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간 12세 자폐아동과 성학대 피해자 행세를 하며 타인의 호의를 갈취해 온 30대 브라질 여성이 재판대에 올랐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브라질 여성 아만다 마리아 소우자 데 올리베이라(37)는 사기 및 신분 도용 혐의로 기소돼 본격적인 재판을 받고 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아만다는 브라질 산타카타리나 주와 파라나 주 등 여러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불우 아동이나 장애아로 신분을 위장해 장기간 숙식과 지원을 받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이 명령한 정신 감정 결과 재판을 받기에 무리가 없다는 판정이 내려짐에 따라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변호인단은 신분을 위장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법적 사기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은 아만다가 20년 넘게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등 극도로 취약한 상태였고,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신분을 위장했을 뿐 피해자들에게 금전적 손실을 입히거나 강도·절도를 저지른 적은 없다고 변호했다.
범행 전말은 지난 6월 산타카타리나 주 조인빌에서 경찰이 출동하며 드러났다. 현장에 도착한 로드리고 구소 경찰서장은 12세 소녀 '가브리엘'로 알고 아만다를 돌보던 중년 부부의 집에서 그를 체포했다. 인형과 그림이 가득한 방에서 아이 같은 어조로 말하던 아만다는 경찰을 마주하자 어른스러운 목소리로 변하며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아만다를 보호하던 부부는 학대받는 10대 초반 아동이라는 말에 속아 14개월 동안 방을 내주고 옷과 장난감을 사주며 보살펴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과정에서 아만다가 소규모 보호소나 교회, 종교 단체 등 남을 도우려는 선의를 가진 이들을 표적으로 삼아 장기간 범행을 이어온 사실이 확인됐다.

당국에 따르면 2020년 11월 무렵 그는 12세 소녀 '줄리아'라는 이름으로 아동 보호소에 나타났다. 오컬트에 심취한 아버지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했으며 어른처럼 보이는 것은 강제로 복용당한 호르몬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보호소 관계자들은 그의 설명이 구체적이어서 진실로 믿었으나 일주일 뒤 소아과 검진을 통해 성인임이 밝혀지자 아만다는 곧바로 자취를 감추었다.
2021년 3월에는 온라인 기도 모임에 '에밀리'라는 이름으로 접근했다. 자신을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병원에서 성폭행을 당했으며 한쪽 팔을 절단한 12세 백혈병 환자라고 소개했다. 모임 회원들은 그를 위해 기도회를 열고 성금을 모아 전달했으나, 추후 화상 통화 과정에서 절단된 줄 알았던 팔이 멀쩡히 있는 것이 포착되면서 거짓말이 드러났다. 당시 그를 정성껏 돌봤던 한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2023년 중반에는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아동 지원 단체에 '마리아 에두아르다'라는 이름으로 접근해 자폐증을 앓는 학대 피해 아동 행세를 했다. 그러나 진술을 의심한 단체 관계자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휴대전화 검색 기록에서 '자폐증 환자의 행동 방식'이나 '학대 피해자처럼 그림 그리는 법' 등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에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석방되었으나, 이번 조인빌 사건을 계기로 과거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재개되어 추가 기소가 이루어졌다.
변호인단이 제출한 독립 정신 감정서에 따르면 아만다는 경계성 인격 장애, 의존성 인격 장애 및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재판부는 이를 사유로 재판을 중단하지 않고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만다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본명과 나이를 밝히며, “어린 시절 받지 못한 관심과 보호를 받고 싶었을 뿐 누군가를 해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그는 경찰에 어린 시절 양부모에게 입양된 후 정서적 방임을 겪고 12세에 학업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 2010년, 자신이 12세(실제 나이 22세)이며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신고한 기록에서 주변인들이 이를 부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범행의 전말은 아만다를 거두어준 조인빌 부부의 친척이 온라인 검색을 통해 과거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체포된 아만다의 사진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체포 당시 쌀쌀한 날씨 속에서 하트 무늬 반바지 차림으로 연행되는 아만다를 보며, 그를 진짜 아이로 알고 입양하려 했던 한 여성은 마지막 순간까지 얇은 옷차림을 걱정하며 스웨터를 챙겨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만다의 사건은 소셜 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서만 관련 게시물 조회수가 1억9400만회를 넘어서는 등 브라질 전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상파울루 대학교의 파블로 오르텔라도 교수는 이 같은 조회수가 주요 정치 뉴스에 맞먹는 수준이라며, '37세 성인이 12세 아동으로 위장해 사람들을 속였다는 이례적인 사실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