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기 시운전…12월 상업운전 목표
1800톤 크레인·선박 83척 총동원
대규모 건설 경험, 해상풍력 공급망 키운다

전남 영광 오도선착장을 떠난 작업자수송선(CTV)이 서해를 향해 1시간 넘게 달리자 수평선 위로 거대한 흰색 풍력발전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와 열을 맞춰 늘어선 터빈들은 가까워질수록 압도적인 크기를 드러냈다. 발전기 사이로 들어서자 고개를 한껏 들어야 82.5m 길이의 블레이드 끝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지난달 30일 찾은 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인근 해역에서는 364.8㎿ 규모 낙월해상풍력 발전단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5.7㎿급 풍력발전기 64기를 바다에 세우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24년 3월 착공해 지난달 28일 기준 전체 공정률은 97.5%까지 올라왔다.
모노파일과 트랜지션피스(TP) 64기는 모두 설치를 마쳤다. 기자단이 현장에 도착하기 직전 터빈 한 기가 추가로 설치되면서 64기 가운데 61기가 바다 위에 섰다. 내부망 해저케이블도 70회선 가운데 62회선 설치를 마쳤다. 이 가운데 45기는 전기안전공사 사용전검사를 거쳐 시운전 단계에 들어갔다.
개발사 명운산업개발은 기상 여건에 큰 변수가 없다면 남은 터빈 3기와 해저케이블 공사를 마치고 오는 12월 전체 상업운전(COD)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는 33㎸ 해저케이블을 통해 송이도 변전소에 모은 뒤 154㎸로 승압해 육상 전력망으로 보낸다.
낙월해상풍력은 발전소 하나를 추가하는 것 이상의 시험대다. 300㎿가 넘는 단지를 실제 건설·운영하면서 터빈과 하부구조물, 풍력설치선, 해저케이블부터 관제·유지보수(O&M)까지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현장이다.

◇82.5m 블레이드·888톤 모노파일…바다 위 '초대형 공사'
바다에서 마주한 풍력발전기는 육상에서 보는 것과 체감 크기부터 달랐다. 터빈 허브 높이는 해수면 기준 112m, 로터 직경은 165m다. 블레이드 하나만 길이 82.5m, 무게 23.7톤이다. 이를 떠받치는 모노파일은 최대 길이 71.2m, 무게 888톤에 달한다.
거대한 구조물을 바다에 세우기 위해 대형 설치선도 투입됐다. 현장에서 마주한 '한산1호'는 길이 111.2m, 총톤수 2만9896톤으로 최대 1800톤을 들어 올리는 크레인을 갖췄다. 선체에 물을 채워 해저면에 착저한 뒤 모노파일부터 터빈까지 설치할 수 있다.
낙월해상풍력에는 모노파일과 TP, 터빈, 해저케이블 공정 등에 총 83척의 선박이 투입됐다. 정종영 명운산업개발 사장은 “300㎿ 정도 규모는 돼야 CTV와 풍력설치선, 해저케이블 설치선을 여러 척 운영하고 EPC 업체도 생기면서 경쟁이 붙는다”면서 “개발사업이 많아지면 그 수요를 보고 민간 자본과 선박·공사업체가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해상풍력 공사는 바다의 기상 여건과 호흡을 맞추는 작업이다. 파고와 풍속에 따라 작업 가능 시간이 달라지는 만큼 대규모 단지를 계획대로 건설하는 것 자체가 해상 시공 역량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정종영 명운산업개발 사장은 “올해는 여름철 태풍이 거의 없어 7~9월 공사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됐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대규모 해상풍력의 시공과 선박 운영 경험이 함께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 위 64기, 육상 '컨트롤타워'서 실시간 제어
해상에서 돌아와 찾은 낙월해상풍력 통합관제센터. 벽면을 채운 모니터에는 조금 전 바다에서 마주했던 풍력발전기들이 숫자와 색깔로 표시됐다. 터빈별 풍속과 발전출력, 정상운전·정비 상태가 실시간으로 바뀌었다.
성민수 낙월블루하트 이사는 “관제센터는 64개 해상풍력 터빈과 해저 송전망, 육상 변전소까지 발전 인프라를 실시간 감시·제어하는 컨트롤타워”라며 “설비 고장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파악해 원격 복구하거나 현장 출동을 지시한다”고 말했다.
터빈은 바람의 세기에 맞춰 스스로 발전량을 조절한다. 풍속이 3m/s 수준이면 가동을 시작하고 약 10~11m/s에서 정격출력에 도달한다. 이후 바람이 강해지면 블레이드 각도를 조절하고 초속 23~24m 수준에서는 설비 보호를 위해 발전을 멈춘다. 베어링과 변압기 등의 온도도 실시간 감시해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경보를 보내고 필요하면 터빈을 정지시킨다.
관제센터는 해상교통까지 들여다본다. 모니터에는 단지 주변 유지보수선과 CTV의 위치와 항적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긴급상황에는 해경과 공조해 일반 선박과 발전설비 간 충돌을 막는다. 올해 설치공사를 마치고 O&M 단계로 넘어가면 약 28명이 발전단지 운영에 투입될 예정이다.
바다 위 64기의 풍력발전기는 이제 '건설'에서 '운영'으로 넘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영광 앞바다에서 돌아가기 시작한 터빈과 이를 뒷받침하는 설치선·케이블·관제·O&M까지, 낙월해상풍력은 국내 해상풍력이 대규모 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영광(전남)=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