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약물 두번 맞고도 '쿨쿨'…너무 멀쩡하게 코 고는 美 사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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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형수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테네시주에서 사형 집행용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사형수가 숨지 않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주 정부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 기관에 조사를 맡기고 올해 남은 사형 집행을 모두 보류하기로 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테네시주 교정 당국은 지난달 30일 내슈빌의 한 교도소에서 사형수 크리스타 게일 파이크(50)에 대한 사형 집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파이크는 약물을 투여받은 뒤에도 의식을 잃지 않았으며, 두 번째 약물이 투여된 이후에도 코를 고는 등 생존한 상태가 이어졌다. 이후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형 집행을 참관한 기자들에 따르면 첫 약물 투여 이후 파이크는 고개를 들어 교도관에게 자신의 팔에 나타나는 감각이 정상적인지 묻기도 했다. 두 번째 약물 투여가 끝난 뒤에도 코 고는 소리가 들렸으며, 이후 집행실의 커튼이 닫혔다.

테네시주 규정에는 첫 번째 약물 투여 후 수감자가 사망하지 않을 경우 두 번째 약물을 투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두 번째 투여 이후에도 생존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별도의 지침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네시주 사형정보센터 측은 과거 미국에서 사형 집행팀이 약물을 주입할 정맥을 찾지 못해 사형수가 살아남은 사례는 있었지만, 실제 약물을 투여받은 뒤에도 생존한 사례는 파이크가 처음이라고 AP통신에 밝혔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제3자 조사를 지시했다. 그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기 위해” 외부 기관에 조사를 맡겼다고 설명하면서 올해 예정된 추가 사형 집행도 보류하기로 했다.

파이크의 변호인단은 사형 집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고통을 겪었다며 테네시주 대법원 등에 긴급 신청을 냈다. 약물 투여 과정이 잔혹하고 이례적인 형벌을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파이크는 1995년 당시 18세로 남자친구와 함께 직업훈련기관에서 알게 된 19세 콜린 슬레머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파이크 일행은 슬레머를 숲으로 유인한 뒤 흉기로 공격하고 돌 등으로 구타해 살해했다.

파이크는 약 30년간 복역하면서 범행 당시 나이가 어렸고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받았으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감형을 주장해왔다.

사형 집행 당일에도 법적 절차가 이어졌다. 연방 항소법원은 집행 약 한 시간 전 파이크가 주장한 성적 학대가 형량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됐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집행을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몇 시간 뒤 이를 뒤집으면서 집행 절차가 재개됐다.

파이크에 대한 사형이 예정대로 집행됐다면 그는 약 200년 만에 테네시주에서 처형되는 여성 사형수가 될 예정이었다.

테네시주에서는 올해 들어 사형 집행 실패가 두 번째로 발생했다. 지난 5월에는 1994년 3명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토니 캐러더스에 대한 집행이 시도됐지만, 집행팀이 한 시간 넘게 정맥 주사를 삽입하지 못하면서 결국 집행이 취소됐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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