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페이가 필리핀에 진출하며 아시아 시장 확장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인도와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는 진입하지 못했고, 한국에서는 출시 3년이 넘도록 제휴 카드사가 늘지 않고 있다. 국가마다 이미 자리 잡은 결제 방식과 금융사 이해관계가 애플페이 확장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4일 외신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8월 필리핀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차이나뱅크, 고타임뱅크, 메트로뱅크, 유니온뱅크 등 4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이들 금융사가 발급한 신용·체크카드 등을 애플 월렛에 등록하면 온·오프라인에서 애플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애플페이는 아시아 시장에서 확장 속도가 더디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이용할 수 있으나 인도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인구 규모가 큰 시장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이들 국가에서 아이폰 판매가 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아시아 특유의 결제 환경과 관련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용·체크카드를 기반으로 한 비접촉 결제가 확산되면서 애플페이가 실물카드를 스마트폰으로 대체했다. 반면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애플페이가 진입하기 전부터 QR코드와 계좌이체를 기반으로 한 자체 모바일 결제 인프라가 자리 잡았다.
인도가 대표적이다. 인도는 정부가 지원하는 실시간 지급결제 시스템 기반으로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됐다. 은행 계좌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연결해 QR코드 등으로 모바일 결제를 이용한다. 애플페이가 이르면 오는 10월 인도에 진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아이폰을 사용하는 일부 카드 고객층만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도 비슷하다. 태국에서는 2016년 도입된 국가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QR 결제가 일상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인도네시아 역시 국가 표준 QR 결제 시스템이 확산돼 있고 그랩과 고젝, 쇼피 등 현지 플랫폼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자리 잡았다.
결국 애플페이가 아시아에서 마주한 장벽은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인도·태국·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국가 결제망과 경쟁해야 한다. 현지 금융사 입장에서도 애플페이를 도입할 유인이 크지 않다. 자체 결제망으로 이미 고객과 직접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결제 과정에 애플이 추가된다. 금융사가 확보해온 고객 접점이 줄어들 수 있고 카드 결제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애플과 나눠야 한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QR 결제보다 삼성페이가 모바일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아이폰 이용자 기반도 크다. 그럼에도 애플페이 제휴 카드사는 2023년 국내 출시 이후 3년 넘게 현대카드 한 곳에 머물러 있다. 출시와 동시에 4개 금융사가 참여한 필리핀과 대비된다. 한국에서는 NFC 결제 인프라와 수수료 부담, 카드사 참여 확대가 과제로 남아 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