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부유층이 고가 차량을 몰고 영국 런던을 찾으면서 교통질서 위반과 무단 주차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들의 행태가 도심 교통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는 런던의 명품 백화점 해러즈 인근이다. 이곳에서는 외국 번호판을 단 고급 차량이 주차 규정을 무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러즈 앞 도로에서 주차 규정을 어길 경우 위반 정도에 따라 150~215달러(약 21만~29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실제로 한 젊은 남성은 약 40만달러(약 5억5000만원)짜리 페라리 프로상게를 해러즈 출입구 바로 앞 주차가 금지된 구역에 세웠다. 카타르 번호판을 단 차량의 앞유리에는 방금 발급된 주차위반 고지서가 꽂혀 있었다.
벌금을 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성은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이후 차량에 올라탄 그는 엔진음을 크게 울리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해러즈 주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운전사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마크 하트는 해외 번호판을 단 고급 차량이 택시가 이용해야 할 차로까지 점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하트는 규정을 어긴 차량을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차주가 오히려 자신을 카메라로 찍는 경우도 있다면서 “거의 우리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또 다른 택시 기사 벤 뉴틸 역시 외국에서 들어온 슈퍼카를 런던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빨간선이 표시된 곳까지 가리지 않고 차를 세운다”며 “이런 차량 때문에 도로 흐름이 사실상 멈추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차량 해외 운송업체 십마이카(ShipMyCar)의 킹슬리 리드 이사는 중동으로 차량을 다시 운송하는 과정에서 주차 위반 고지서를 발견하는 일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당수 과태료가 처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웨스트민스터 자치구의 지난해 체납금 관련 자료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확인된다. 런던 내에서도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웨스트민스터에서 외국 차량에 부과된 주차 위반 고지서 가운데 걸프 지역 4개국 차량이 차지한 비중은 41%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카타르 차량의 위반 건수가 2570건으로 가장 많았다. 카타르 인구가 약 300만 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영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독일과 프랑스 차량보다도 많았다.
문제는 벌금이 실제로 납부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웨스트민스터 자치구가 2018~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차량에 부과한 주차 위반 체납금 1만3423건 가운데 실제 회수된 금액은 전체의 1%에 그쳤다.
런던 전체를 대상으로 외국 차량의 주차 위반 미납 규모를 정확하게 집계하기는 어렵다. 다만 WSJ는 과거 런던의 여러 자치구가 외국 차량의 미납 주차 과태료와 기타 관련 채무로 매년 800만~1200만 파운드(약 148억~222억 원)가량의 재정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