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찬스 쓸게요”… Z세대가 부모와 여행 떠나는 뜻밖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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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나 연인과 떠나는 독립적인 여행을 선호하던 Z세대가 부모의 지원을 받거나 비용을 나누는 방식으로 휴가를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치솟는 여행 물가에 Z세대의 휴가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친구나 연인과 떠나는 독립적인 여행을 선호하던 Z세대가 부모의 지원을 받거나 비용을 나누는 방식으로 휴가를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행비를 혼자 부담하기 어려워지면서 가족과의 여행이 실용적인 선택지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매체 NSS매거진은 최근 Z세대 사이에서 부모와 동행하는 휴가가 새로운 여행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과거에는 저비용 항공사와 저렴한 숙박시설을 활용해 비교적 적은 돈으로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당시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부모와 휴가를 보내는 것을 독립적이지 못한 선택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항공권과 숙소를 비롯한 여행 관련 지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숙박업계의 고급화까지 맞물려 여행 한 번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자 부모와 동행해 지출을 줄이는 방식이 젊은 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틱톡 같은 SNS에서도 부모와 떠난 휴가를 담은 콘텐츠가 확산하고 있다. 리조트에서 별도의 계산 없이 음식을 즐기며 만족해하는 모습이나, 부모들이 “왜 저 아이까지 데려왔느냐”며 농담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 여행을 즐기는 상황을 가볍고 재미있게 표현한 콘텐츠들이다.

통계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스카이스캐너가 지난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근 2년 동안 Z세대 성인 가운데 33%가 부모 또는 조부모와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30%가 자녀와 부모를 함께 데리고 떠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Z세대 응답자의 29%는 가족 동반 여행을 선택하는 이유로 여행비를 아끼거나 함께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가족 단위 여행에 대한 검색과 온라인 관심 역시 증가했다. 2024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스카이스캐너에서 숙소 검색 과정에서 '가족' 필터를 적용한 횟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 늘었다. 가족여행을 주제로 한 레딧 게시물의 조회량도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앞선 12개월 동안 전년 대비 387%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의 밑바탕에는 Z세대가 겪는 경제적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44개국의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2만25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 글로벌 Z세대 및 밀레니얼 세대 설문조사'에서는 Z세대 응답자의 55%가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 학업, 창업 등 인생의 중요한 계획을 뒤로 미룬 적이 있다고 답했다. 생활비 역시 5년 연속 이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문제로 조사됐다.

주거비 상승 역시 독립을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Z세대의 69%는 집값이나 주거 관련 비용이 직장이나 근무지를 선택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경제적으로 홀로 서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부모와 같은 집에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고, 여행과 같은 여가활동에서도 가족과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NSS매거진은 젊은 성인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휴가를 보내는 현상을 단순한 SNS 유행으로만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장기간 이어진 물가와 주거비 부담, 소득 및 자산 형성의 어려움이 젊은 세대의 독립을 늦추면서 여행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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