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내년도 예산이 사상 처음 18조원을 넘어선다. 소액·분산형 지원사업을 정리하고 융자사업 일부를 민간 대출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3조3000억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한 대신 모태펀드와 연구개발(R&D), 인공지능(AI) 전환 등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 소상공인 정책도 일회성 지원에서 건강·보험·재기 등 사회안전망 강화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중기부는 2027년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 16조5233억원보다 1조5491억원(9.4%) 늘어난 18조724억원으로 편성해 다음 달 3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1일 밝혔다.
노용석 중기부 장관 직무대행 제1차관은 “중기부는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총 3조3000억원 규모의 재정 여력을 마련했다”며 “모태펀드와 모두의 창업, 소상공인 건강돌봄, 상생배달앱 등이 주요 증액·신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창업·벤처투자다. 전 국민 창업 프로젝트 '모두의 창업'에 4411억원을 투입한다. 지원 인원을 올해 1만5000명에서 2만명으로 늘리고 단계별 사업화자금도 최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한다. 기존 예비창업패키지는 모두의 창업으로 편입된다.
지역 창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도 늘린다. 창업도시를 4곳에서 10곳으로 확대하고 해당 지역 창업기업과 이전 희망 기업에 사업화자금과 정착비를 지원하는 '지역창업패키지'를 170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벤처투자의 마중물인 모태펀드 출자예산은 올해 8200억원에서 역대 최대인 1조3000억원으로 58.5% 늘어난다. 창업초기펀드에 2400억원, 지역성장펀드에 2850억원, 신안보·AI·딥테크 등에 투자하는 '차세대 유니콘 프로젝트'에 5250억원을 배정한다. 중기부는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연간 벤처투자 시장 40조원 달성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R&D 투자도 올해 2조1959억원에서 2조5537억원으로 16.3% 확대한다. 민간 투자를 받은 기업에 정부가 R&D 자금을 연계하는 팁스 방식 R&D에 1조3435억원을 투입하고, 정부가 기업에 직접 지분투자하는 '민간협력투자형 기술개발'도 신설해 200억원을 편성했다.
AI 분야 투자도 본격화한다. 피지컬AI 벤처·스타트업 기술 실증과 중소 제조현장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전용 사업을 신설해 1728억원을 투입한다. AI 중심 스마트공장 보급 예산도 4036억원에서 4682억원으로 확대하고 4대 과학기술원과 연계한 제조AI 전문인력 양성에 284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유망 중소기업의 스케일업 지원도 강화한다.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을 지원하는 '점프업 프로그램'은 595억원에서 1642억원으로 약 2.8배 확대한다. 수출바우처 역시 1502억원에서 313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려 수출 장벽 해소와 성장 단계별 해외진출을 지원한다.
신안보·기후테크·제약바이오·K-소비재 등 4대 신성장 분야에서는 혁신기업 300개사를 발굴해 R&D·투자·금융·수출 등을 장기간 묶음 지원한다. 미국 인큐텔을 벤치마킹한 안보전문투자기관 설립에도 38억원을 투입한다. 한국벤처투자 자회사 형태로 설립해 민간 VC가 투자하기 어려운 신안보 기업을 발굴·투자하고 실제 수요기관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소상공인 정책은 일회성 지원을 줄이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한다. 올해 9790억원 규모로 편성됐던 경영안정바우처는 일몰한다. 대신 국가건강검진을 받는 소상공인의 휴업비용과 대체인력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소상공인 건강돌봄지원'에 2050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창업 5년 미만 청년 소상공인의 휴업·폐업·재도전을 보장하는 정책보험에도 300억원을 편성했다.
금융지원 방식도 손본다. 기존 일반경영안정자금 일부를 2조원 규모의 민간대출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하고 직접융자 2조2500억원을 더해 총 4조2500억원의 금융을 공급한다. 지역신용보증재단 재보증 예산도 1570억원에서 2607억원으로 늘린다.
민간 배달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한 '상생배달앱'에는 124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이 가운데 1200억원은 소비자 할인쿠폰, 40억원은 홍보에 사용한다. 전국 12개 공공배달앱을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공공성과 시장성을 평가해 3~4곳을 선별, 집중 육성한다. 9월 공고를 거쳐 11월께 지원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재창업 지원도 확대한다. 실패 원인 진단부터 교육·컨설팅을 제공하는 '재도전 성공학교'에 595억원, 우수 재창업기업을 선발해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재도전 응원 프로젝트'에 334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재도전 성공학교는 기존 중진공 인프라 등을 활용해 전국 19개 거점으로 운영한다.
노 차관은 “내년도 예산안은 지원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과감한 지출구조조정을 하고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이 실제 성장할 수 있는 분야에 재원을 집중했다”며 “창업부터 성장·도약·재도전까지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고 성장의 온기가 전통시장과 지역상권, 소상공인까지 확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