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여부·이자율·선납 규모·기간 등 미확정
기업엔 국고채 금리 이상 안정적 투자처 제공 검토
한전채 발행 부담 완화…민간기업 채권 발행 여력 확대

대규모 전력수요 기업이 장래 전기요금을 미리 내고 한전은 이를 첨단산업 전력망 건설에 투입하는 새로운 자금조달 방안이 추진된다.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망 투자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을 덜면서 기업에는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3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규모 전력수요 기업에 '대규모 전기요금 선납제도'를 제안하고 참여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제도 도입 방향과 설계 원칙을 논의하는 단계로, 참여 기업이나 이자율, 선납 규모·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
전기요금 선납제는 반도체 기업 등 대규모 전력수요 기업이 앞으로 낼 전기요금의 일정액을 한전에 먼저 지급하면 한전이 이를 첨단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망 건설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한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제시한 방안은 향후 10년간 낼 전기요금 가운데 약 25조원을 미리 받는 구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전은 이 같은 금액과 기간 역시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방안은 반도체·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막대한 전력망 투자가 필요해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한전은 전력망 확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지만 부채 부담 등으로 회사채 발행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의 선납금을 활용하면 한전 입장에서는 사채 외에 새로운 자금조달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참여 기업에는 선납액에 대해 국고채 금리 이상의 안정적인 투자처를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한전은 제도가 도입되면 회사채 발행 수요가 줄면서 자금시장에서 민간 기업의 채권 발행 여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채가 대규모로 발행될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도를 앞세워 시중 자금을 흡수하는 이른바 '채권시장 구축효과'를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전력망 투자가 시급한 한전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반도체 기업의 이해관계를 결합한 방식이다. 정부가 반도체·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전력망 적기 건설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만큼 향후 기업 참여 여부와 선납 규모, 금리 등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