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9월 10일 'M.AX(제조 AI 전환) 얼라이언스'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우리 제조 현장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극심한 인력난, 수십년간 현장을 지켜온 숙련공의 은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산업 현장 곳곳에 AI가 스며들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AI가 단순한 기계적 자동화를 넘어 현장 '베테랑의 두뇌와 감각'을 대신하며 K-제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와이케이스틸, 동일고무벨트(DRB), 아바코, 서플러스글로벌, 동화엔텍, 이엔케이 등 6개 제조기업은 자사 생산 현장에 맞춤형 AI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이식해 자율제조의 실질적 성과를 증명해 내고 있다.
◇'암묵지', 데이터 자산으로
수십년 경력자의 눈대중과 직관에 의존하던 핵심 공정들이 비전 AI와 사물인터넷(IoT)을 만나 투명한 데이터로 표준화된 것이 대표적이다. 고무 벨트 분야 강자인 동일고무벨트는 고무를 열과 압력으로 찌는 '가황' 공정의 혁신을 이뤄냈다. 기존에는 온습도와 고무 배합비에 따라 최적의 시간이 달라져 장인의 감각에 의존해야 했다. 회사는 IoT 센서와 비전 AI를 결합해 외부 변수까지 AI가 실시간으로 계산하게 만들며 품질 균일도를 대폭 끌어올렸고, 특정 인력에 의존하던 공정의 표준화를 완성했다.
철강 제조기업 와이케이스틸 역시 제강 공정의 첫 단추인 철스크랩(고철) 등급 판정과 이물질 검수를 4K 초고해상도 비전 AI에 맡겼다. 과거에는 수백만개의 고철 더미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했기에 주관적 판단에 따른 등급 편차가 발생했고, 폭발물을 걸러내지 못할 경우 심각한 안전사고와 설비 고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비전 AI 도입 이후 실시간 정밀 판독이 가능해지면서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작업의 신뢰성을 극대화했다.
◇멈추지 않는 공장…물류 병목 해소와 예지보전
첨단 장비와 물류 현장에서는 다운타임(작업 중단 시간)과의 전쟁에서 AI가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 디스플레이 및 이차전지 장비 전문기업 아바코는 스마트 팩토리 내 이기종(異機種) 물류 로봇들의 병목 문제에 직면했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통신 규격과 이동 경로가 다른 로봇들을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 제어하고 최적의 경로를 생성하는 AI 관제 시스템(xMS)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로봇 간 엉킴 현상을 말끔히 해소하며 물류 다운타임을 20%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반도체 유통 및 솔루션 기업 서플러스글로벌도 수많은 반도체 장비 부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AI 예지보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든 복잡한 부품들을 비전 AI로 자동 식별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해 고장을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부품 관리 정확도와 유지보수 속도를 높여 생산성을 무려 66.6%나 향상시켰다.
◇극한 환경 무인화, '안전'과 '정밀도' 확보
중후장대 산업 현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3D(위험·더러움·어려움) 작업도 로봇과 AI가 대체하고 있다. 고압 용기 전문 제조기업 이엔케이는 유독가스 잔류와 질식 위험이 상존하는 밀폐 공간 내부 검사를 무인 로봇과 비전 AI 시스템으로 완전히 대체했다. 작업자가 직접 좁은 공간에 들어가야 했던 아찔한 환경을 개선해 근로자의 안전을 지켜내는 동시에, 검사 정밀도까지 끌어올렸다.
조선·해양 기자재 전문기업 동화엔텍은 사람의 눈으로 꼼꼼히 확인하기 까다로운 선박용 열교환기의 복잡한 용접 부위 결함을 비전 AI로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있다. 미세한 균열이나 불량을 AI가 놓치지 않고 차단하면서 제품의 신뢰도를 세계적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성과에도, 산업계 내에선 여전히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초기 마중물 역할을 한 연구개발(R&D) 예산과 실증 지원이 지나치게 여러 분야로 쪼개지는 '백화점식·나눠주기식 지원'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그중 하나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수십개 과제에 소액을 쪼개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선도국과의 피지컬 AI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며 “파급력이 큰 핵심 밸류체인과 기술에 과감하게 예산을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고 했다. 단발성 실증에 그치지 않고 중소 협력사까지 AI 솔루션이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장기적인 데이터 인프라와 유지보수 지원 체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