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지난달 30일 인근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예정지는 아직 논과 산이 대부분이었다. 국도 45호선 너머로 누렇게 익은 논이 펼쳐졌고 산 중턱에는 벌목한 자리가 길게 드러나 있었다. 올해 마지막인 추수가 끝나면 농지에서도 공사가 시작된다. 산을 깎고 낮은 땅을 메우는 대규모 부지 조성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왼쪽 산을 전부 발파합니다. 지금 해발 180m 정도인데 바닥은 60m 수준까지 내려갑니다.”
LH 관계자가 가리킨 산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부지로 바뀐다. 1공구에서 옮겨야 할 토사는 약 1500만㎥. 덤프트럭이 약 200만회 오가야 하는 물량이다. 산단 전체로는 약 5000만톤의 토사와 암반을 처리해야 한다.
용인 국가산단은 처인구 이동읍 일원 778만㎡에 조성된다. 팹 6기와 소재·부품·장비 기업, 발전소 3기, 산업용 가스시설 등이 들어서는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다. LH가 사업시행자를 맡았다.
LH는 2028년 말까지 삼성전자가 팹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부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산단 전체 준공에 앞서 반도체 1호기 부지와 발전소 등 필수시설부터 조성한다. 여건이 갖춰지면 일부 부지는 내년 말 먼저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공사 전 단계부터 시간을 줄였다. 설계와 발주를 동시에 진행하고 보상·인허가도 병행했다. 벌목과 문화재 조사 등 사전 공사도 지난달 시작했다. 이에 통상 1년 9개월가량 걸리는 설계·발주 절차를 약 11개월로 줄였다. 1공구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해 당초 계획보다 두 달 빠른 이달 착공한다.
본공사에서는 동시 작업을 늘린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최대 13곳 동시 발파와 3개 지점 동시 토사 운반을 제안했다. 운반로를 추가하고 대형 천공기, 내수성 폭약, 정밀 전자뇌관을 투입해 작업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국내 대규모 발파 현장보다 발파량을 2~4배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다만 세부 공법과 단축 기간은 LH가 안전성과 현장 여건 등을 검토한 뒤 확정한다.
공정이 빨라지는 만큼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LH는 전체 사업비의 약 5%를 스마트·인공지능(AI) 안전 분야 설계에 반영하고 AI 충돌방지 시스템, 사족보행 로봇, 자율주행 드론 등을 투입할 예정이다.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도 함께 구축한다. 산단에는 하루 약 76만4000톤의 공업용수와 9GW 이상 전력이 필요하다. 용수는 수도권 광역상수도에서 31만톤을 우선 공급하고 팔당댐 상류 신규 취수시설을 통해 45만4000톤을 추가한다. 전력은 산단 내 발전소 3곳을 먼저 짓고 송전선로를 확충한다.
산단을 관통하는 국도 45호선 확장공사는 한 차례 유찰돼 재공고 절차를 밟고 있다. 산단 내부 구간을 먼저 건설한 뒤 양쪽 구간을 연결해 사업 지연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문화재 조사 대상 27곳도 벌목이 끝나는 대로 순차 조사한다. 첫 조사구역에서는 문화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대규모 건설인력 유입에도 대비한다.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 당시 불거진 숙소·교통·식사 문제를 고려해 LH와 용인시는 이달부터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 장기적으로 산단과 맞닿은 약 69만평에 이동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해 약 2만가구를 공급한다.
아울러 산단 내 기존 기업 89곳 가운데 52곳이 산단 내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 LH는 이들을 위한 기업이전단지를 조성하고 입주 수요도 다시 조사할 계획이다. 기존 기업이 밀집한 2공구는 이전 절차 등을 고려해 1공구보다 늦게 추진한다. LH는 삼성전자 팹 부지가 포함된 1공구 조성에 우선 집중한 뒤 2공구 발주 시점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성훈 LH 사장은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사업 방식을 병행 추진하는 방식으로 과감히 전환했다”며 “1공구 조성 사업자를 당초 계획보다 2개월 빠르게 선정해 10월 착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 가속화 방안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