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챗GPT와 클로드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생활 속에서 활용하는 일이 늘면서 인간의 언어 습관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상적인 대화나 업무 과정에서 AI 특유의 화법이 사람들의 표현 방식에 스며들고 있다고 전했다.
회의 발언부터 이메일, 메신저에 이르기까지 AI가 자주 사용하는 어휘와 문장 형태가 등장하면서 이를 두고 'LLM 말투', '클로드 말투'라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간결하면서도 단정적인 화법이 꼽힌다. 여기에 상대방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과도할 정도로 칭찬하는 표현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모습이 이용자의 말에 호응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도록 설계된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AI에게 작업을 지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도 활용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AI 자문을 하는 켈리 K. 밀러는 창업자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핵심 내용만 전달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AI에게 지시하듯 “글머리 기호는 왜 없나요?”라고 묻는 식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직장 내 회의 풍경 역시 달라지고 있다. AI에게 질문할 때 구체적인 목적과 원하는 결과를 먼저 제시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이 이를 업무 대화에도 적용하는 모습이다. 밀러는 회의 중 발언이 장황해질 경우 참석자가 “목표가 무엇인가요?”라고 되묻는 사례가 생겼다고 밝혔다. 논의를 보다 빠르게 정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회의 내용을 AI로 기록·정리할 때에도 명확한 결과물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직접 작성한 문장에서도 AI의 흔적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발견되고 있다. 미국 베이 지역의 한 스타트업에서 채용 업무를 맡고 있는 케일 비젠트는 자신의 이메일과 업무용 메시지가 점점 더 형식적이고 정돈된 형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손으로 글을 쓸 때도 AI가 만들어낸 문장처럼 느껴지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덜어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AI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결과적으로 AI와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익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AI 특유의 문체를 경계하는 움직임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AI 스타트업을 이끄는 디판 메타는 직원들이 AI에서 자주 접하는 표현을 사용할 때 이를 기록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결정적 증거', 'X는 새로운 Y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정 기간 동안 해당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한 직원에게 회식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이러한 화법이 AI 등장 이후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DC의 비영리단체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모이비언은 AI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 가운데 상당수가 경영 컨설턴트나 변호사 등 전문직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쓰여온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분석가처럼 생각하라', '이 아이디어를 검증해보자' 같은 문구가 이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특정 직업군에서 주로 사용되던 '결론부터 말하자'와 같은 표현이 AI를 통해 더 널리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AI식 표현이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언어의 개성이 희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보(PR) 업계에서 20년간 근무한 엔젤라 낸스는 기업 창업자들에게 사업을 시작한 계기를 물었을 때 과거처럼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기보다 '세 가지 핵심 축', '시장 기회', '경쟁 우위' 등 정형화된 용어를 활용해 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낸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매끄럽고 정돈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만큼 각자의 고유한 화법이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