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비당권파인 조경태·권영진·서범수·진종오 의원 등 현역 의원 4명에게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내리면서 당내 갈등이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 의원을 제외한 3명은 당원권 정지 기간이 1년 6개월 이상으로, 징계가 유지될 경우 2028년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사실상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그동안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 온 인사들을 겨냥한 '정적 제거용 징계'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징계 당사자들도 21일 강하게 반발했다.
당원권 정지 2년 처분을 받은 진종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위가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확인 없이 징계했다”며 “오늘까지 징계를 결정한 구체적 행위를 공개하지 못한다면 윤리위는 '정치적 숙청 도구'일 뿐이며 맹목적으로 장 대표 추종 세력·호위무사 전락을 자인하는 걸로 이해하겠다”고 했다.
당원권 정지 1년 6개월 처분을 받은 권영진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반대 세력을 정치적으로 제거하고 입틀막 하기 위한 것 아닌가. '너희들이 나한테 덤비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여줄게, 다음번에 공천 없어' 이것 아닌가”라며 “이미 답을 정해놓고 징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내 반발은 친한(친한동훈)계와 비주류를 넘어 구주류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됐던 인사들에게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5선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당의 기강을 리더십에 기반해서 세우지 않고 칼로 세우려 한다면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재명 정권이 '닥치고 수사', '닥치고 기소'와 같은 공포 정치를 자행하는 잘못된 모습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5선 윤상현 의원도 “장 대표와 지도부에 간곡히 요청한다. 당의 미래를 위해 중징계를 재고하고 화합과 쇄신의 길을 열어달라”며 “당 안팎에서 이번 중징계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징계 정치의 시작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 역시 SBS 라디오에서 “기본적으로 당내 문제를 징계로 해결하는 자체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는 입장”이라며 “우리 당과 보수진영에서 함께 할 수 없다는 정도의 판단이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과도한 징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징계 수위가 국회의원들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준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김 최고위원은 “이것은 당의 위신과 운영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는 입장에서 내린 징계”라며 “장 대표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징계했다면 '비장횡사'라 할 수 있지만 이건 그것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친한계 박정하 의원은 검은색 바탕에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라는 구절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4선 김태호 의원도 “국민의힘은 지금 누구와 싸우고 있나. 민주당인가 아니면 국민의힘 내부의 다른 목소리인가. 국민의힘의 재건은 특정인의 당권을 강화하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니다. 징계의 칼보다 통합의 손을 먼저 내밀 때 시작된다”고 썼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위기 이슈들이 폭발하는 시점에 야당의 개인 사당화를 위한 징계 정치가 모든 것을 덮어주며 위기에 빠진 이재명 민주당 정권을 도와주고 있다”며 장 대표를 직격했다.
당 일각에서는 징계의 형평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을 '소요 사태'로 지칭하는 단체와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논란을 일으킨 이진숙 의원이나 지난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덕수 후보를 도왔던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징계 대상자들의 향후 대응도 변수다.
현재까지 권영진·서범수 의원은 법적 조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조경태·진종오 의원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법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당내에서는 징계 당사자들이 당장 법적 대응에 나서기보다 향후 지도부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