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을 과감히 솎아내고, 쪼개진 역량을 하나로 뭉쳐 '체급'을 키우는 대전환에 돌입했다. 과거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쳐 거대 조직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출범시켰듯, 전력과 에너지, 항만 분야에서도 파편화된 기관을 하나로 묶은 '메가 공기업'이 속속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DIET 2026'에는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에 해당하는 109곳을 정비하는 기능개혁 세부 로드맵이 담겼다. 인공지능(AI) 대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재정 여력 축소 등 복합적 구조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산된 기능을 합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전략적 구조개혁이다.
핵심은 국가 인프라 관리 체계의 대대적인 재배치다. 먼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하나로 묶어 (가칭)에너지자원공사를 출범시킨다. 이를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국가 차원의 통합적 에너지 전략을 수립하고, 산유국 및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상대로 한 국제 협상력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부산과 인천, 울산, 여수광양 등 4개로 쪼개져 과당경쟁을 벌이던 항만공사도 (가칭)한국항만공사로 통합돼 항만물류 글로벌 트렌드 전환에 대응한다. 앞서 발표한 발전 5사 통합(가칭 한국발전)에 이어 항만 분야에서도 막강한 글로벌 경쟁력을 목표로하는 공기업 조칙을 구축하는 셈이다.
반면 LH는 분리한다.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은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로,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은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로 각각 떼어낸다. 하나의 기관이 택지 및 주택개발과 주거복지를 담당하다보니, 주택공급 속도가 떨어지고 임대주택 운영 부담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대국민 서비스 창구는 수요자 중심으로 묶인다. 부처별로 12개나 운영되며 기능이 중복되던 국립 전시·관람기관들은 국립중앙박물관(문화체육관광부) 중심의 '국립 전시관람기관 협의체'로 재편돼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물리적·기능적으로 분산돼 있던 공공기관 해외 사무소를 한곳으로 모으는 'K-마루' 프로젝트도 실시한다. 여러 공공기관 해외지사를 방문해야 했던 수출기업과 교민 불편을 없애고 통합된 코리아 원팀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우선 LA, 하노이 등 5개 선도지역을 중심으로 통합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향후 주요 도시로 이를 의무 확대한다.
모회사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기능이 과도하게 세분된 자회사 및 소규모 기관도 대거 통폐합된다. 시설관리 및 고객관리를 각각 수행하던 금융 공공기관 자회사 7곳이 기능별로 수평적 통합을 거쳐 재편되며, 항만공사 산하 5개 보안·시설관리 자회사도 하나로 합쳐진다. 100명 미만의 소규모 기관인 식생활안전관리원과 식품안전정보원, 건설산업정보원과 건설기술교육원 등도 각각 통합돼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비용 절감에 나선다.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할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가동된다.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폐합 전후 보수 등 처우가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복리후생 강화와 경영평가 인센티브 부여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법률 개정 등 절차가 필요 없는 기관부터 즉시 통폐합에 착수할 예정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