운임 역시 2019년 대비 물가상승분을 넘어 인상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대한항공 등은 청주~제주 노선에 한해 공급좌석 기준을 2019년의 90%에서 70%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외부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심사관은 시정명령이 최종 확정된 2024년 12월 이후 의무 이행이 어려워질 만한 새로운 사정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의견을 냈다.
중동 전쟁을 이유로 전체 대상 노선의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는 쪽으로 판단했다. 대한항공 등 5개 항공사는 유가·환율 급등과 항공여객 수요 위축을 들어 올해 전체 시정명령 대상 노선의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심사관이 발권 내역을 토대로 올해 노선별 항공여객 수요를 추정한 결과는 달랐다. 중동 전쟁과 유가·환율 상승에도 전체 노선에서 전반적인 수요 위축이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정명령을 변경할 정도의 중대하거나 불가피한 사정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다만 이번 심사보고서는 사무처 심사관의 조사 결과와 조치 의견으로 공정위의 최종 결정은 아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등 피심인의 서면 의견과 증거자료, 의견진술 등을 받은 뒤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사방해 여부와 시정명령 변경 요청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